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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19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를 통해 모은 10만273명의 국가정보원 불법 정치·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요구 청원 서명서를 전달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19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를 통해 모은 10만273명의 국가정보원 불법 정치·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요구 청원 서명서를 전달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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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내세운 국정조사 거부의 이유, 너무 궁색하다. 새누리당이 대한민국 '보수의 대표정당' 아닌가. 불법과 불의, 부당과 협잡, 편가르기, 집단이기주의에 뭉쳐 있다는 세간의 인식을 바꿔달라."

'보수주의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19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한 말이다. 그의 손에는 지난 14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를 통해 모은 10만273명의 국가정보원 불법 정치·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요구 청원 서명이 들려 있었다.

표 교수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거부 행태를 조목조목 반박한 뒤, 이를 당에 전달했다.

스스로 한 합의에 '위법 딱지' 붙인 새누리당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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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새누리당은 이날 각종 논리로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맞받아치며 '국정원 정국'을 난타전 양상으로 끌고 가던 중이었다. 자당의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국정원 국정조사 요구가 '국회법 위반' 사항이라는 주장부터 '색깔론', 그리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에 대한 국정조사를 먼저 실시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홍지만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국회법의 국정조사 및 감사에 관한 법률 제8조에는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돼 있다"며 "여야 원내대표의 '수사가 끝나면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합의사항 자체가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역시 전날(18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지도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거기(국정원 국정조사 합의)에 대한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합의파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홍 원내대변인은 '색깔론'도 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수사 실무 검사의 운동권 전력을 공개하며 수사의 정당성을 부정했던 것을 '재인용'한 것이다. 그는 "정치관여가 금지되어 있는 검사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 사회진보연대에 최근까지 후원금 또는 회비를 제공하는 활동을 한 것은 명백한 위법사항"이라며 "자신도 정치에 관여한 검사가 원세훈 원장을 정치관여한 혐의로 기소한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아직 검찰에서 수사도 종결되지 않은 국정원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기에 앞서서 NLL 관련 국정조사에 먼저 응할 것을 요구한다"고 '맞불 작전'에 나섰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NLL 포기 논란'과 관련, 국정원의 '각본설'을 주장한 것을 빌미로, 국정원 국정조사 요구를 '물타기' 하고 나선 것이다. 그 역시 이한구 전임 원내대표의 국정원 국정조사 합의에 대해 "졸속 합의라 봐야 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이 내세운 국정조사 거부의 이유, 너무 궁색하다"

표창원 전 교수는 이 같은 새누리당의 움직임을 호되게 비판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국정원 사건 본질은 민주당의 매관매직에 의한 국기문란이다'고 하는데 그러면 국정조사 통해 밝히고 국민이 심판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제보자인 전·현직 국정원 직원의 의도가 불순해서 검찰이 국정원법 위반 등으로 기소했다, 처벌하면 된다"며 "방법상의 불법은 책임져야 하지만 (국정원 사건의)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여직원 감금 수사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 수사 후 즉각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 합의를 이행할 수 없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일단' 끝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 전 교수는 "검찰이 '기소중지' 처분을 통해 일단 종결했다"면서 "피고소인인 민주당 당직자 등의 출석 조사 거부는 비난할 필요가 있지만 검찰이 강제구인이나 체포 등을 하지 않은 이유도 보실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필요하다면 이 부분도 국정조사에서 다루면 된다, 민주당이 거부하면 국민이 민주당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국정조사를 실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사안이 경미하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도대체 어떤 사안이 중한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6개월간 어느 누구도 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증거인멸 작업이 진행되고 나서도 5000여 건의 정치개입 댓글이 발견됐고 공소시효가 임박해 '확실하게 선거개입으로 볼 수 있는' 댓글로 추린 것이 73개"라며 "지금 '외국에 서버가 있는' 트위터 글들은 추가로 수백 개가 범죄사실에 추가됐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이 국정원 사건에 대해 "유행가처럼 지나가는 사안"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 "이번 사건은 유행가처럼 지나가는 게 아니라 애국가처럼 천년만년 국민들에 의해 불려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야의 국정원 국정조사 합의가 국회법 위반"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재판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며 "진행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면 그 자체가 법정모독, 사법방해죄 등에 적용될 것이다, 재판 중인 사안이라도 국정조사는 실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언제까지 국정원 '사이버 심리전' 성과에 기댈 건가"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4월 29일 오전 10시부터 30일 오전 12시 20분경까지 14시간여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 검찰조사 받고 나오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4월 29일 오전 10시부터 30일 오전 12시 20분경까지 14시간여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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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당' 답게 처신하라는 쓴소리도 이어졌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에선 '보수'가 조롱거리다, '반공과 애국'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워 반대편을 종북·좌빨'로 내몰고 자기편의 부정과 불의와 불법, 무례와 폭력을 모두 감싸 안는 '비겁하고 저급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오용되고 있다"면서 "새누리당이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 수용'으로 세간의 인식을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국정원 사건을 '한국형 매카시즘'으로 규정하며 새누리당이 이를 종결하고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도 고언했다. 표 전 교수는 "우리 국민이 반으로 나뉘어 서로를 '종북 좌빨'과 '수구 꼴통'으로 부르며 적대시하고, 영호남이 갈려 서로를 혐오한다, 국정원 '사이버 심리전'의 성과다"며 "대한민국 최대 정당인 새누리당이 이런 국론 분열, 국민 분열에 언제까지 기대고 의지할 것이냐"고 말했다.

이어, "야당, 진보진영, 여전한 운동권 논리 등 상대방의 문제도 있지만 '국가기관의 조직적 여론조작'이 문제의 본질이고 핵심"이라며 "국정조사에 합의해 망국적이고 구시대적 냉전논리인 '매카시즘'을 종결하고 새 시대를 열어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치역학과 정치공학, 정치전략 차원에서 본다면 국정조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게 유리하겠지만 우리 국민은 새누리당의 그 '똑똑한' 생각과 기발한 전술과, 뛰어난 수단과 방법 앞에 절망감을 느낀다"며 "부탁드린다, 부디 어렵지만 용기 있는 결정을 하셔서 대한민국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태그:#국정원 국정조사, #국정원 대선개입, #표창원, #원세훈,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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