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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인 인구는 'gray power'라고 해도 될 만큼 그 세가 막강하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전체의 7%를 넘어서면서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 그뒤 10여 년만인 2011년에는 그 비중이 11.4%가 되었다. 그 사이에 12세 이하의 어린이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였다. 이에 따라 2017년에는 노인 인구의 비율이 14%가 되어 '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20.8%로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아주 음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최근(16일) 현대경제연구원은 "고령화로 인한 지자체 지속가능성 점검"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 지자체의 지속가능성이 위협을 받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만간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2012년 현재 지속 가능 곤란 지자체가 2곳에 불과하지만, 2020년까지 34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인들 대다수가 노후 생활을 편히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독거노인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 중에서 노인 자살률이 1위인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1년에 100여 명의 노인이 자식들 손에 죽임을 당하는 야만적인 처지에 놓여 있다. 산업화를 통한 경제 성장과 풍요의 주역이었던 대한민국 노인들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것이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20대 여성 청년 '정은 씨'가 노인 권리 운동가가 된 배경이다. 그는 오늘날 우리 사회를 만든 주역이면서도, 골방이나 뒷골목, 격리된 공원의 나무 아래서 '죄인처럼' 숨어 지내는 그 수많은 노인들을 만나기 위해 현장을 직접 뛰어다녔다. 그는 체념 속에서 수동적으로 살아가던 노인들에게 아주 강한 어조로 그들 자신의 정체성을 심어 주었다. 저자의 말처럼, 연대에 대한 철학과 인간에 대한 연민을 갖추고 노인들을 찾아다닌 결과, 그는 노인들을 대표하는 회장이자 그들의 삶의 문제를 상담하는 '멘토'가 되었다.

그 결과 현재 '정은 씨'는, 인구 10만 명 이상의 주요 도시에 90여 개의 지부와 10만 명이 넘는 유료 회원을 둔 전국적인 노인 단체를 이끌고 있다. 그의 노력은 노령 연금의 인상, 영세 노인의 임시직 마련, 노인 상담소의 설치 등 정책적 성취를 가져왔다. 작년 총선 전에는 모 정당으로부터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직을 제의받기도 했다. 그의 현재 목표는 "세대 간의 순조로운 타협과 아름다운 연대를 통해 그들의 삶을 진척시키는 것"(94, 95쪽)이다. 이 책에서 '노인권리 전문가'로 소개된 '정은씨'의 사례다.

 <제3의 직장> 표지
 <제3의 직장> 표지
ⓒ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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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민사회와 비정부기구(NGO) 등의 제3섹터에서 찾아 낸 창조적 직장 15종에 관한 탐색 보고서이다. 제3섹터는, 대다수 취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나 청년 실업자, 잠재적 실업자 등이 선호하는 정부나 기업 중심의 전통적인 직업 시장 영역과는 다르다.

흔히 제3섹터라고 말하는 이 영역에는 정부의 운영 원리인 강제, 계층화, 다수결, 획일성, 기업의 운영 원리인 이윤 추구, 경쟁, 효율성, 실적주의와는 다른 원리와 가치가 작동한다. 제3섹터는 자율, 참여, 연대를 비롯하여 형제애, 봉사, 관용, 공공성, 다원성, 공동체, 윤리, 세계 시민 정신, 생태주의, 국제 협력, 실험 정신, 영성 등과 같은 가치를 중시한다. 따라서 인간의 잠재력을 계발하고 정신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많은 계기를 지니고 있다.(6쪽)

이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노동에서 제3섹터의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7%다. 적지 않은 수치다. 그럼에도 이것들에 관한 정보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제3섹터의 직장들이 아직은 비주류에 속해 있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저자 자신의 말처럼, 창조적인 직장을 구하고, 그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머리에서 소개한 '노인권리 운동가' 외에 눈길을 끄는 직업으로 '대안학교 교사'가 있다. 교사는 청소년들의 선호 직업 순위 조사에서 공무원과 더불어 늘 1, 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가 많은 직업이다. 하지만 최근 학교 내외의 이런저런 여건 변화 때문에 일반학교 교사로 살아가는 일은 결코 녹록치 않다. 저자가 대안학교 교사를 유력한 미래 직업으로 소개하는 배경 중의 하나다.

실제로 일개 교사가 일반 학교에서 자신의 교육 철학을 펼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철저하게 수직적인 위계 구조 속에서 학교 관리자의 명령과 지시에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학교 운영 시스템 때문이다. 하지만 대안 학교는, 자신이 생각하는 특정한 교육 목표를 갖고 있는 학교를 잘 찾아내기만 하면 자신의 뜻을 얼마든지 펼칠 수 있다.

대안학교로 수용될 가능성이 높은 '탈학교 학생'들의 수도 만만치 않다. 2011년 교육 통계 분석 자료집을 보면, 한 해 고교 학업 중단자는 3만 8천여 명을 넘는다. 하루 100명이 넘는 고교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중 일부는 '홈스쿨링'으로 편입되지만, 나머지 대다수는 대안학교로 흡수될 수밖에 없다. 전일제형(특성화학교, 비인가학교, 위탁교육기관)과 프로그램형(계절학교, 방과후학교) 등 다양한 형태의 대안학교가 운영되는 배경이다.

문제는 현실적인 직무 조건이다. 이 책에서 인용하는 2006년 서울시대안교육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안학교 교사는 1일 근무 시간이 10시간에 가깝고, 평균 월급이 150만 원 정도이다. 하지만 직무 만족도에서는 87%가 만족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는 일반 교원들의 직업 만족도가 꾸준히 감소하고, 그 비율도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한 점과 뚜렷이 대비된다. 저자는, 1970년 이후 자유로운 수업을 중시하는 대안학교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대기업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
 대기업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
ⓒ CEO 스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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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이나 대기업은 속칭 "신의 직장"이니 "꿈의 직장"이니 하는 말로 불릴 때가 많다. 그만큼 근무 환경이나 급여 조건 등이 좋아서 많은 사람이 선호한다는 말이다. 이들 기업의 취직 경쟁률이 해가 갈수록 치솟는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치열한 경쟁의 관문을 뚫고 큰 기대를 안은 채 들어가는 "신의 직장"이나 "꿈의 직장"에서의 평균 근속 연수는 얼마나 될까.

<경향신문>은 지난 4월 24일자 기사(제목: 대기업 직원 근속연수는 10년 안돼…공기업은 15년)에서, 재벌 · 최고경영자(CEO) 경영 평가 사이트인 'CEO 스코어'가 지난해(2012년) 말 기준 10대 그룹의 93개 상장사와 9개 공기업 직원들의 근속연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CEO 스코어의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9개 공기업의 근속 연수는 평균 15.0년, 10대 그룹 직원들은 9.36년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대기업 입사를 꿈꾸고 준비하는 이들이 이 사실을 알고 나서도 대기업 취직에 계속 '다걸기(올인)'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돈'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직장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과 삶의 보람 등은 그 '돈'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일터에서 자신의 철학을 펼치고, 창조적인 영감 속에서 이뤄지는 노동의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권한다.

덧붙이는 글 | * <제3의 직장> 박상필 씀, 한울 펴냄, 2013년 5월, 255쪽, 1만5500원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제3의 직장 - 내 삶의 가치를 찾아줄 새로운 일자리 이야기

박상필 지음, 한울(한울아카데미)(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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