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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 지난 2009년 1월 부동산 담보 대출을 통해 경영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외부자금 조달 능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쌍용차는 어음 결제와 회사채 상환할 수 없다는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기업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았다. 외부자금을 조달해 어음과 채무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지만, 대출을 받지 않고 고의로 '유동성 위기'를 만들어 '회생절차'에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외부자금 동원했으면 빚 갚아도 돈 남았다

'쌍용차가 지난 2009년 1월 9일 유동성 위기와 외부경영환경급변 등을 이유로 법원에 회생신청을 냈지만 실제로는 유동성 위기가 아니었다'는 근거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 2009년 6월 16일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의 모습.
 '쌍용차가 지난 2009년 1월 9일 유동성 위기와 외부경영환경급변 등을 이유로 법원에 회생신청을 냈지만 실제로는 유동성 위기가 아니었다'는 근거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 2009년 6월 16일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의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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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3일, 쌍용자동차 '유동성 위기' 조작 주장의 근거자료를 공개했다. 쌍용차가 지난 2009년 1월 9일 유동성 위기와 외부경영환경급변 등을 이유로 법원에 회생신청을 냈지만 실제로는 '유동성 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시 법원은 쌍용차가 해결해야 할 약속어음이 920억 원, 회사채가 1500억 원인 반면, 보유 현금은 400억 원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기업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2008년 12월 31일 기준 부동산 내역을 파악해 본 결과, 쌍용차는 은행 담보로 즉시 (물권 제한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상당량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부동산의 가치는 쌍용차의 2008년 감사보고서 내 장부가액으로 1225억 원, 쌍용차지부와 민변이 당시 시가로 환산한 감정가액으로는 3293억 원에 달한다. 이를 담보로 한 대출비율을 50%만 잡아도 1600억 원 이상의 대출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쌍용차는 대출을 시행하지 않고 법원에 회생신청을 제출했다.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 조작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9월 국회 청문회를 통해 쌍용차는 회생신청 당시 중국은행과 1187억 원, 중국상공은행과 1000억 원의 대출계약을 맺고 있었다는 것이 알려졌다. 여기에 상하이차로부터 받을 기술료·미수금 등을 포함해 약 3300억 원을 동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음결제와 부채상환에 충분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시행하지 않아 '기획 부도'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담보 대출까지 가능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유동성 위기를 조작한 기획부도'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쌍용차가 중국은행·중국상공은행 등과 맺은 대출약정을 이용하고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았다면 외부조달 자금만 4137억 원에 달한다. 2009년 1월 말 기준으로 약속어음 920억 원과 2009년 4월 25일 만기인 회사채 1500억 원을 상환하고도 약 2100억 원의 자금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조작된 자료에 의한 회생절차는 무효"

지난 2009년 8월 13일 쌍용자동차 사측이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1950억 원 근저당설정을 한 부동산 등기 기록.
 지난 2009년 8월 13일 쌍용자동차 사측이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1950억 원 근저당설정을 한 부동산 등기 기록.
ⓒ 쌍용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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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는 회생절차가 시작되고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노조의 파업이 끝나고 나서야 이 부동산 담보로 근저당권설정을 한다. 유동성 위기를 이유로 회생신청을 할 당시에는 대출을 받지 않다가, 회생절차가 진행되고 나서 자금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모순적이다.

쌍용차지부와 민변이 공개한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쌍용차는 2009년 8월 13일 산업은행과 채권최고액 1950억 원의 계약을 맺는다. 8월 6일 노조가 옥쇄파업을 풀고 공장 밖으로 나온 지 딱 일주일만이다. 실제 대출액은 채권최고액에 조금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자료는 쌍용차지부가 제기한 '기능직 해고무효소송' 재판과정에서 확인됐다.

쌍용차는 이에 앞서 4월 8일 노동자 2646명, 전체 노동자의 37%의 정리해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노조는 일자리나누기와 1000억 원 퇴직금 담보 신차개발비 출자 등 자구책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5월 22일부터 77일 동안 옥쇄파업을 벌였다.

쌍용차지부는 "회사가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한 사유 자체가 처음부터 허위였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이를 근거로 시작된 회생절차는 당연히 무효이고, 또 그 과정에서 벌어진 정리해고도 위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08년 말 상하이차가 '먹튀'를 하면서 고의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만들어냈고, 이에 따라 잘못된 정리해고가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 철저한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쌍용차범국민대책위원회와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 등은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의 회계조작 등에 새로운 증거를 공개하고, 국회의 국정감사를 촉구할 예정이다.


태그:#쌍용자동차, #쌍용차 사태, #산업은행, #은수미,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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