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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를 부르노라면 속에서 뭔가 울컥 올라올 때가 있었다. 정주영 회장이 소 몰고 북한 가고, 금강산 관광이 성사될 때는 '통일'이 손에 잡히는 듯도 했다. 텔레비전에 방영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 테이블에서 담소 나누는 장면'은 우리에게 '통일'이 이웃집에 놀러가는 것쯤 느껴지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6월 현재, 통일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에게 얼마나 먹힐까. 관심이나 있을까. 아니 가슴 뛰는 것은 고사하고, 가슴이나 답답하게 하는 건 아닐까.

'좌빨(?) 오연호'와 '스님 법륜'의 통일 이야기가 설득력 있을까

<새로운100년>, 법륜.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 펴냄, 2012. 5. 17
▲ 새로운100년 <새로운100년>, 법륜.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 펴냄, 2012. 5. 17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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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에 '오연호 대표(오마이뉴스)가 묻고 법륜 스님이 답하는 형식'의 통일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소위 진보적인 신문사 대표와 불교 스님이 통일문제를 다룬 거다. 이 책 초반에 그들도 이 부분이 신경 쓰였던지 짚고 넘어갔다.

법륜 스님은 "오 대표는 너무 진보적이지 않나. 조국 교수와 <진보집권플랜>이란 책도 냈는데. 왜 하필 그와 통일을 논하는가?"라는 주위의 질문에 "내가 볼 땐 오 대표가 제일 낫다"며 '즉문즉설의 대가'답게 딱 잘라 말했다. 오 대표는 "법륜 스님이야 한나라당과 청와대로 강연도 다니시니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분이라 괜찮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그렇게 말했음에도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각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군다나 이 책의 1쇄 출간일이 2012년 5월 7일이다. 그 후로부터 8개월 후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책 중간에도 "이명박 정부의 통일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서로 공감하고 있다. "투표만 잘해도 통일은 온다"고 그들은 강조하고 있다. 이젠 '성장의 리더십'에서 '투쟁의 리더십'을 지나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 대표가 "2012년엔 많은 사람이 정권교체를 열망하고 있다"고 말하자, "2012년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양극화를 해소하고 통일문제를 추진할 정책을 가졌느냐가 중요하다"고 법륜 스님이 말한다.

어느 쪽에서 보면 소위 '좌빨(?) 신문사'에서 기획한 통일대담이 순수해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리 이 두 사람이 '통일'을 이야기해도 어떤 쪽의 입장에 많이 기울여져 있고, 또 다른 쪽에선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법륜 스님이 들려주는 통일 이야기는 그의 표현대로 "가슴이 다시 뛰는 이야기"에로 우리를 초대한다. 오 대표가 말한 대로 "법륜 스님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분"이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왜냐하면 그가 들려주는 통일 이야기는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러면서 핵심을 찌르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가 통일문제를 푸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는 '역사의식'과 '경제비전'이다. 그 두 기둥은 우리에게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라'고 말하고 있다.

[역사의식] 왜 고려가 신라 아닌 고구려를 계승했을까 

스님은 "역사의식을 가지면 통일의식은 저절로 가지게 되어 있다"고 말한다. 역사의식? 그것은 우리 민족의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단군왕검과 고조선의 역사다.

스님은 "후삼국시대의 주역은 신라가 아니라 후고구려였다. 고려가 신라가 아니라 고구려를 계승한 건 의미가 크다. 만일 신라를 계승했다면 우리 민족의 역사를 2000년으로 축소했겠지만, 고구려를 계승함으로써 6000년 역사를 끌어안았다. 고구려 이전 부여, 부여 이전 고조선, 고조선 이전 배달의 나라 등이 이어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건 곧 통일의 문제가 단순히 당대 나라들의 정치적 통합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걸 역설하고 있다. 유구한 민족역사의 계승과 웅비를 담고 있다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남북통일 또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남북을 동시에 계승해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의식과 시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화를 입었던 과거 역사를 돌아보자고 강조했다. 스님은 "고려 말에 고려 정부가 원나라에 기대어 떠오르는 명나라를 보지 못하고 패망을 했다. 조선 초기엔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주도권이 넘어감을 인식하지 못하여 병자호란을 겪었다. 구한말 청나라에서 일본으로 주도권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지 못하고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다"며 그 예를 역사에서 찾아 드러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어떨까. 스님에 의하면 "지금은 미국에서 중국으로 주도권이 교체되어가는 시기"라 했다. 우리나라로선 오히려 통일과 민족웅비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아직도 미국이 주도하고 있으니까 계속 갈 거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라고 그는 못 박았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가는 길이 다름을 그는 강조한다.

[경제비전] 통일이 밥 먹여 준다

사람들에게 통일 이야기를 하면 바로 "통일이 밥 먹여주느냐"고 반문한다. 그 질문에 스님은 1초도 주저함 없이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그는 우리 사회가 강조하는 '양극화 해소'도 통일이 되면 해결된다고 말한다. '양극화 해소'와 '분단 극복'은 '따로 국밥'이 아니라 '하나로 국밥'이라는 거다. 통일이 되면 사회가 경제적으로 재편되고, 기회가 골고루 주어지며, 편중된 경제구조가 아닌 균형 잡힌 경제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시발점이 될 거라고 말한다.

그는 "당장 내일이라도 손을 잡고 통일되었으면 해요. 통일에 드는 비용보다 통일 후에 오는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죠"라며 통일 이후의 경제적 효과를 역설한다.

그는 "이렇게만 된다면 우리나라는 동북아의 갈등의 분쟁지에서 평화의 구심체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 통일조국은 동북아 경제를 주도하게 될 거라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양극화 해소와 통일'은 서로 맞물려 있다. "통일만 생각하면 개인 삶의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양극화 해소만 생각하면 민족적 비전이 없다"고 그는 역설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요즘은 사람들이 "통일운동보다 평화운동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갔다. 평화운동도 통일이 되어야 의미가 있다. 통일 이야기 하면 머리가 아프니까 먼 미래의 이야기로 넘기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 사회에 일침을 가한다.

어쨌거나 불도 닦는 스님이 대단하다. 민족역사면 역사, 군사정책이면 정책, 국방외교면 외교 등에 대한 식견이 정말 해박하고 명쾌하다. 오죽하면 "스님을 국회로"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다. 이 책에서처럼 우리에게 '새로운 100년'을 꿈꾸며 가슴 뛰게 해줄 사람은 어디 없나.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북 서평단으로서 작성한 기사입니다.



새로운 100년 - 오연호가 묻고 법륜 스님이 답하다, 개정증보판

법륜.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8)


태그:#새로운100년, #통일, #법륜스님, #오연호,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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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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