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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 드라마 시장이 다시 한 번 요동치고 있다. KBS <직장의 신>이 퇴장하고 후속작 <상어>가 등장하면서 판이 새롭게 짜이고 있다. 지금 가장 애가 타는 쪽은 누가 뭐래도 동시간대 꼴찌에 머무르고 있는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다. <장옥정>으로선 시청률을 반전시킬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마지막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마지막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 SBS


'동시간대 꼴찌' 장희빈의 굴욕

지난 50년간 장희빈을 다룬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중 흥행에 실패한 작품은 단 한 작품도 없었다. 그만큼 장희빈은 한국 대중문화를 통틀어 '유구한 흥행 역사'를 자랑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런데 최근 김태희 주연의 <장옥정>은 장희빈의 흥행 신화에 상처를 냈다. 한 마디로 장희빈의 굴욕이라 할만 하다.

사실 출범 직전까지만 해도 <장옥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상당했었다. 대한민국 최고 미녀스타인 김태희가 9대 장희빈을 맡고 청춘스타 유아인이 숙종에 캐스팅 된데다가 <공주의 남자>를 통해 원숙한 연기를 보여준 홍수현이 인현왕후를 연기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의 시청 욕구를 자극했다. 게다가 그 동안의 선악구도에서 탈피해 새로운 모습의 장희빈을 보여준다는 기획 의도는 신선하기까지 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첫 방송 시청률 11.3%(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직장의 신>에 이어 동시간대 2위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첫 방송 시청률이 두 자릿수가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이 지대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중구난방한 스토리 라인, 상투적인 캐릭터 설명, 느린 전개 속도에 채널이 돌아가기 시작했고 급기야 시청률은 한 자릿수로 급전직하하기에 이르렀다.

타이틀롤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은 불난 데 부채질 한 격이 됐다. 김지미, 윤여정, 이미숙, 전인화, 정선경, 김혜수 등 당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이 연기한 장희빈을 경험해 온 시청자들로선 김태희의 평면적인 연기가 맘에 들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작품을 이끌어야 하는 주연배우가 대중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흥행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김태희로선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선악이 뒤바뀌어 버린 설정 또한 문제가 됐다. 시청자들은 인현왕후가 정치적 야욕을 갖고 있는 악녀라는 사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인현왕후는 '성녀', 장희빈은 '악녀'라는 선악 구도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탓이다. <장옥정>이 출범 이 후, 끝도 없이 추락한 배경에는 이렇듯 수많은 악재들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결국 <장옥정>은 <직장의 신>과 <구가의 서>가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을 구경만 하고 있어야 했다.

 요동치는 월화 드라마 시장에서 <장옥정>은 마지막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요동치는 월화 드라마 시장에서 <장옥정>은 마지막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 SBS


요동치는 월화 드라마, <장옥정>의 마지막 기회

흥미로운 것은 <직장의 신>의 종영과 함께 조용했던 월화 드라마 시장이 다시 한 번 요동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남길-손예진을 앞세운 <상어>의 첫 방송 시청률이 어떻게 나올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장옥정>으로서도 오랜만에 반전의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후발주자인 <상어>를 제치고 동시간대 2위로 올라선 뒤, 마지막 대 반격을 통해 <구가의 서>까지 따라잡는 전략을 세운다면 그토록 원하던 '명예로운 퇴장'도 가능하다.

관건은 27일 방송되는 15회 시청률이다. <직장의 신>에서 빠져나온 시청자들을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만약 15회 시청률이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하게 된다면 <장옥정>으로선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8~9%에서 고정되어 있던 시청층을 확장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게 될 뿐 아니라, 식어가던 시청자들의 관심을 되살리며 향후 방송분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15회에서도 <상어>에 밀려 동시간대 꼴찌를 하는 경우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마지막 반전의 기회를 잡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려워진다. <구가의 서>가 멀찍이 달아나는 마당에 후발주자인 <상어>에게까지 기선을 제압당한다는 것은 작품의 한계만을 여실히 드러내게 될 뿐이다. <장옥정>으로선 무슨 수를 쓰더라도 동시간대 꼴찌를 피해야만 하고, 꼴찌를 하더라도 최대한 박빙으로 승부를 끌고 가서 희망의 불씨를 살릴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장옥정>은 마지막 역전을 위한 준비가 되어있을까. 어수선했던 초반부에 비해 최근 <장옥정>은 '궁중암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작품의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시청자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인현왕후 vs 장희빈' 구도를 구축하고 악녀로 변해가는 장희빈의 모습을 순차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몰입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전개라면 떠나갔던 시청자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 붙들어 놓을 수 있다.

기존 장희빈을 다룬 작품들 대부분이 중후반부에 이르러 시청률이 최고조에 다다른 전례를 살펴봤을 때, <장옥정> 또한 대망의 하이라이트인 '사약씬'이 가까워질수록 시청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서 <장옥정>은 장희빈의 출산과 인현왕후의 폐위, 숙종을 자극하는 장희빈의 패악, 이로 인한 인현왕후의 복위, 인현왕후의 죽음과 장희빈의 사사 등의 내용을 속도감 있게 그려내는데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

논란이 됐던 김태희의 연기도 최근에는 많이 호전됐다. 아주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장희빈을 구현해 내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명성대비나 인현왕후와 대립하며 그들을 조롱하는 연기는 전에 없이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선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렇듯 현재 <장옥정>은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호시탐탐 반전의 기회만을 엿보고 있다. <직장의 신>이 물러나고 새로운 승부를 눈앞에 둔 지금 <장옥정>은 과연 시청률 두 자릿수를 회복하며 마지막 기회를 손에 거머쥘 수 있을까. 언제나 '마지막 한 방'이 있었던 장희빈이 이번에도 특유의 흥행력을 발휘하며 그림 같은 역전 승부를 펼쳐낼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

장옥정 장옥정, 사랑에 살다 김태희 유아인 홍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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