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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연 황보건설 대표는 지난 2006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약식기소(벌금 2000만 원)됐다. 그런데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올 6월 황 대표는 회삿돈 수십억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사기) 등으로 구속됐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을 맡은 곳은 모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였다. 그런데 검찰이 후자 사건에서 흥미로운 혐의를 포착했다. 대선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황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근거를 확보한 것이다. 이렇게 '원세훈 개인비리 의혹'이 본격화됐다.

황보건설 대표와 원세훈, "20년 이상 알고 지내는 사이"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4월 29일 오전 10시부터 30일 오전 12시 20분경까지 14시간여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 검찰조사 받고 나오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4월 29일 오전 10시부터 30일 오전 12시 20분경까지 14시간여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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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원장의 개인비리 의혹은 지난 3월 24일 그의 미국행이 좌절된 직후부터 터져 나왔다. 이 때에는 ▲ 미국내 호화주택 구입 ▲ 원전 수주 개입 후 거액 수수 ▲ 해외특수활동비 등 국정원 예산 전용 ▲ 퇴임 직전 호화 공연 등이 주로 거론됐다. 여기에다 부인이 키우던 애완견이 죽자 호화장례식을 치러줬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후 국정원(원장 남재준)에서는 '원세훈 비리 의혹 조사 TF'을 꾸렸다. 여기에는 장호중 감찰실장을 중심으로 감찰실과 수사국 요원 8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대상에는 앞서 언급한 원세훈 전 원장의 개인비리 의혹들도 포함됐다(관련기사 : 원세훈 비리 조사… 국정원 TF 구성).

그런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여환섭)에서는 원세훈 전 원장이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수천만 원어치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잡아냈다. 지난 5월 말 황 대표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원 전 원장에게 건넨 수천만 원어치의 선물리스트를 확보한 것이다.

검찰에서는 원세훈 전 원장이 10여 차례에 걸쳐 현금과 명품가방 등 수천만 원어치의 금품을 받았고, 지난 2009년 1월 국정원장에 취임한 직후부터 퇴임하기 전인 지난해 말까지 한 달에 한두 차례 골프를 접대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를 위해 경기도 이천시 소재 한 골프장의 법인회원권을 7억여 원에 사들였다. 

황 대표가 이렇게 원세훈 전 원장에게 로비한 이유는 각종 관급공사를 수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황보건설은 이명박 정부 시기에 ▲ 정안 나들목~세종시 구간 도로 건설 ▲ 동대문 축구장 철거시공사업 ▲ 전남 여수의 '타임 아일랜드' 사업 ▲ 전남 고흥의 우주해양리조트개발사업 ▲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제2공구 토목공사 등을 맡거나 참여했다. 이러한 과정에 원 전 원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원세훈 전 원장과 황보연 대표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사이다. 원 전 원장의 부인인 이아무개씨도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황 대표와는) 20년 이상 알고 지낸 사이다"라고 말했다(관련기사 : 원세훈 부인 "남편, 중립지킨 공직자로 열심히 일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황 대표를 원 전 원장의 '오래된 스폰서'로 본다. 

이씨는 "친분관계로 알고 지내는 사이지만, 뇌물을 받은 적은 없다"라며 "어떤 목적을 위해서 집중적으로 돈을 줬다면 모르겠지만 들어주지도, 해주지도 않은 일과 관련해 뇌물이 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각급 관급공사에 영향력을 행사해준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일축한 것이다.

국정원장 취임 이전 시기 개인비리 의혹들까지 쏟아져

원세훈 전 원장의 개인비리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주로 국정원장 재임기간에 국한된 개인비리 의혹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이전 시기의 비리의혹까지 봇물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는 양상이다.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은 재벌계열 대형마트로부터 매달 500~600만 원을 받았고, 에쿠스 차량과 운자기사를 제공받았다. 이러한 금품제공 등은 원 전 원장이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예비후보의 상근특보였던 지난 2007년부터 지난 2008년 2월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 황교안 "원세훈 대형마트 로비 의혹, 검찰 수사 중").

진선미 의원은 "재벌 대형마트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원 전 원장이 2009년 2월 국정원장 취임 후 해당 대형마트의 인천 무의도 연수원 신축을 반대한 산림청에 압력을 행사하고, SSM법 국회통과를 저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이 부분은 현재 검찰에서 상당히 강도높게 수사하고 있다"고 답변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앞으로 원세훈 전 원장이 대선개입 의혹과는 별도로 개인비리 의혹으로 다시 검찰조사를 받을 수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에서 법무부 압박에 밀려 대선개입 의혹의 경우 불구속기소했지만, 개인비리 의혹의 경우 형법상 사전수뢰죄 등을 적용해 구속기소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검사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대선개입 의혹을 불구속기소한 상태에서 자질구레한 개인 비리 혐의로 원세훈 전 원장을 구속기소하기는 어렵다"라며 "다만 큰 뇌물수수건이 나온다면 구속기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과 국정원에서 현직 간부 세 명을 상대로 황보건설의 이권에 개입하고 돈을 받은 사실을 포착해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 국정원간부 3명 '이권개입 정황' 포착)  특히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간부 3명 가운데 이아무개씨가 국정원내 'S라인'(서울시인맥)으로 원세훈 전 원장의 핵심측근이어서 주목된다. 하지만 국정원쪽에서는 "황보건설 비리로 직원들을 감찰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태그:#원세훈, #황보건설, #진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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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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