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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는 해상공사감시단원들
 출발하는 해상공사감시단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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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카약 한 대는 나가서 감시를 하자."

강정마을 해군기지 해상공사 감시팀 SOS(Save Our Sea)의 송강호 박사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별명이 '물귀신'인 송강호 박사는 속된 말로 해군이, 혹은 해경이 '찍은' 자다. 그가 해상공사를 감시하러 바다에 나가면 해경 보트 두 대는 기본으로 따른다. 한 대에는 일반 구조대원이 아니라 수사과 혹은 정보과의 해경이 탄다. 그를 언제든 다시 감옥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했다. 우리가 카약을 타고 바다에 나가고, 송강호 박사는 포구에서 우리를 지켜보는 것으로. 둘의 역할을 바꿔보자고.

휴대폰을 방수케이스에 제대로 넣었는지, 진동은 벨로 바꾸어 놨는지 꼼꼼히 확인하며 배웅하는 송강호 박사님.
▲ 잘다녀와요, 핸드폰 소리나게 켜놔요 휴대폰을 방수케이스에 제대로 넣었는지, 진동은 벨로 바꾸어 놨는지 꼼꼼히 확인하며 배웅하는 송강호 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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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송 박사는 바다에서 매섭게 몰아붙이는 오탁방지막 점검선과 해경에 대처하기엔 우리가 좀 미덥지 못하다고, 혹은 안전이 걱정된다고 생각한 듯했다. 지난달 24일 해상감시활동 중 오탁방지막 점검선이 돌진하여 바다에 빠진 경험이 있는 그였으니 걱정은 당연하다. 허나 그는 원래 포용력이 넓고 한다는 것을 말리지 않는 자이다. "그래, 그럼 나가봐"라며 우리에게 카약을 내주었다.

오탁방지막점검선은 오탁방지막 점검보다는 오탁방지막을 살펴보는 해상감시단에게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해상감시단의 카약에 위협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때이다.
▲ 바닷가를 돌아다니고 있는 오탁방지막점검선 오탁방지막점검선은 오탁방지막 점검보다는 오탁방지막을 살펴보는 해상감시단에게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해상감시단의 카약에 위협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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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은 송 박사가 아니라 수줍음을 많이 타는 두 여성이 나간다고 하니 "잘 다녀오라"고 격려까지 해주었다.

우리는 오전 10시 30분경 카약을 타고 해상공사를 하는 강정 앞바다로 나갔다. 오늘의 목표는 대림이 맡은 제2공구의 사석투하 바지선에서 나오는 오탁수를 확인하고 오는 것이다. 출발은 순조로웠고 카약은 쌩쌩 잘 나갔다.

오탁방지막이 베베 꼬여있다. 아래 막채는 찢어져 바다아래에서 휘날린다. 오탁방지막은 바로 앞에서 이 모습을 보고도 점검하지 않는다. 오탁방지막 장신선
▲ 베베 꼬였네 오탁방지막이 베베 꼬여있다. 아래 막채는 찢어져 바다아래에서 휘날린다. 오탁방지막은 바로 앞에서 이 모습을 보고도 점검하지 않는다. 오탁방지막 장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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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를 벗어나자마자 오탁방지막을 연결한 끈들이 바다에서 휘날리는 것을 보았다. 처음부터 문제 상황을 잡아내다니, 인턴 감시단으로서 운이 좋다. 이 밧줄들이 강정포구에서 출항하는 배의 프로펠라 등에 끼어 배의 성능을 떨어뜨리고, 고장 내기 일쑤다. 알려진 것만 14건의 사고가 있었다. 일단 찍었다. 곧이어 오탁방지막 점검선이 따라붙는다. 우리가 자신들이 그어놓은 선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 생각하는지 우리를 촬영하며 따라붙는다.

찢어진 막채로 괜찮습니까?
 찢어진 막채로 괜찮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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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공사 중 오염저감을 위해 설치해 놓은 오탁방지막의 막은 없고 튜브만 동동 떠 있다. 해군사업단이 이 겉모습만 보고하니 제주도청은 "그래도 해군기지가 공사 참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구나 싶다. 길게 이어진 오탁방지막의 아래를 살펴보니 찢어진 막도 많고, 바다 속에 가라앉아 뚫린 것이나 다름없는 구간도 심심찮게 보인다. 심지어 새 것으로 설치한 오탁방지막의 경우 막채를 감아 묶은 끈을 아예 풀지도 않았다.

▲ 포구 뉴스, 오탁방지막을 살펴보다 부실한 오탁방지막 설치 및 보수 관리에 대해 꼬집고자 했으나 멀미로 인해 목소리에 힘이 없다. 중요한 것은 오탁방지막의 꼴이 말이 아니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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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강정 앞바다 생태계, 나아가 서귀포 해양 생태계 그리고 제주도의 자연환경까지 서서히 위험해질 것이 뻔하다.

막채를 묶은 끈을 풀지 않고 그대로 설치했다. 방지막 기능은 전혀 없다. 한두 군데 실수가 아니라 여러 개의 오탁방지막이 이런 상태로 설치되었다. 강정 앞바다의 파도를 버티게 하려고 아예 막을 감아 올린 듯하다. 오탁방지막 장식품.
▲ 새로 설치한 오탁방지막 막채를 묶은 끈을 풀지 않고 그대로 설치했다. 방지막 기능은 전혀 없다. 한두 군데 실수가 아니라 여러 개의 오탁방지막이 이런 상태로 설치되었다. 강정 앞바다의 파도를 버티게 하려고 아예 막을 감아 올린 듯하다. 오탁방지막 장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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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방지막의 막채가 찢어졌다.
▲ 오탁방지막이 아닌 오탁방류막 오탁방지막의 막채가 찢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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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보다 이때의 문제는 우리의 속이 파도의 울렁거림을 더 이상 참지 못한다는 점이다. 2인용 카약의 앞쪽에 탄 나는 이미 노를 치우고 뒤로 누웠다. 연신 "미안해 미안해"를 중얼거리지만 치밀어 오르는 구토를 참을 수 없다. 뒤에 앉은 여성분은 괜찮다며 계속해서 노를 저어갔다.

이 와중에 오탁방지막 위에 어떻게 온 것인지 수수께끼 같은 벌레 한 마리를 발견했다. 이 망망대해에! 아마도 오탁방지막이 육지에서 운반될 때 붙어 온 것은 아닐까? 카약 위의 두 여성은 어지러움을 참고 이 벌레를 육상으로 옮기기 위해 이리 오라고 부르고, 바다에 떠다니는 나뭇가지를 주워다가 그 위에 벌레를 살포시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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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구출은 못했지만 망망대해에서 길잃은 벌레를 안전히 육지로 모셨다.
▲ 벌레 구출의 보람도 인명구출은 못했지만 망망대해에서 길잃은 벌레를 안전히 육지로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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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케이슨 뒤에 숨어 우리가 이 일로 시간으로 보내는 사이, 송 박사는 한참을 보이지 않는 우리가 걱정되었는지 "괜찮냐"며 전화를 했다.

원래의 목적지였던 남쪽 케이슨 끝의 사석투하 바지선을 바라보았다. 이미 점심시간이 되어서인지, 바다에 넣을 돌을 다 써서인지 더 이상 작업을 하지 않는다. 우리의 속도 더 이상 참기 힘들고 어지러움도 심해진다.

결국 중간지점까지 와서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포구로 돌아왔다. 나온 시각 12시 30분경. 강정마을 해상공사감시팀 SOS가 다시 한번 대단하다 생각된다. 그들은 몇 시간이고 환경오염을 자행하는 공사현장에서(물론 바다 위) 버틴다. 도움을 요청한다. 항의한다. 증거를 모은다. 그러다가 연행된다.

송 박사는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기꺼이 "어서 돌아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점심을 먹은 뒤 동쪽 바다에서 흙을 퍼내는 바지선의 이중오탁방지막이 부실하다며 바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날 돌아오지 못했다. 서귀포 해양경찰은 해상공사감시를 위해 바다에 들어간 송강호 박사와 한 성직자를 업무방해죄로 체포했다(서귀포 해양경찰이 송강호 박사를 체포한 사건은 다음 기사에서 이어가겠습니다).


태그:#강정마을, #해군기지, #해상공사, #송강호, #포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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