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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국정원 의혹 관련 수사 발표 이진한 중앙지검 2차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통령 선거 운동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국정원 직원들은 기소유예한다고 발표했다.
▲ 검찰, 국정원 의혹 관련 수사 발표 이진한 중앙2차장검사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통령 선거 운동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국정원 직원들은 기소유예한다고 발표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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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14일 수사발표를 통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지휘라인에 있는 이아무개 전 3차장과 민아무개 전 심리정부국장 등 간부와 심리정보국 직원 3명에 대해 전원 기소유예 했다. 이유는 "원장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했지만,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특성 등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허탈한 웃음만 나온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둘러싸고 검찰 수뇌부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보름 이상 갈등을 빚을 때만 해도 '이번에는 검찰이 제 역할을 하려는구나'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을 동원한 대대적인 선거개입이 검찰을 통해 확인되고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정당성과 관련된 문제다.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리자 '혹시나'는 '역시나'로 바뀌었다. 54일이라는 수사기간 동안 보름 이상을 사법처리 방침을 둘러싸고 법무부 장관과 갈등한 검찰의 선택은 결국 현존 권력의 눈치 보기로 끝났다. 간부조차 기소하지 않는 드넓은 배려심은 국가정보원과 이 사건을 처음 수사했던 경찰이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검찰이 이를 사후적으로 대충 덮는 막장 드라마로 달려가고 있다. 

국정원 직원 기소하지 않은 검찰 논리, 과연 맞나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제외한 간부들과 직원을 기소조차 하지 않은 논리는 국정원의 댓글 공작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명령에 의해 강요된 일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결정을 납득하라는 것은 파리도 새라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과 같다. '강요된 행위'를 다루고 있는 형법 제12조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국정원 직원들이 과연 이처럼 '강요된 행위'에 해당되는 상황에서 공작을 저질렀다고 볼 수 있을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쇠파이프로 협박해 국정원 요원을 컴퓨터 앞에 앉혀 놓고 "댓글 써!"라고 협박을 했단 말인가, 아니면 직원들의 가족을 잡아놓고 인질극이라도 벌였단 말인가?

강요된 행위의 처벌, 혹은 면책의 여부는 그 명령이 구속력을 갖췄느냐를 따져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법해석은 법규에 위배되거나 자기권한을 넘어서는 사항에 대한 명령은 적법한 명령이 아니기 때문에 구속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명령이나 지시, 혹은 '말씀'은 법질서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구속력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검찰조사 받고 나오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9일 오전 10시부터 30일 오전 12시 20분경까지 14시간여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 검찰조사 받고 나오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4월 29일 오전 10시부터 30일 오전 12시 20분경까지 14시간여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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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댓글 공작이 불법이라는 것은 굳이 국정원 직원이 아니더라도 너무나도 명명백백한 일이다. 국가정보원법을 다시 보자. 정치 관여 금지를 다룬 제9조에서는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5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이중 두 번째는 "그 직위를 이용하여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그러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의 의견 또는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적시하고 있다. 

또한 "소속 직원이나 다른 공무원에 대하여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거나 그 행위와 관련된 보상 또는 보복으로서 이익 또는 불이익을 주거나 이를 약속 또는 고지하는 행위"다. 즉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말씀' 자체가 범죄라는 것은 해석을 달리 할 수 없는 명백한 일이다. 

따라서 구속력이 없는 불법적인 명령에 복종하는 행위는 위법성은 물론 책임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이미 대법원에서는 지난 1988년,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선고 재판에서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따른 행위는 정당행위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상관은 하관에 대하여 범죄행위 등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명령할 직권이 없"고, 하관은 "명백한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인 때에는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따라야할 의무는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대법원은 박종철 열사를 고문했던 이들은 책임 조각(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던 것이다. 그런데 14일 검찰은 대법원의 판결과 전혀 다른 해석을 내렸다.   

내부 고발한 직원은 기소, 불법주도한 직원은 기소유예

검찰이 대통령 선거라는 중대한 시기에 이런 명명백백한 불법행위를 사주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데 범죄를 함께 모의하고 지시한 간부들와 직원들을 기소를 유예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불가다.

게다가 검찰은 댓글공작을 실행한 직원들을 기소하지 않은 대신, 국정원의 불법 공작을 폭로한 직원 2명을 기소했다. 국정원의 불법 활동에 대한 폭로가 야당의 선기기획에 활용되어 국가정보원법과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이쯤 되면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 도대체 뭘 의도하고 있는지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생각해보라. 불법 활동에 동참한 직원은 상명하복을 이유로 기소조차 되지 않고, 불법 활동을 폭로한 직원은 사법처리가 된다? 만일 당신이 국정원 직원이라면,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할 때 범죄행위에 동참하겠는가, 아니면 고발하겠는가? 범죄의 공모자는 면책되고 내부 고발자는 처벌되는 이런 방식으로, 우리사회의 부정과 부패는 끊임없이 뿌리를 넓혀 왔다. 

이번 검찰의 결정으로 인해, 이제 국내 최고의 정보기관을 활용한 불법적인 정치개입, 선거개입은 희생양 한 명만 찾으면 가능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한 명만 총대를 메면, 나머지는 무사한 꼴이 됐다. 앞으로 어느 권력자가 이런 효율적인 방법에 매혹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치검찰의 자아 분열, 국민들도 부끄럽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10일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하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10일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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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검찰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기소로 인해, 그동안의 정치검찰이라는 혐의를 벗게 되었다고 분석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가소로운 해석이다. 오히려 검찰은 최소한의 기소를 통해 범죄를 뿌리 뽑기는커녕 정권의 정당성 시비를 적당한 선에서 해결해주는 역할을 맡았을 뿐이다.

물론 더 큰 책임은 다른 곳에 있다. '시간끌기'로 사실상 수사를 지휘한 황교안 법무장관이 이번 사건에서 보인 반응은 국정원 사건이 정권의 정당성을 허물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해 버린 꼴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끝까지 '선거법 위반'을 포함시킨 것은 인정할 만한 성과다. 

그럼에도 그 과정 끝에 나온 결과물은 매우 실망스럽다. 이런 방식으로는 인터넷 댓글공작을 통한 다양한 여론조작 시도나, 정보기관의 정치·선거개입 가능성을 뿌리 채 뽑을 수 없다. 명백한 범죄행위에 이처럼 간편하게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정권의 정당성은 겨우 지켜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사법체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처음 이 사건을 수사한 여성 수사관은 기꺼이 댓글공작에 동참한 국정원 직원과 달리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위법한 명령에 순순히 응하지 않았다. 검찰도, 면죄부 받은 국정원 직원들도 부끄러워해야할 일이다. 물론 이런 국가정보원과 이를 지키고자 한 법무부장관, 변호사인지 검찰인지 자아분열을 겪고 있는 검찰을 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다.

면죄부를 받은 여성 국가정보요원의 인권을 그토록 지키려고 했던 여성 대통령은 지금 어떤 기분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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