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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저임금은 시간 당 4860원이다. 해마다 5월 초부터 8월 초까지 다음 해 최저임금을 정하는데, 현재 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한창이다. 노사 및 공익 대표 등 각 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최저임금을 정하는데, 현 상황은 '막다른 골목'에 갇힌 느낌이다.

무엇보다 사태의 핵심은 사용자 단체를 대표하는 경총이나 전경련 측 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0원 인상" 하는 안을 내놓고 고집하는 일이다. 이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한국 경제가 위험하다."

생각해보면, 자본 측이 언제 "노동자 임금도 올리고 권리도 보장해야 살기 좋은 사회가 되고 경제도 순조롭게 발전한다"고 한 적이 있던가? 그들은 늘 "노동자 임금을 동결하고 구조조정을 해서 비용을 줄여야 경제가 발전한다"고 했고 늘 "임금 인상은 시기상조"였다.

결국, 지금까지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권익 향상이라는 헌법상의 권리 또는 노동법상의 권리는 결코 법이나 교섭 테이블에서 보장된 적이 거의 없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현장 노동자들의 가열찬 투쟁이나 사장과 같은 높은 사람에 대한 감금이나 극단적으로는 노동자의 분신 자결과 같은 극한 사태를 통해 자주 이뤄졌다. 이것은 세계 많은 나라들의 경험이기도 하다.

법이나 제도상의 논리처럼 노사가 '신의와 성실'의 태도로 상호 협상에 잘 이르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한 마디로, 자본의 탐욕 때문이다. 자본은 결코 '만족'이나 '충분함'을 모른다. 하루에만도 가볍게 1억 이상을 버는 자본가조차 더 많은 부를 차지하기 위해 형제자매 사이에 재판을 하는 세상이 아니던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민주노총대전지부 활동가의 1인시위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민주노총대전지부 활동가의 1인시위
ⓒ 대전충남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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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본의 탐욕을 채우기에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갈수록 한계를 노정한다. 가장 핵심은 이윤율 또는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윤율 저하의 이유는 한편으로 자본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기계나 설비 등에 과잉투자가 되기 때문이고, 다른 편으로는 주거, 교육, 의료 등 생활비용이 치솟으면서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요구 투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벌어진다. 이런 맥락에서 특히 제3세계를 초과 착취하던 자본의 입장에서는 식민지 해방투쟁이나 노동인권 향상 투쟁이 벌어질수록 초과착취의 기초가 약해진다. 게다가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천연자원 등 자연 생태계를 무자비하게 약탈하는 바람에 갈수록 그 원천이 고갈되고 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자본의 탐욕은 무한하되 그 탐욕을 무한히 채울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고 있다고 본다.

탐욕을 제어하는 데는 법이나 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시의원이나 군의원 등 중앙과 지방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정치행정 지도자들은 자본의 탐욕을 제어하려고 하기는커녕 그에 빌붙어 떡고물을 얻어먹으려 발버둥만 친다. 더 노골적으로는 아예 자본 증식을 위해 정치를 하거나 입법가로 나선다. 이런 면에서 국가는 자본이다.

그렇다면 자본이 아닌 정치는 가능한가? 가능하다. 어떻게? 풀뿌리 정치를 하면 된다. 일례로, 현재 최저임금 논란에서도 최저임금 심의위에서 파행이 거듭되자 알바연대와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등 풀뿌리 모임들이 '최저임금 1만원위원회'라는 연대체를 구성하고 투쟁 중이다.

이 연대체는 두런두런, 알바연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진보신당 청소년위원회, 청년좌파(준),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 혁명기도원, 회기동 단편선 등 8개 단체와 개인 50명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6월 10일 경부터 서울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나아가 '최저임금 1만원위원회' 회원 20여명은 6월 21일 낮 12시 경 청와대 정면에 위치한 경복궁 신무문 위에서 "4860원짜리 나쁜 시간제 일자리!"라는 제목의 펼침막을 내리고 유인물을 뿌리는 등 기습시위를 벌이다 박정훈 알바연대 집행위원장 등 5명이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또, 이들은 6월 14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경총 건물 처마 등 인근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7명이 경찰에 강제 연행되기도 했다. 이들은 경총 소속 "재벌들이 일감몰아주기와 편법증여, 조세피난처 등을 통해 막대한 사회적 부를 축적하면서 최저임금이 소득의 전부인 노동자, 민중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규탄했다.

운동이 이런 정도이니, 자본 측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위원회'가 몹시 껄끄러울 것이다. 경찰이 이들을 계속 잡아가는 것도 결국은 경찰이나 국회, 최저임금 심의위원회 등이 누구의 편인가를 확인시켜주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현실화될 것이라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 또, 설사 그것이 현실화한다고 해서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지만 최저임금 1만원 위원회가 현재의 조건 속에서도 이런 주장을 하는 까닭은 이것이 '가장 현실적'이라 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현실성'은 현재의 사회경제적 조건에서 최저 생활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이런 면에서 보면 심의위원회의 노동계 대표가 제시한 5910원조차 터무니없이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대표 측이 '절대 인상 불가론'을 펼치는 것은 막판에 5,000원 정도로 합의를 보려고 작전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부른다.

그렇다면, 과연 사용자 대표 측은 그 자녀들에게 시간급 4860원 내지 5000원 정도로 일을 시킬 것인가? 아니면 그 자녀들이 그런 대접을 받으며 알바 생활을 하는 것에 만족할 것인가? 그들은 "연봉 수십억씩 받아가면서 연봉 천만 원짜리 노동자 월급은 못 올려 주겠다는" 억지 논리를 편다. 그러니 "인간의 탈을 쓴 악마"라는 비난까지 나온다.

실제로, "10대 대기업의 지난해 결산서를 보면, 자본금의 14배가 넘는 돈을 투자하지 않고 곳간에 쌓아놓고 있으면서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파렴치를 범한다. 게다가 지난해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 후보 모두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공약했다. 특히 박근혜 후보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기본으로, 소득분배 조정분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선은 대통령이 나서서 공약을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으로 국정조사가 열리냐 마느냐, 부정선거로 뽑힌 대통령 아니냐, 하는 판국에 대통령 공약 사항마저 헌신짝 버리듯 한다면 현 정권의 정당성 자체가 위험에 처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월급 기준 120만 원 미만을 받는 저임금노동자가 현재 468만 명으로, 열심히 일을 해도 매월 빚을 지고 살아야 하는 '적자인생'이 갈수록 는다. 이런 식으로 한국 사회는 날마다 부지런히 일하면서도 갈수록 '20대 80 사회'를 넘어 점차 '10대 90 사회'라는 극단적 양극화 사회로 이행 중이다.

가장 중요한 법인 헌법은 10조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을 말하고, 34조는 복지권을 보장한다. 나아가 119조는 경제 민주화를 강조한다. 나는 헌법의 이런 정신만 제대로 지켜도 최저임금 문제는 다 풀린다고 본다. 결국,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투쟁은 헌법 정신을 둘러싼 투쟁이다. 최저임금은 인건비가 아니라 인권이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을 쓴 강수돌 교수는 고려대 경영학부에 있으면서 세종시참여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대전충남인권연대 뉴스레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최저임금, #최저임금1만원위원회,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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