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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가 안보국은 AT& T, 버라이즌, 벨사우스 등이 제공한 데이타를 이용해서 미국인 수백만명의 전화 기록을 수집해왔다. 미 국가 안보국 프로그램은 범죄 혐의가 없는 일반인들의 전화 기록에 대한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미 전역의 가정과 사업장에 접근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국가 안보국이 전화를 감청하고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곳에서는 테러 활동을 감지하기 위해서 통화 패턴을 분석하고자 수집한 정보를 사용하고 있다."

위 내용은 미 정보기관의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29)의 폭로와 관련된 최근 기사 내용이 아니다. 2006년 5월 1일자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기사 중 일부다.

7년 전 부시 행정부 사건이 떠오르는 이유

2006년 5월 1일자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인터넷 판, 'NSA가 미국인들의 막대한 통화 데이타를 갖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
 2006년 5월 1일자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인터넷 판, 'NSA가 미국인들의 막대한 통화 데이타를 갖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
ⓒ 유에스에이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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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부시 행정부는 미 국가안보국(NSA) 프로그램이 오로지 미국 밖에서 이뤄지는 통화만을 그 대상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제보자는 <유에스에이 투데이>를 통해  "NSA가 수십억개의 미 국내전화 통화 기록에 접근해 수백만 미국인들의 통화 습관을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NSA 프로그램을 잘 아는 한 정보국 관계자 역시 <유에스에이 투데이>를 통해 "전화 회사로부터 이런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대규모인 적은 없었다"며 "수집된 데이터는 '소셜 네트워크 분석'을 위해 이용, 테러리스트들이 서로 어떻게 연락하고 연계되는지를 연구하는 데 쓰인다"고 밝혔다.

스노든은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영국<가디언>과 미국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FISA 법원 (해외정보감시법원)이 미 최대 통신회사인 버라이즌에 이 회사 수백만명 고객의 통화 정보를 NSA에게 넘기도록 명령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미 7년 전 폴 버틀러 전직 테러리즘 범죄전문 연방검사는 <유에스에이 투데이>인터뷰를 통해 "FISA는 정부의 데이터 수집을 막지 못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원래 미국 통신 회사들은 법에 따라 고객의 전화번호, 통신 습관, 누구와 얼마나 자주 통화하는지 등의 정보를 결코 외부로 유출할 수 없다. 고객의 통신 정보를 수사 기관이 요청하면 법원의 영장을 보고 정보 공개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부시 전 대통령은 대통령 명령을 발동, NSA가 법원 영장 없이도 감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2001년 9·11 테러 이후 NSA는 국내 통신 기록 수집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국가 안보가 위태롭다는 이유로 거대 통신회사들에게 고객자료를 넘길 것을 요청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 폭로가 이뤄진 지 7년이 지난 지금, 스노든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증거 자료를 들고 나와 NSA의 국내 통신 기록 수집 문제를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오랜 시간이 흐르고 정권까지 바뀌었지만 국가 안보를 빌미로 개인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는 개선되지 않은 셈이다. 아니 오히려 악화된 모습이다.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NSA는 2007년부터 프리즘(PRISM)이라는 프로그램을 가동, 미국 내 9개 IT 회사의 서버를 직접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해당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2007), 야후(2008), 구글(2009), 페이스북(2009), 팔토크(2009), 유튜브(2010), 에오엘(AOL)(2011), 스카이프(2011), 애플(2012)(괄호는 해당 기업이 프리즘에 처음 참여한 해: 기자 주) 등이며, NSA는 이들 기업의 서버를 통해 이용자의 이메일, 비디오, 음성 채팅, 사진, 파일 전송, 로그인 기록, 소셜 네트워킹 상세 내용 등의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해당 회사들은 해명을 내놓았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페이스북은 우리 서버에 미국의 어떤 정부 기관도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어떤 프로그램에 가입한 적도 없고 가입하고 있지도 않다"면서 "어떤 정부기관으로부터도 정보 또는 메타 데이타를 통째로 요구 받지 않았고, 법원 명령도 받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그런 것이 있었다면 우리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싸울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특히 "우리는 어제(6월 6일 언론의 폭로가 있던 날: 기자 주)이전까지 프리즘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인 7일 구글 CEO인 래리 페이지도 공식 블로그에 "프리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며
"우리는 오직 법에 따라 정부에 사용자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버라이즌처럼 광범위한 정보를 넘기라는 법원의 명령을 받은 적은 결코 없었다"고 덧붙였다.

6월 7일 마크 주커버거가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린 글
 6월 7일 마크 주커버거가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린 글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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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1일 구글은 해당 회사들 중 처음으로 FISA를 통해 정부로부터 사용자 정보를 제공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인정하면서, 에릭 홀더 법무부 장관과 로버트 뮬러 FBI 국장에게 구글이 받은 요청의 상세 내용을 공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원래 애국법(PATRIOT Act)에 따라 구글은 정부로부터 그같은 요청이 있었다는 자체도 공개할 수 없지만, 이미 언론에 의해 프리즘이 공개됐기 때문에 이같은 과감한 행보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양당 지도자들, 스노든 폭로 한 목소리로 비난

부시 행정부가 7년 전 <유에스에이 투데이> 보도에 대해 "법원의 승인 없이 어떠한 국내 감찰도 없었다"고 대응했던 것처럼 오바마 행정부도 NSA의 활동이 합법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오바마는 7일 "거론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처음부터 의회의 승인을 받은 것이고, 이후에도 계속 의회가 재승인을 해준 것이다. 양당의 다수 의원들이 이것들을 승인해왔다"며 "이것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의회는 계속해서 보고 받고 있다"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양당의 정치 지도자들은 이례적으로 스노든의 폭로를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존 베이너 하원 의장(공화당)과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대표, 그리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대표와 공화당 지도부는 모두 현재의 NSA 프로그램이 법이 정한 권한에 따라 운영되고 있으며 의회와 법원이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의 리드 상원 대표는 정보부 프로그램에 대해 보고 받은 일이 거의 없다고 말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이런 일(개인 정보를 다발적으로 수집한 것)이 일어났다는 것을 몰랐다고 불평하는 상원 의원들은 우리가 얼마나 많이 비밀 또는 그렇지 않은 회의를 열고 그들을 초대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이제와서 '이것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고 유례없이 동료 의원들을 힐책했다.

그러나 같은 당의 와이든 상원 의원은 정부 감시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면서 "미국인들은 정보부 책임자가 의원들의 질문에 똑바로 대답할 것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와이든 의원은 올 3월 클래퍼 국장으로부터 NSA가 수백만 미국인들의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이끌어 낸 장본인이다. 그간 미국의 안보 당국과 오바마 행정부는 방송이나 의회 청문회 및 각종 연설에서 NSA의 감시 영역은 오로지 테러리스트와 다른 해외 목표일 뿐, 미국인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스노든의 폭로로 NSA는 실제 수백만명의 일반 미국인들의 전화 데이터를 수년간 수집해왔음이 드러났고, 11일 <뉴욕타임스>, <허핑턴 포스트>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미국 정부가 과거 했던 발언들을 해명하느라 애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 다큐멘터리 영화 한 대목. 멕더모트 의원이 "아무도 안 읽었다"고 말하는 장면.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 다큐멘터리 영화 한 대목. 멕더모트 의원이 "아무도 안 읽었다"고 말하는 장면.
ⓒ 화씨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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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론 와이든과 마크 유달 상원 의원, 공화당의 랜드 폴 상원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을 제외하면 NSA의 정보 활동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의원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7년 전 부시 행정부에서 NSA가 개인 정보를 수집한다는 내용이 밝혀졌을 때 민주당내 많은 의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대다수의 의원들이 2001년에 만들어진 애국법에 따라 강화된 NSA의 역할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내용을 제대로 보고조차 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11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정보 기관의 권한이 남용되고 있다는 증거가 있음에도 의회의 많은 의원들은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스노든의 폭로 이후에도 NSA의 활동에 대해 불편해하는 의원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04년 개봉된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에는 민주당 짐 멕더모트 하원의원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상원 의원 중 애국법을 제대로 읽어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바마의 변신?

6월 7일 <허핑턴 포스트>, '조지 W 오바마'라는 제목의 톱 기사.
 6월 7일 <허핑턴 포스트>, '조지 W 오바마'라는 제목의 톱 기사.
ⓒ 허핑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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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2003년 연방 상원의원 후보자였을 당시 애국법이 "조잡하고 위험하다"며 폐기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대선을 준비하던 2007년에는 "부시 행정부가 우리가 아끼는 자유와 우리가 제공하는 안보 사이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라고 한다"며 이전 행정부의 감시 정책을 반대한 바 있다.

하지만 그런 오바마의 입장은 바뀐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7일자 사설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는 주어진 권한을 어떤 식으로든 행사할 것이며, 그것을 남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또한 "'테러리스트는 실제하는 위협이고 여러분들은 테러리스트를 다루는 우리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국민의 권리를 해치지 않을 것이 확실한 내부 조직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는 식의 보증은 이전에도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 미 정보기관의 권력 남용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8일 오바마는 "내가 환영하는 대화가 바로 이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누가 정보기관 책임자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어떻게 NSA가 광범위하게 수집된 국내 전화 데이터를 이용했는지, 일반 미국인들의 정보 수집 결과로 무고한 사람들에게 혐의를 둔 적은 없는지, 왜 테러의 혐의가 있는 이들 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전화 기록을 다 수집해야 했는지, 수집된 정보는 얼마나 오래 NSA에 보관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에드워드 스노든처럼 사기업 직원이 비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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