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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기념 치유센터 전경 김근태기념 치유센터는 서울 성북구 정릉동 성가소비녀회 수도원 내 성재덕관에서 6월 25일 개소식을 연다.
▲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 전경 김근태기념 치유센터는 서울 성북구 정릉동 성가소비녀회 수도원 내 성재덕관에서 6월 25일 개소식을 연다.
ⓒ 인권의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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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이 땅의 수많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이하 김근태 치유센터)가 문을 연다. 김근태 치유센터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의 치유센터 기금 마련과 설립추진과정을 거쳐 오는 6월 25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성가소비녀회(수녀원) 내 성재덕관에서 마침내 개소식을 연다. 이날은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6월 26일)을 하루 앞둔 날이라 더욱 뜻 깊다. 

김근태 치유센터는 과거 독재정권하에서 발생한 고문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최근의 민간인 불법사찰 등 공권력 남용사건 피해자들의 정신적·신체적 외상 치유와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 전문치유센터이다.

2011년 인권의학연구소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고문피해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문피해자들의 76.5%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고, 우울(25.4%), 불안(31.9%) 등 정서적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었으며, 자살을 시도한 경우는 24.4%로 일반인 평균에 비해 2.4배 높았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 가족들의 경우도 비슷한 정도의 정신심리적 증상이 보고되어 고문피해자 본인과 그 가족들은 국가폭력을 경험한 지 20~30년이 지난 현재까지 고문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음이 드러났다. 

김근태 치유센터는 고문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치유상담 뿐 아니라 전문 치유·재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국가폭력 피해와 피해자 치유에 관한 연구 조사 활동, 고문 및 공권력 남용 방지와 피해보상 법제화, 고문 등 국가폭력 피해자 및 유족을 위한 사회연대 기금 조성, 국제고문방지기구들과 협력사업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송씨 가족, 김근태 의장 유족 등 피해자들과 순수 민간 후원으로 설립

고 김근태 민청련 의장 고문후유증으로 남몰래 고통받다 2011년 12월 파킨슨씨 병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 고 김근태 민청련 의장 고문후유증으로 남몰래 고통받다 2011년 12월 파킨슨씨 병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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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센터의 '이름'이 된 고 김근태 민청련 의장은 1970∼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다 1985년 서울 남영동의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이근안 등에 의해 전기고문과 물고문 등 살인적인 고문을 당했다. 김근태 의장은 그 후 남몰래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2011년 12월 30일 파킨슨 병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당시 고 김근태 의장의 영결식을 집전하며 함세웅 신부는 "우리는 모두 그에게 빚을 졌다"며 "오늘을 계기로 아직도 고통 중에 있는 수많은 고문 피해자들을 위한 치유센터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2012년 10월 고문 피해자·유족을 포함 각계 인사 70여명이 위원으로 참여한 설립추진위원회와 집행위원회가 꾸려졌다. 참여자들은 정치인이라기보다 민주주의자로서, 고문생존자로서 김근태 의장의 뜻을 기리고, 아직도 숨죽여 신음하는 이름 없는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성원하고 치유하는 시대적 과제 해결에 뜻을 함께했다. 

고 김근태 의장의 부인인 인재근씨가 내놓은 기금이 김근태 치유센터의 종잣돈이 됐고, 정부나·기업의 후원 없이 일반 시민들의 기부 그리고 성가소비녀회 수녀원의 장소 제공에 힘입어, 설립추진을 시작한 지 약 1년 6개월 만에 그 문을 열게 되었다. 특히 1980년대 '송씨 일가 간첩단 조작사건' 피해가족이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 가운데 1억 원을 후원하는 등 과거 국가폭력을 경험했던 이들의 크고 작은 기부 행렬이 순수 민간의 힘으로 치유센터 설립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필리핀, 인권피해자 위해 2억 달러 보상금 지급 법안 통과

고문 범죄는 그 속성상 대표적인 국가범죄이자 반인간적 범죄로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국가의 사과와 배상, 치유 책임이 필수적인데, 최근 외국에서는 과거 국가범죄에 대해 국가가 사과하고 배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010년 6월 15일 영국정부는 1972년 영국 공수부대원에 의한 북아일랜드 민간인 살해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14명의 민간인 사망사건에 관한 재조사는 1998년 토니 블레어 총리의 지시로 시작되어 1억9500만 파운드(약 35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12년 동안 1400여 명의 증언을 청취하고 5000여 쪽, 10권에 달하는 방대한 보고서로 정리되었다.

2010년 6월 영국 캐머런 총리는 하원에 출석해 직접 보고서 내용을 설명한 후 정부를 대표해 희생자와 유족에게 "먼저 총을 쏜 것은 군인들이었습니다. 학살에 대해 매우 후회스럽게 생각하며 그날 일어난 일은 정당하지 않고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라고 용서를 빌었다.

올해 들어서 지난 2월 필리핀은 마르코스 독재정권하에서 발생한 고문 피해자들을 위해 2억 달러(2180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또 지난 6월 6일에는 영국이 1952년 케냐 독립운동가들에 행한 고문 가혹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피해자 5228명에게 1990만 파운드(약 340억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정부의 피해자 대책은 전무

국가폭력피해자 작품 치유과정에서 피해자가 직접 제작한 찰흙 작품이다.
▲ 국가폭력피해자 작품 치유과정에서 피해자가 직접 제작한 찰흙 작품이다.
ⓒ 인권의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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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나라는 과거 억압적 정권에 의한 국가폭력 피해자가 다수 존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체계적인 실태조사나 치유대책, '고문방지법'이나 '고문피해자 구제지원법안' 등이 마련되지 않아 국가에 의한 피해자 지원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작년 12월 10일 인재근 의원 등이 입법 발의한 '고문방지법안'은 아직도 국회에서 법안 심의중이다.

고문 등 국가폭력피해자를 지원하고 치유하는 일은 과거 억압적 정권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들과 가족들의 고통과 희생을 기억하는 것일 뿐 아니라, 다시는 이 땅에 그와 같은 국가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중요한 인권 활동이 될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고문이 백주에 행해지던 과거를 우리는 마치 다른 나라, 다른 시대 이야기처럼 얘기한다. 그리고 과거 민주주의를 유린한 자들이 민주주의의 꽃가마에 타고 앉아 복락을 누리는 동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의 고통과 희생도 함께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우리가 민주주의의 역사와 그 희생자들을 잃어버린 때로부터 민주주의는 낯선 자들에 의해 조리돌림을 당하고 반민주주의자들의 알리바이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고문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대부분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일상은 조각난 채로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다. 우리는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통해 우리사회의 현재 모습을 보고 있다. 이제 그 치유는 우리들,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양심적이고 정의로운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인권의학연구소 연구기획실장,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 설립추진위 집행위원입니다.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 후원 문의는 02-711-7588, imhrc@naver.com 으로 연락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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