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발생한 인터뷰 중 물세례 사건.

지난 26일 발생한 인터뷰 중 물세례 사건. ⓒ KBS 갈무리


지난 26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시즌 5차전 경기. 와이번스 선발투수 세든에게 시종일관 끌려다니던 트윈스는 9회 말 공격에서 선두타자 문선재의 안타 그리고 후속타자 정의윤의 버스터 공격(번트 자세를 취하다가 공격을 시도하는 것)이 기가 막히게 적중하면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팽팽한 접전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승리의 기쁨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터졌다. 경기가 끝나고 이날 승리의 주역인 정의윤 선수가 인터뷰하는 도중 갑작스러운 물벼락이 쏟아진 것. 같은 팀 임찬규 선수가 인터뷰 존 뒤에 숨어 있다가 양동이로 정의윤 선수에게 물을 끼얹었다.

정의윤 선수뿐만 아니라 인터뷰를 진행하던 KBS N 스포츠의 정인영 아나운서도 원치 않게 물세례를 받아야만 했다. 정인영 아나운서는 예상하지 못한 돌발사태에도 인터뷰를 꿋꿋하게 진행하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임찬규 선수가 보여준 행동은 프로답지 못한 것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정의윤 선수에게 물세례를 끼얹으면서 기쁨을 충분히 만끽했다. 경기 후 인터뷰는 당시 경기 상황을 복기하면서 수훈 선수로서 본인이 느낀 감정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시간이다. 물론 경기를 잘하면 인터뷰 기회가 많겠지만, 선수들에게 인터뷰 기회는 그렇게 자주 오지 않는다. 흔치 않은 기회에 자신이 평소에 생각해 둔 소감을 밝힐 수 있는 자리에 임찬규 선수는 말 그대로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범했다.

정의윤 선수뿐만 아니라 인터뷰를 진행한 정인영 아나운서는 무슨 죄가 있길래 그런 물세례를 받아야만 했는가. 요즘은 방송 장비가 많이 발달해서 방송 장비 이상에 대한 우려는 많이 줄어 들었지만 혹시라도 전기를 사용하는 인터뷰 장비에 물이 들어가서 감전사고라도 났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유년 시절 <젊음의 행진>에 출연한 송골매의 배철수가 기타를 치다가 갑자기 감전돼 쓰러지던 모습을 본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방송사고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선정적 제목으로 독자 낚는 언론도 문제

게다가 인터뷰 돌발사고가 일어난 뒤 일부 언론이 뽑은 몰상식한 제목은 더욱 가관이다. '정인영, 물에 젖으니 더욱 섹시해'가 대표적인 사례. 나는 인터뷰 돌발상황이 일어난 줄도 모르고 인터넷에서 해당 제목을 읽고 나서 정인영 아나운서가 무슨 화보라도 찍은 줄 알았다. 그런데 물에 젖은 다음에 꿋꿋하게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을 두고 그런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놓은 것이었다.

2년 전 송지선 아나운서의 비극(야구선수 임태훈과의 스캔들 루머에 휩싸인 송 아나운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을 잊었는가. 야구장에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 시작한 여성 아나운서를 선정적인 시각으로 다루는 일부 몰지각한 언론들의 횡포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부디 기본적인 에티켓만큼은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찬규 선수는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자신의 제구력에 영점 조절이 안되서 애를 먹는데, 심지어 물바가지도 영점 조절이 안돼 멀쩡한 아나운서한테까지 피해를 입히고 말았다. 부디 자신의 끼를 야구에 좀 더 집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정인영 아나운서를 섹시 화보 모델로 몰고 가는 언론들도 선정적인 보도 말고 야구 자체에 몰입해 양질의 야구 콘텐츠를 생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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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임찬규 정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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