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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촛불 가득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20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 주최로 13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대회'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서울광장 촛불 가득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20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 주최로 지난 13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3차 범국민대회'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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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광장에 촛불 1만여 개가 타올랐다(주최 측 집계는 2만2000여 명).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궂은 날씨에 비하면 엄청난 사람이 모인 것. 지난 주는 6000여 명이 모였다. 촛불이 점점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만여 명이 궂은 날씨에도 촛불을 든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과 국내 정치개입을 규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사진을 보면 한 아이가 '국정원이 왜 법을 어겨요'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아이가 나와서 손팻말을 들 정도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위기 상태다.

나는 촛불을 든 시민들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이 아니라 오히려 대한민국을 지키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방송사와 조중동 같은 보수 언론들은 관심이 없다. 촛불이 1만 개가 타오르는 데도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들은 무엇을 보도했을까.

바로 '귀태 논란'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지난 11일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귀태에 비유한 것을 집중 보도하면서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조선일보>는 13일 치 '당 대변인이 당 끌어안고 동반 자살하자는 건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얼핏 들으면 박근혜 대통령과 그 아버지 박정희 전(前) 대통령에 대한 저주(詛呪)처럼 들린다"며 "그가 저주하는 대상이 한 사람은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이고 또 하나는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이 대통령을 했고 또 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며 "자기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 자기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대한민국을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라고 한다면, 그를 어떻게 온전한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랄 수 있겠는가"라고 비난했다.

촛불 외면한 조중동

 조선일보 인터넷판 조선다컴 14일 2시 30분현재 메인화면. 귀태 발언을 집중보도하고 있다. 당연히 촛불은 찾아볼 수 없다.
 조선일보 인터넷판 조선다컴 14일 2시 30분현재 메인화면. 귀태 발언을 집중보도하고 있다. 당연히 촛불은 찾아볼 수 없다.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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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인터넷판인 <조선닷컴>은 14일 오후 2시 30분 현재 '귀태 논란' 관련 기사를 첫화면에 올려놨다. 하지만 서울광장에서 1만여 명이 촛불을 들었다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귀태와 국정원 부정선거 중 어느 것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일까. 귀태 발언도 분명 잘못이다.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 발언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발언은 아니다. 하지만 국정원 부정선거 개입은 민주주의를 부정했다. 그러기에 '1만여 촛불 분노'를 실시간은 아니어도 다른 언론사를 인용해서라도 보도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게 언론이 할 일이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야당 원내대변인 사퇴 부른 막말'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존재 의미를 부인한 말이었다"면서 "자식인 박근혜 대통령도 불인정한다는 해석도 가능했다, 공당의 원내대변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사인(私人)으로서도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막말이었다"고 홍 원내대변인을 맹비난했다.

그나마 <중앙일보>는 새누리당이 과거 야당 시절 막말을 한 것을 예로 들었다. <조선일보>보다는 조금 나은 대목이다. 이 신문은 "야당 원내대변인 사퇴 부른 막말대통령 폄하 발언은 역대 야당의 고질(痼疾) 중 고질이었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속사정이야 어떻든 그나마 발 빠르게 잘못을 인정한 셈이다, 다행"이라며 "여당도 못 이기는 척 사과를 수용하고 국회 정상화에 나서라, 새누리당도 야당 시절엔 못지않지 않았나, 이번 일을 계기로 여든 야든 앞으론 절대 막말은 안 된다는 걸 절감했으면 한다"고 여야가 모두 막말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앙일보> 역시 1만여 촛불에는 관심이 없었다.

<동아일보>도 '대통령 모욕 '귀태' 발언, 미국 의회라면 어땠을까'라는 사설을 통해 "홍 원내 대변인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일해 공인(公人)이 취해야 할 언행과 도리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더구나 누구보다 말을 가려 써야 할 원내 대변인이 대통령을 '귀태의 후손'이라고 지칭한 것은 저질 폭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귀태'가 저질 폭언이라면 국정원 부정선거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저질행위다. 촛불시민 분노를 생생하게 전해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동아일보>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귀태'에 집중한 방송사들

 뉴스데스크 12일자 보도화면 갈무리
 뉴스데스크 12일자 보도화면 갈무리
ⓒ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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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는 귀태 발언 파문이 일었던 지난 12일 ''귀태 발언' 국회 파행... 홍익표 원내대변인 사퇴'와 ''귀태' 어떤 뜻으로 쓰였나?' 두 꼭지를 보도했다. SBS <8시뉴스>도 '귀태 파문 확산... 홍익표, 원내 대변인직 사퇴'와 '귀태 발언에 정치권 떠들썩... 무슨 뜻이길래?' 기사를 연이어 전했다. 하지만 역시 1만여 개 촛불이 켜진 지난 13일 서울광장에는 관심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분노한 '귀태'는 집중 보도하고, 발언 당사자를 향해 분노하면서 민주주의를 바라는 촛불시민들 분노를 전하지 않는다면 '할 말은 하는 신문'이라고 할 수 있겠나. '국민의 방송'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럼 KBS는 조금 다를까? KBS 뉴스에서 프로야구 이색시구는 찾아볼 수 있어도 촛불은 찾을 수 없었다.

"요즘 프로야구 인기만큼이나 큰 화제가 되는 것이 바로 시구입니다. 전 리듬체조 선수인 신수지는 이색 시구 한번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7월 13일 KBS <뉴스9> '이색시구 인기폭발' 중)

 7월 13일 KBS <뉴스9> 갈무리, 프로야구 '이색시구'는 보도해도, 촛불은 보도하지 않는 공영방송 KBS의 현재 모습이다.
 7월 13일 KBS <뉴스9> 갈무리, 프로야구 '이색시구'는 보도해도, 촛불은 보도하지 않는 공영방송 KBS의 현재 모습이다.
ⓒ KBS뉴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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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2013년 7월 대한민국 신문·방송사들의 현실이다. 프로야구 시구보다 못한 1만여 촛불. 박근혜 정부로서는 방송3사와 조중동이 고마울 법하다. 하지만 민주시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단신으로도 보도하지 않는 언론사가 정말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언론사인지 묻고 싶다. 한 누리꾼은 이렇게 분노했다. 참 서글프다.

"고속도로를 건너다 사고가 난 맷돼지도, 도봉산 등산로에 나타난 맷돼지도 뉴스에 떠들면서, 시청광장에 수만 개의 촛불이 밝혀져도 외면하는 언론과 방송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부끄럽고 쪽팔린 줄 알아야 한다."(@p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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