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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는 서비스 분야에서 수년째 '고객만족도 1위'라는 타이틀을 자랑합니다. 'A/S는 삼성이 최고'라는 말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고객들을 상대하는 기사들의 친절함과 신속 정확한 수리 덕분일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그 주인공들은 눈물을 흘립니다. 그들은 삼성의 옷을 입고 있지만 삼성의 직원이 아니었습니다. 협력사의 직원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삼성A/S의 눈물' 연속보도를 통해 고통 위에 세워진 '1등 서비스'의 실체를 확인하려 합니다. [편집자말]
삼성전자서비스의 GPA에 근무중인 서비스 기사의 유니폼에는 삼성 로고가 새겨져 있다. 같은 옷과 같은 일이지만 삼성전자서비스의 본사 직원과 협력업체인 GPA 직원들의 처우는 천차만별이다.
 삼성전자서비스의 GPA에 근무중인 서비스 기사의 유니폼에는 삼성 로고가 새겨져 있다. 같은 옷과 같은 일이지만 삼성전자서비스의 본사 직원과 협력업체인 GPA 직원들의 처우는 천차만별이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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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의 한 대구-경북지역 협력업체 사장이 20일 직원들에게 "삼성(전자서비스)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아 회사가 폐업된다"고 말해 파문이 예상된다.

<오마이뉴스>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협력업체 A 사장의 20일 조회 녹취 파일을 입수했다. A 사장은 이 파일에서 "(본사) SV한테 '포항센터 폐쇄하겠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분명히 문제 생긴다고 직원들에게 하지말라고 했지만 노조 가입하겠다고 했다"며 "내가 삼성에서 25년간 근무해서 잘 아는데 삼성은 노조를 인정 안 한다, 사업장은 폐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자(Supervisor)의 약자인 'SV'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본사 직원으로 지역센터 업무를 총괄한다.

이 센터의 직원들은 최근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 도급 의혹이 제기되자, 전국 센터 직원들의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노조 가입을 추진하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 파일에서 SV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의 관리자가 협력업체 사장에게 직원들의 노조 가입 활동을 이유로 회사를 폐업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는 부당노동행위는 물론, 원청과 하청의 관계가 경영상의 독립성이 없는 위장 도급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협력업체 사장 "(본사) 관리자에게 문자로 폐업 통보받았다"

대구-경북지역 협력업체 A 사장은 "사업장은 폐쇄되고 여러분은 실업자가 될 것"이라며 "여러분에게 협박하는 게 아니다, D센터에서 일어난 일이 우리 회사에서도 똑같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삼성에게 노조는 금기사항"이라며 "그래서 노사상생협의회를 만들어서 여러분들 의견을 해결해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D센터는 직원들이 사장에게 근로기준법 준수와 3년치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했다가 최근에 폐업한 곳이다. 이 협력업체는 폐업했지만 직원들은 다른 협력업체로 옮겨 대부분이 같은 센터에서 근무 중이다. 다만 체불임금 지급 요구를 주도했던 직원 2명은 해고당했다.

그는 또 협력업체 직원들의 온라인 네트워크를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어제 보니까 노조 가입한다는 거 인터넷에 다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자기는 자기가 챙겨야 한다, 누가 챙겨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꿈하고 현실하고 다르다"며 "하도급법 위반하면 전부 정식 직원 안 되겠나, 그건 꿈같은 생각"이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이 같은 발언이 녹취돼 외부에 제보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면서 말하는 걸 다 녹음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여러분이 회사를 제 직장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전날 부산-경남지역 협력업체 사장도 직원들에게 노조에 가입할 경우 계약해지된다고 말하면서도 삼성전자서비스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관련기사 : 삼성서비스 협력업체 사장 "노조 가입시 계약해지" 협박)

은수미 의원 "절대 허용할 수 없는 범죄"... 삼성전자서비스는 전면 부인

삼성전자의 자회사, 삼성전자서비스(주)가 업무대행 협력업체를 불법적으로 운영·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사 임원 출신을 '바지사장'으로 앉히고 협력업체 직원들에 대한 업무지시 및 각종 인사관리를 직접해왔다는 증거와 정황이 포착됐다.
 삼성전자의 자회사, 삼성전자서비스(주)가 업무대행 협력업체를 불법적으로 운영·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사 임원 출신을 '바지사장'으로 앉히고 협력업체 직원들에 대한 업무지시 및 각종 인사관리를 직접해왔다는 증거와 정황이 포착됐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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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들의 노조 설립에 대해 협력업체 폐쇄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매우 심각한 범죄행위로 절대 허용할 수 없는 부당노동행위다"라고 밝혔다. 이어 은 의원은 "전형적인 삼성의 이른바 '무노조 경영'의 원칙이 협력회사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 결과 협력회사 직원들이 정당하게 누려야 할 권리가 부당하게 박탈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 사장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협력업체를 시작한 지 두 달밖에 안 됐는데, 전혀 폐업할 이유가 없다"며 "저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나, 폐업 통보를 받았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도 "삼성전자서비스의 해당 SV는 폐업 통보 문자를 보내지도 않았고 '폐업'의 '폐'자도 꺼내지 않았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태그:#삼성전자서비스 위장 도급, #부당노동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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