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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
 <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
ⓒ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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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弱冠)은 스무 살의 성인 남성을 일컫는 말이다. 기자는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을 2년 앞두고 있다. 이는 세상일에 미혹함이 없었다는 '불혹'(不惑)을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아직 지천명에는 이르지 않았기에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고백하건대 불혹을 8년째 살아도 세상일에 미혹함이 없었다고 말하지 못한다. 사실 서른 살이 되면 가정과 사회에 모든 기반을 닦는다는 '이립'(而立)도 버겁다.

상아탑은커녕 철학과도 없애는 대학

내가 살았던 20대 시절에는 '스펙'이란 단어조차 없었고, 하루살이 같은 '비정규직'도 없었다. 그때는 대학을 '상아탑'(象牙塔·순수 학문을 지향하는 대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본뜻은 '속세를 떠나 조용히 들어앉아 오로지 학문이나 예술에만 잠기는 경지나 그러한 생활')이라 불렀다. 지금 대학의 의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 위한 '간이역' 쯤으로 여겨진다. 요즘 대학을 상아탑이라 부르면 '달나라'에서 온 사람쯤으로 여길 것이다.

내가 살았던 20대 시절과 지금 20대는 같은 나이지만 전혀 다른 세상에 산다. 현 20대는 지옥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갔더니… '스펙 쌓기'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요즘 대학은 순수학문보다는 직업을 선택하기에 유리한 실용학문을 위한 학과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부 학교는 순수학문인 철학과를 없애버리는 경우도 있다.

오래 전 한 재벌회장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하지만 우리 시대 20대는 고달프고, 힘들고,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한탄과 절망만 하고 살아야 할까?

고달픈 스무 살에게 예순 살 청년이 주는 작은 선물

윤성식 고려대 교수는 독설과 채찍질에 상처받은 20대를 위한 인생 상담 에세이집 <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를 펴냈다. 부제로는 예순 살 청년이 스무 살 청년에게 전하는 작은 선물이다.

"교수님 저 고민있어요"라며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에게 한 스승은 문장 하나를 던진다.

"의기소침한 제자를 보면 나도 위로해주고 싶다. '너는 뛰어나다. 너는 특별하다. 너는 참 좋은 꿈을 가졌다. 꿈을 더 크게 가져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이렇게 말해주고 싶지만 나는 그 말이 거짓말임을 안다."(19쪽)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는 성공한 이들이 주옥같이 새기는 말이다. 아이 셋을 둔 나 역시 이런 말을 자연스럽게 한다. 그런데 그것이 '거짓말'이라니. 조금은 놀랐다. 쓴소리가 필요한데도 달콤한 말만 하면 지금 당장은 희망이 되겠지만, 끝없이 실패만 하는 현실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위로와 희망에 중독되면 현실에 대한 진단은 오진"이 나올 수도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마냥 좋은 말이 아님을 새겨야 할 것 같다. 때로는 '쓴소리'도 필요한 법이다.

진짜 용기는 냉정한 시선과 현실에 대한 이성적 관찰

진정한 용기를 주고 싶다면 "그 사람을 과대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고,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을 살펴야한다"고 말한다. 용기는 달콤한 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솔직하고 냉정한 시선과 현실에 대한 이성적인 관찰을 거친 뒤에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욕망, 분노, 후회, 슬픔, 편견, 선입관, 조바심, 독선, 아집 등 수많은 감정이 요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앞날을 맡길 곳이 없다. 모든 게 불안하다. 하지만 이런 감정을 없애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 자신의 좋은 점에 대해서는 너무 들뜨지 않고 나쁜 점에 대해서는 너무 좌절하지도 않는 '고요하고 냉정하며 흔들리지 않는 시선'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과대평가와 과소평가 없이 나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26쪽)

교만과 자학은 삶을 살아가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교만은 다른 이를 해하는 것이고, 자학은 자신을 해하는 일이다. 자신을 제대로 보는 눈은 20대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가져야 할 삶의 자세다. 자신을 제대로 볼 때 다른 사람도 똑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바라보아도 삶은 녹록치 않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나와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는 듯해 보인다. '00대학' 졸업장이 그 사람 됨됨이와 능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데도 우리 사회는 그렇게 생각한다. 졸업장에 대해 비판하면서 내 자식이 그 대학에 들어가면 왠지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삼성을 비판하면서도 들어가고 싶은 기업 1순위가 되는 이유처럼.

지은이는 비판만 하지 말고 "학벌보다 능력이 더 중요하다면 졸업장을 제출할 필요가 없다"며 "대학 중퇴자 스티브 잡스가 우리나라 기업에 취직하려했다면 제출할 내용이 단 하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이 과감히 졸업장을 받지 않을 때, 대한민국의 스무 살은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 갈 것이다.

손자에게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기를

그럼 졸업장이 아니라 무엇을 가져야 할까? 그것은 '비전과 전략'이다. 비전과 전략하면 또 머리가 아프겠지만 이건 다른 것이다. 그저 손자와 손녀에게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비전과 전략에는 그 사람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한다. 비전과 전략은 그 사람만의 스토리텔링이다. 세월이 흘러 우리가 손자와 손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비전과 전략에 담아야 한다. 손자와 손녀가 '왜 그런 길을 가셨어요?'라고 물을 때 미소 지으며 삶의 행복, 가치, 의미를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101쪽)

위대한 인물이 살아온 이야기보다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손자에게 들려주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아온 이들이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위대한 것과 큰 것을 바란다. 또 이름 있고, 돈 잘 벌고, 대접받는 것을 좋은 직업을 바란다.

하지만 좋은 직업은 시대마다 다르다. 인기 있는 직업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이야말로 인생을 제대로 산 사람이다.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고정관념, 진부한 생각에서 벗어날 때 가능하다. 나만의 이야기를 담은 삶을 살아 보자.

"익숙한 세계로부터 벗어나려면 익숙하지 않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한 발짝만 벗어나면 새로운 상상의 세계가 열린다. 그러나 그 한 발짝만큼의 공간에는 거대한 관문이 버티고 서 있다. 바로 고정관념, 구조화된 생각, 진부한 생각, 상식적인 생각이라는 이름의 관문이다. 이 관문이 하는 역할은 '안 된다'는 생각을 심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스무 살이 되면 기존의 모든 상식을 버려라'고 말했다. 안 된다는 생각을 떠받치고 있는 그 모든 상식을 버려야만 우리는 창의력이라는 세계에 진입할 수 있다."(226쪽)

덧붙이는 글 | <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 윤성식 지음 | 예담 펴냄 ㅣ 13800원



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 - 청춘의 오해와 착각을 깨는 질문과 답

윤성식 지음, 예담(2013)


태그:#스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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