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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인을 얼마 전 만났다. 정부가 왜 완제품과 필요한 설비를 가지고 오지 못하게 하냐며 울분을 표출하더라.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업체 직원들의 신변이 위험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지만, 10년 동안 아무 문제 없었다. 개인 재산을 정부가 이렇게 마음대로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천안함·연평도 사태에도 개성공단은 가동됐다. 한반도 안보 위협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북핵문제와 수십 년간 직면해온 실질적 위협 문제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북핵문제의 불똥이 남북문제로 튀었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받게 됐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과 32대 통일부 장관 등을 역임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5월 29일 인천대학교가 주관한 '5기 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 특강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5기 남북경협 아카데미’에서 특강하고 있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5기 남북경협 아카데미’에서 특강하고 있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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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위기의 절반, 우리가 만들어"

이 전 장관은 개성공단 폐쇄 위기는 공단의 수익성이 낮거나 안정성 또는 인질 가능성 때문이 아니라 어처구니없게도 남북의 감정적 대립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단기적으로 남한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북한 근로자들의 노동 소득 손실 등이 발생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남북협력을 통해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얻고자 하는 남한의 구상이 상당기간 유예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도 경제 협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 고조로 경제 발전전략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장관은 개성공단을 만들 당시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한국 언론의 좀 더 신중한 보도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10년 전 개성공단을 만들 때 두 가지 걱정을 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수익이 나지 않아 투자한 기업들이 망할 수 있다는 우려와 남북한 상황이 악화되면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인질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보상을 요구하기보다 개성공단을 건드리지 말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개성공단은 블루오션이다. 60~70년 한국 경제를 이끈 섬유산업 등의 마지막 출구가 개성공단인 셈이다. 천안함·연평도 사태 때도 개성공단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남한 언론에서 하도 인질 이야기를 과장해서 보도하니, 오히려 북한에서 근로자를 철수시키지 않았나."

이 전 장관은 또한, 개성공단이 (북한으로) 달러가 들어가는 통로라 절대로 폐쇄 못한다는 식의 남한 일부 언론의 보도가 북한을 자극했고, 개성공단 폐쇄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이 달러박스라고 하면서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북한은 비아냥을 참지 않는 집단이다. 여기에 우리 국방부 장관은 북한에서 인질 사고가 나면 구출하겠다고 발언했다. 국방부 장관은 사실상 정치인이다. 국회에서 불가피하게 답변할 때는 '만일의 사태에 대해 모든 준비는 돼있다'고 하면 된다. 결국 남북한의 기 싸움으로 인해 개성공단이 폐쇄 위기까지 몰리게 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혜도 없고, 전략도 없다."

이밖에도 이 전 장관은 국민의 안보 불감증을 문제 삼는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를 지적하며 한국 국민의 성숙한 의식을 칭찬했다.

"이런 속에도 국민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이를 두고 '안보불감증'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과연 진정 국가를 걱정하는 언론인지 의심스럽다. 통일부 장관 시절 북한의 1차 핵실험 때 한국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그 후폭풍은 충격적이었다. 주가가 40%나 폭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래서 핵실험 때 안심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실행했다. 국민의 안보 불감증 타령을 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주가가 40% 폭락하고, 사재기 행태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인지. 흔들리지 않는 우리 국민이 위대한 것이다."

"미국의 무력시위, 일본·한국 강경파 의식한 퍼포먼스"

이 전 장관은 "미국의 대북 추가 제재와 실제 추가 제재 수단이 있느냐"며 "미국의 대북정책은 허장성세에 가깝다. 중국만이 대북 지렛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90년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이후 20년간 미국은 각종 제재를 한다고 밝혔고, 2009년 북한의 핵실험 후에도 다양한 제재를 언급했지만, 실제 대북 제재는 실효성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북은 더 강력한 핵 능력과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은 북한에 대해 이중전략을 구사해, 실질적인 대북 제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절대로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제재는 하지 않는다. 중국은 국제사회를 의식해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북한 체제가 흔들리는 것은 반대한다. 한국 정부가 '비핵-3000' 정책 등을 추진할 때 북-중 교역량은 늘어났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도 대화는 하지 않고 무조건 핵을 무력화하겠다고 하는 데 있다."

이 전 장관은, 스텔스·B52폭격기 등을 동원한 미국의 무력시위는, '미국의 핵우산이 찢어졌다'며 핵 무장을 주장하는 남한 일부 강경파와 일본 강경파를 의식한 퍼포먼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남북 협력은 한국의 신성장 동력"

이 전 장관은 21세기 남북 협력과 통일은 한국의 질적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고, 휴전선으로 막힌 대륙으로 뻗는 기회의 창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남한에는 없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북한은 한국 경제 발전의 블루칩이 될 것이라며 일부 보수 언론과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천문학적 통일비용 논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 기업들이 자원을 찾기 위해 호주·남미 등으로 가는데, 그런 자원이 북한에 풍부하다. 참여정부 시절 포스코가 아시아 최대 노천 광산인 북한 무산광산을 개발하려고 했다. 만약 우리가 개발한다고 생각해보자. 남쪽 건설업체들이 도로 등의 인프라를 설치할 것이다. 포스코는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얻게 된다. 그런 것이 통일비용이다. 4대강 파먹으면서 나라 생명줄을 망친 건설사가 북한에서 좋은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통일비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허상을 버려야한다."

마지막으로 이 전 장관은 자신이 대통령과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하게 된다면, 전 세계 경제의 블루오션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황해경제권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피력했다.

중국 대륙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분단으로 인해 그 성장 에너지를 우리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나친 수출 주도 경제로 인해 한국은 미국뿐 아니라 아프리카 작은 나라의 내란이나 경기 침체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내수가 국내총생산의 40%를 차지해야 외풍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고 한 뒤 "내수를 40%로 끌어올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남북의 경제 통합과 통일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태그:#이종석 , #통일부장관, #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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