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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29·30대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세현 원광대 총장이 8일 전북 익산 원광대 총장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29·30대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세현 원광대 총장이 8일 전북 익산 원광대 총장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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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원광대학교 총장은 통일부 출신 첫 통일부 장관으로, 또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통일부 장관과 노무현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으로 연임한, 두 정부에서 연이어 장관에 임명된 첫 사례로 꼽힌다.

두 정권을 잇는 통일부 장관이었으니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상징하는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 총장은 자신에 대한 그런 평가를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사실 정 총장은 1977년 통일부에 들어갔으니 박정희 정부 때 통일문제와 인연을 맺은 셈이다. 이후 전두환 정부에선 남북대화 실무를 맡았고, 김영삼 정부에선 3년 반 동안이나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냈다. 보수정권의 대북정책에도 관여해온 점을 고려하면, 역대 정권의 대북정책을 평가하기에 그만큼 적합한 이도 없어 보인다.

ⓒ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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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정 총장이 최근에 통일문제에 대한 책을 냈다. 이번에 낸 '정세현의 통일토크'(서해문집)의 내용은 자신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역대 정부 시기의 남북관계를 짚어보는 1부와 통일 문제를 진전시키기 위한 그의 제언이 담긴 2부, 자신이 남북관계 현장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모은 3부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은 남북관계 전문가들이나 알아들을 전문용어를 피하고 최대한 쉽게 쓰였다는 게 특징이다. 마치 얘기하듯 문장이 경어체로 돼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독자에게 최대한 친근하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바람이 느껴진다.

지난 8일 전북 익산의 원광대에서 만난 정 총장은 "요즘 젊은 대학생들 중에도 할아버지뻘, 아버지뻘의 대북관을 갖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굉장히 보수적이고 북한에 대해서도 아주 냉정하다. 한민족이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정 총장은 "이제는 통일의 당위성을 그저 민족사적 당위성 갖고는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책을 쓴 동기를 밝혔다.

독일 통일 과정은 흔히 '통일비용이 너무 많이 든 반면교사'로 얘기되곤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남북의 통일비용이 엄청날 것이란 연구도 많다. 그러나 정 총장은 많은 연구들이 통합과정에서 드는 비용만 계산했지, 통일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드는 군비 등 분단비용, 통일을 이룬 효과로 생기는 편익을 합산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결국 통일로 인한 편익이 비용보다 훨씬 컸다는 건 통일독일이 유럽의 최고부자가 된 것에서 알 수 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

정 총장은 10일 개성공단 중단 사태 재발방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남북 실무회담에 대해 "북측의 일방적인 책임시인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한다면 해법을 찾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동안 남북 협상을 보면 '이런 사태가 난 것에 대해 서로 유감을 표시하면서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쌍방이 같이 노력하기로 한다' 이런 식으로 결론 나는 일이 많았다"면서 "북측의 '항복문서'를 받으려고 한다면 끝이 없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걸 "불행한 일"로 평가한 정 총장은 "당장 남북대화가 어려워지고 그렇진 않을 거다. 그러나 남북관계를 통일지향적으로 가져가는 큰 그림을 그릴 때는 정상이나 총리급에서의 깊은 얘길 해야 하는데, 회의록 공개로 그게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장관 등 참여정부에 몸담았고 정상회담 당시 정황을 잘 아는 이들이 침묵하는 상황에 대해 그는 "그 사람들은 이런 내용들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입을 다물고 있어 답답한 마음"이라며 "그 사람들이 전문성 있게 발언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느냐의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세현 원광대 총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개성공단 국제화, 이전 정부에서도 검토했지만 실질적 한계 있어"

- 지난 6~7일 남북 실무회담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일단 잘된 것으로 본다. 처음엔 지금껏 박근혜 정부 스타일로 봐서 원칙적으로 해결이 안되면 기술적인 문제도 한 발짝도 안 나갈 줄 알았더니 쉬운 것부터 합의를 했다. 선이후난(先易後難)으로 간 것이다. 이번 회담에는 우리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나갔다고 봐야 한다. 의제를 원부자재 반출에 한정하지 않고. 정상화 문제로 확장하면서 계속 대화가 이어지게 됐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 '입주기업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고 본다."

- 10일 개성공단 정상화와 사태 재발방지 문제를 논의하는 후속회담이 열린다.

"후속 회담에서 제기할 개성공단 정상화와 사태 재발방지 문제도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으로 본다. 그러나 북측의 일방적인 책임시인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한다면 해법을 찾긴 어려울 거다. 그동안 남북 협상을 보면 '이런 사태가 난 것에 대해 서로 유감을 표시하면서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쌍방이 같이 노력하기로 한다' 이런 식으로 결론 나는 일이 많았다. 북측의 '항복문서'를 받으려고 한다면 끝이 없을 거다."

- 그렇지만 정부의 입장이 '과거와 같은 남북관계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 규범이 통용되는 개성공단'을 내세워 해외 기업을 입주시킨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 개성공단 사업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고민했던 게 바로 그런 문제다. 북한은 '동족끼리'를 내세워 '이런 건 좀 넉넉하게 해 달라'는 등 특혜를 달란 것도 많고 국제기준을 적용 않으려고 하는 게 있다. 그런 상황에서 외국 기업을 개성공단에 끌어들이면 좀 낫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 땅에 만들어진 공단이라 미국의 수출통제규정 (ERA)을 지켜야 하는 문제가 있다. 미국 기술이 10%만 들어간다면 미국 상무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IT산업이 개성공단에 못 들어간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 '땅 내줘서 공단 만들었더니 냄비나 만들고 바느질이나 하고 있다'고 여러 번 불평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29·30대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세현 원광대 총장이 8일 전북 익산 원광대 총장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29·30대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세현 원광대 총장이 8일 전북 익산 원광대 총장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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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중소기업 입장에서 개성공단은 말이 통하면서 인건비가 싸다는 면에서 중국·베트남·라오스보단 훨씬 경쟁력 있다는 게 매력이다. 인건비 면에서 중국보다 싸고 제품 수송비도 적게 든다. 그런 걸 하나 더 만들려고 한 게 해주 특구였다.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게 북한이 함부로 손을 못 대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북한이 함부로 할 수 없는 나라의 기업이 들어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미국과 일본에서 개성에 들어가서 봉제공장 정도를 하려고 하겠는가. 중국에는 이미 북한의 인력이 불법노동자 신분으로 저임금 3D 업종에서 이미 중국 노동자들을 대체하고 있는데 굳이 개성공단에 들어오려고 하겠는가. 미국 ERA가 풀리지 않아 첨단기술이 못 들어간다면 외국 기업 중에는 들어가려는 기업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저 멀리 있어 물류비용이 큰 유럽에 있는 나라에서 들어올까?

우리는 북한과 이중과세를 방지하는 등 공단 입주기업들에 여러 혜택을 주고 있지만, 해외 기업들에게도 같은 혜택을 줄 수 있겠는가. 국민의 세금으로 해외 기업에 이득을 주는 데에 반발이 없겠나. 개성공단에 외국 기업을 유치해서 불안정성을 해소하려는 생각을 이전 정부 사람들도 생각하지 않은 게 아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그런 한계들이 있었다."

- 회담 뒤 정부의 평가도 그렇고 이번 회담 성사과정에서 북한이 개성공단 재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무엇 때문이라고 보는지.
"이번 회담뿐 아니라 최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러시아까지 가고,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이 중국 가고. 이렇게 하는 걸 보면 남북 당국간 회담의 모양새를 어떻게든 만들어놔야만 6자회담으로 갈 수 있다는 판단이 있지 않았나 한다.

이는 미국 양자회담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북한이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의하자마자 오바마 대통령이 G8 정상회담을 위해 북아일랜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다. 아무것도 급할 게 없으면 실무선에서 처리하면 된다. 그렇게 급하게 한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건 것은 단순히 북한의 제의사실을 알리기 위해선 아닐 것이다.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박 대통령이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된다'는 얘기를 했다고만 발표됐지,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대해 뭐라고 반응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마도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제의를 최고 리더십 차원에서 활용하고 싶은 게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한중 정상회담의 상세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밖으로 알려지지 않은 메시지가 있었을 걸로 본다. 중국은 '한국 정부가 자꾸 이렇게 격 문제 같은 걸로 까다롭게 했는데 이대로라면 북핵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만들 수 없는 것 아니냐. 북한은 6자회담으로 가고 싶어서 저렇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북핵문제에 있어 일정한 성과를 거두는 게 좋지 않겠냐'는 정도로 설득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그렇지만 미국도 '2·29합의 플러스 알파'를 먼저 조치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현재 한국·미국·일본이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데.
"6자회담은 열릴 것이다. 지금 6자 중에서 절반, 북한·중국·러시아가 한 편이 돼 6자회담을 빨리 열자고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계속 거부할 수 있겠는가. '플러스 알파'가 대단한 것일 수가 없다. 미국이 얘기하는 '선조치'가 북한이 먼저 조치를 다 해놓아야 회담에 임할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 최근엔 러시아가 6자회담이나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간단하다. 한반도가 안정되면 가스관과 철도연결을 통해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쪽 가스관을 서해나 동해쪽으로 해서 한국으로 연결하는 얘기들이 나오지만 가장 경제성이 있는 건 바다가 아닌 땅을 통해 연결되는 것이다. 가스관이 가장 짧은 거리로 통과하는 게 가장 경제성이 있다.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시베리아 노선과 연결되고 부산에서 유럽으로 통하게 된다. 철도는 거리 당 통행요금을 받는다. 그래서 북한도 이에 대해 관심이 많다."

"전문가 모인 주무부처에 재량권 주는 게 권력자의 금도"

- 요즘 청와대가 남북관계를 꽉 틀어쥐고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가 전두환 대통령은 잠깐 겪어봤지만, 아주 미세한 데까지 지시를 내리는 스타일이었다. 북한에 보내는 서한 문안이나 회담 발언문까지도 대통령 지시에 의해 고칠 정도였다. 그런데 1984년 9월 북한의 대남수재물자 지원 제안이 왔을 때, 이건 북한의 대내외 선전전이기 때문에 거절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통일부 장관이 '이번에 수재물자를 받아버리는 북한이 앞으로는 쓸데없는 장난을 못 칠 것'이라고 설득해서 결국 방침이 수재물자를 받기로 방침이 바뀌었다.

북한이 재처리된 플루토늄의 전용 가능성을 언급했던 2003년 10월 청와대에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선 대북 쌀 지원을 계속해야 하느냐가 핵심이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렇고 참석자들 분위기가 '여론이 안 좋으니 쌀 지원 중단하자'는 것이었다. 내가 '여론에 따라 정책을 이랬다 저랬다 하면 그게 정부냐, 통일부를 없애버리는 게 낫겠다'고 강하게 나갔고 고영구 국정원장과 고건 총리가 지원사격을 하면서 대통령이 '이번에는 주무부처 얘기를 듣자'고 결론냈다. 

권위주의 정권이었던 박정희 대통령, 전두환 대통령 모두 세세하게 지시했다. 토론하길 좋아했던 노 대통령도 그런 경향을 보였다, 이게 대통령에게는 많은 정보가 집중되니까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착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주무부처의 생각을 국가 방침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는 게 권력자로서의 금도라고 생각한다."

- 현재까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한다면.
"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다. 구체적인 로드맵은 나오지 않았지만, 남북간에 신뢰를 쌓아가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 남북관계로 들어가서 북핵 출구로 나오는 걸로 생각했고 기대가 컸다. '비핵개방 3000'은 북핵이 입구이고 개방이 출구였던 것이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북한 개방이 입구이고 북핵이 출구인 것으로 보여서, 이번엔 순서를 제대로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그게 아닌 것 같다.

사실, 시기적으로 새 정권이 신뢰프로세스를 제대로 시작할 수 없도록 북한이 만든 측면이 있다. 작년 12월 12일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 대선이 끝난 뒤인데. 오바마 2기 정부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제는 좀  확실하게 딜을 하자'는 그런 차원에서 쐈다고 본다. 2일 3차 핵실험은 북한이 '우리를 계속 이렇게 창 밖에다가 내버려두면 무슨 일을 할 지 모른다'는 메시지다. 미국을 겨냥한 행동이지만 파편은 우리한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시작한다고 할 수가 없는 것 아닌가. UN제재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대로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할 수도 없고. 3월부터는 해마다 열리는 키리졸브훈련과 독수리훈련이 겹치는 상황에서 보통 결연한 의지를 가지지 않고선 화해와 협력의 길을 가긴 어려웠다고 본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깜빡 잊어버리지 않았나 한다. 금년 한미 연합훈련이 유난히 셌다.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차원에서 B-52폭격기가 오고 B-2 스텔스 폭격기까지 오지 않았나. 중국과 러시아도 놀랄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 사태가 터진 것이다. 공단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다. 금년에 유난히 세게 한 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북한이 개성공단에다가 화풀이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 언제든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평화협정으로 가고자 하는 계기를 만들려는 의도도 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29·30대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세현 원광대 총장이 8일 전북 익산 원광대 총장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29·30대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세현 원광대 총장이 8일 전북 익산 원광대 총장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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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로 정상급 '깊은 대화' 어려워져"

- 북한이 원하는 것은 평화협정이고, 미국은 비핵화와 평화협정체결이 같이 가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번 표명한 적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는 강하게 요구하지만 평화체제 이행 얘긴 하지 않고 있다. 이 정부에서 평화협정은 터부시되는 것 같기도 하다.
"북한이 1961년 미군철수를 전제로 한 평화협정 제안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단번에 거부했다. 미군을 뺀 뒤 남침하려는 위장평화공세로 본 것이다. 그 뒤 1974년 북한이 미국에 직접 평화협정을 제의한다. 우리를 빼고 평화협정을 한다는 건 우리를 한반도 평화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거부반응을 보였다.  1992년에 김용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를 미국에 보내, 북·미가 수교하면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용인하겠다고 했다. 당시 북한의 메시지는 '흡수통일이 되지 않게 우리를 좀 구해달라'는 것이었다. 2000년 10월에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북한은 미국과 관계가 정상화되면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전협정과 군사대치 상황이 여전한 상황에서 남북이 서울과 평양에 상주하는 연락대표부를 두려고 해도 지금 상태에선 안된다. 평화협정이 돼야 가능해진다. 북핵문제가 터진 뒤엔 평화협정 문제가 단독 협상 카드가 되는 게 아니라 핵문제·수교문제·평화협정 3개가 서로 물리고 물린다. 미국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런 내용이 2005년 9·19공동성명에 반영됐는데, 2항이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수교한다는 것, 4항이 관련 당사국들이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논의하자는 정도로 반영됐다. 그런데 2009년 2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미국은 수교도 하고 평화협정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평화협정의 우선순위를 확 당겼다. 이런 얘기는 이후에도 반복됐다. 북한은 북·미대화를 절대 포기하지 못하고 미국이 결심만 하면 이뤄지는 상황이 됐다.

'북한이 미군철수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한 말이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이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일을 직접 만나라'는 얘길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다. 불행한 일이지만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가 됐다. 그 대화에서도 미군철수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시절에 반대편에 서 있던 사람들이 지금 정부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어서 이런 내용을 몰랐던 것이라 생각한다."

- 현 정부의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국방부장관·통일외교안보수석·합참의장직을 맡았다. 김장수 실장과 윤병세 장관은 박 대통령이 후보시절일 때부터 대선 캠프에서부터 활동했다. 이런 내용들을 몰랐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사람들은 이런 내용들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입을 다물고 있어 답답한 마음이다. 그 사람들이 전문성 있게 발언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느냐의 문제로 본다."

- 회의록 공개가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
"당장 남북대화가 어려워지고 그렇진 않을 거다. 그러나 남북관계를 통일지향적으로 가져가는 큰 그림을 그릴 때는 정상이나 총리급에서의 깊은 얘길 해야 하는데, 회의록 공개로 그게 어려워질 것이다. 회담에서 상대방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추켜세우면서 자기 페이스로 끌고 가는 걸 해야 하는데, 이제 그걸 못하게 된 것이다. 회담에 임하면서 정치적인 데미지를 생각하게 되면 굉장히 절제된 표현만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 그렇지만 '북한의 말을 어떻게 믿느냐'는 게 일반적인 인식 아닐까.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공동어로구역 설정 구상을 'NLL포기'로 받아들이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결국은 '북한의 약속을 어떻게 믿느냐'면서 반발하는 것 아닌가.
"공포, 이게 참 지우기 어렵다. 6·25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보수층의 대북관은 모순이라고 할까 이율배반적이다. 북한을 비난할 때는 '경제도 형편 없고 인민도 못 먹여 살린다', '북한은 이제 망했고 곧 붕괴할 것'이라고 하면서, 또 어떨 땐 해킹에도 능하고 온갖 나쁜 일은 다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유능한 나라로 묘사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은 6·25 때의 북한도, 위장평화공세를 하던 북한도 없다. 지금은 핵 하나로 경제지원 받아 체제를 유지하고 싶은 북한이 있다. 북한이 남쪽에 대해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이전보다 줄어들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 그런 면에선 언론도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남발한다든지 하면서 조장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예전에 통일부 출입기자가 '북한만큼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만주 벌판이 없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 어차피 북한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거다. 그런데 북한의 이미지를 그렇게 아무렇게 형성시키면서 남북이 서로 진정성 있는 대화가 되겠는가. 북한을 높여서 보자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자는 것이다. 그래야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

통일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지금 북한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은 가슴으로는 동포이고 머리 속으로는 적인 이중구조다. 머리 속에선 적이라도 결국은 통일해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절대로 다시 만날 일 없을 것처럼 나쁜 이미지를 떡칠해야겠는가.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누가 그 사람들과 통일하려고 하겠는가. 분단 이데올로기로 분단을 영속화하는 건 '통일비용 과다론'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아예 상종도 하기 싫게 만들어 놓으니."

"통일 후유증 시달린다던 독일, 지금은 유럽 최고 부자"

- 이번에 쓴 책에서 '북한에 대한 공포'를 언급했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6·25에 대한 트라우마로 북한에 대한 적대의식, 공포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요즘 젊은 대햑생들 중에도 할아버지뻘, 아버지뻘의 대북관을 갖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굉장히 보수적이고 북한에 대해서도 아주 냉정하다. 한민족이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통일비용론이 무책임하게 난무했고 이게 연일 언론에 보도됐고 TV를 통해 이런 걸 보던 아이들이 지금의 대학생들, 30대 초중반의 청년들 아닌가. '통일비용 과다론'을 매일 듣고 보던 사람들은 '통일 저거 엄청 돈 든다'고 생각하게 돼 버렸다. 그러나 그런 얘기들은 통일에 대한 비용만 부각시킨 거지, 분단비용이 있다는 것 또 통일로 인한 편익이 있다는 건 언급하지 않은 연구결과들이다.

흔히 '통일비용 과다론'의 예시로 동·서독 통일의 후유증이 강조되는데, 이는 원인에 대한 분석은 없는 것이다. 동·서독 통일과정은 본격 통합 이전에는 모범적으로 진행됐다. 후유증을 낳은 조치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동독 1 대 서독 2'의 명목상 화폐가치를 1 대 1로 통합해버리면서 동독 지역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갔다. 둘째, 분단 이전의 동독 지역 땅 문서를 갖고 있던 서독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동독 지역 땅 값이 올랐다.

선거를 앞두고 동독 표를 의식해 동독 화폐를 통합했고, 서독 표를 의식해 동독지역 내 땅 문서를 인정해버린 것이다. 그 결과 임금도 높고 부동산도 비싼 동독지역에 누가 공장을 짓고 사업을 하려고 하겠는가.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후유증과 독일 통일비용이 부각됐다. 그럼에도 결국 통일로 인한 편익이 비용보다 훨씬 컸다는 건 통일독일이 유럽의 최고부자가 된 것에서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이야기를 이번 책에 상세하게 쓴 것은 이제는 통일의 당위성을 찾는 게 그저 민족사적 당위성 갖고는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젊은이들이 통일비용을 걱정하면서 계산적으로 나온다면 나도 계산적으로, 숫자로 설득할 수 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통일이 되면 일자리가 더 생기고 한국 경제에 엄청난 활력을 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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