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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민기자다> 표지
 <나는 시민기자다> 표지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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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그게 뭐야..? 나는 <오마이뉴스>와 시민기자 시스템을 잘 모른다. 2012년 대통령 선거 즈음에 지인이 추천해 준 책 <오연호가 묻고 법륜스님이 답한 새로운 100년>을 통해 출판브랜드 오마이북을 먼저 알았고, 다가올 백 년을 걱정하며 새 대통령과 함께 2013년을 맞이했다.

새해가 시작하고 처음 한 일은 <오마이뉴스> 사이트를 통해 10만인클럽에 가입했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여기서 고백하건대 나는 클럽 회원이 10만 명이 넘어서 '10만인클럽'인 줄 알았다.

<나는 가수다>의 아류 같은 제목 때문에 첫인상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더 좋은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시민기자다'라고 외치고 쓴 글은 세상을 바꾼다. 무모한 믿음이 아니라 실제로 보았기 때문에 신념이 되었고 사명이 되었다.

<오마이뉴스>의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는 일곱 개의 글자로 날아와 내 머리를 때렸다. 뉴스 기사는 언론사 기자만 쓸 수 있는 줄 알았고, 내가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를 알리고 싶으면 이를 잘 전달해 줄 수 있는 기자를 찾으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을 글로 옮기는 것은 '기사'가 아니라 '소설'이지 않은가? 인터넷 기사를 읽다 보면 '소설 쓰느냐?'라고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달리는 이유를 알겠다. 경험을 토대로 쓴 기사는 단순한 정보만을 전달하지 않는다. 진정성을 가진 의견과 대안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12명의 시민기자는 글쓰기로 세상이 변하는 현장을 경험한 이야기를 전하며 독자들에게 당신도 세상을 바꾸는 기자가 될 수 있다고 부추긴다.

""나도 기사를 써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런 꿈을 가진 시민들, 즉 예비 시민기자들을 위해 이 책을 마련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로 2000년 2월 22일 창간한 오마이뉴스에 오랫동안 기사를 써온 시민기자들의 글쓰기 노하우와 경험담을 모았다." (오연호 대표기자)

소설 같은 기사를 거부한다

<오마이뉴스>가 태어난 2000년 2월 22일, 나는 대학 졸업 후 입사한 첫 직장에서 사무기기 사용법을 배우던 수습사원이었다. 사무용 내선 전화기로 다른 부서로 전화 돌리기, 복사기로 양면 복사하기(이건 아직도 헷갈린다), 외국 거래처로 팩스 보내기, 타자기로 문서 작성하기 그리고 사무실에 단 한 대뿐인 컴퓨터에 전화선 모뎀으로 인터넷에 연결하는 방법을 배웠다. 기본적인 전화 예절부터 가르쳐야 했던 그 사회 초년생이 지금은 선배들에게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창간일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를 알았다. 전화선으로 접속하던 시절에 인터넷 뉴스를 창간했고, 시민기자 시스템을 도입했다. 창간 초기의 시민기자와 오연호 대표기자가 어떤 시선을 받으며 <오마이뉴스>를 이끌어 왔을지 상상이 된다. 21세기는 마치 영화에 나오는 미래 도시처럼 보여야 하는 강박증에 쫓기듯 새로운 과학 기술이 쏟아져 나오면서 생각의 속도보다 주변 환경이 빠르게 변했다.

어느 날 회사에 출근하니 내 책상에 최신형 컴퓨터가 놓이고 인터넷은 초고속으로 빠르게 연결됐다.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이 상상하던 이야기는 '꿈은 이루어진다'고 외쳐보니 정말 이뤄졌다. (2002년 월드컵 4강은 상상하던 꿈도 아니었는데 이뤄졌다) 인류는 금속 활자 발명 이후 발돋움을 했고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문명을 만들고 있다. 김종성 시민기자가 처음 <오마이뉴스>와 시민기자 시스템을 접했을 때의 경험을 쓴 내용을 보면 <오마이뉴스> 창간 초기 상황을 비추어 볼 수 있다.

"오마이뉴스가 창간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오마이뉴스'란 글자를 컴퓨터 모니터에서는 봤어도 '오마이뉴스'란 발음을 내 귀로 들은 적은 없었다. 문득 인터넷 신문사는 신문을 어떻게 발행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거긴 어떻게 신문이 나오는데?"라고 물어봤다. "컴퓨터로 나오지." "뭐? 컴퓨터로 신문이 나와? 종이로는 안 나오고?" 이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오마이뉴스 이야기만 했을 뿐 실제로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낸 것 같지는 않았다. 나도 한동안 이 대화를 잊어버렸다."  (김종성 시민기자)

꿈은 이루어진다

시민기자는 누가 시켜서 기사를 쓰지 않는다. 정해진 원고료가 없는 대신 정해진 분량이 없다. 평범한 일상이라도 다른 시선으로 살피면 기삿거리가 된다. 부당한 억울함을 글로 적다 보면 마음이 저절로 풀리기도 하고 공감해주는 동지가 나타나 힘을 얻기도 한다. 경험이 정보가 되고 느낌이 의견이 되고 바람이 대안이 된다. 최근 분야와 관계없이 '스토리텔링'이 주목받고 있다.

문화비평용어 사전 정의에 따르면, 스토리텔링은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외국에서 넘어온 신조어 같지만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듣던 옛날 이야기는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야기 할머니' 사업을 통해 전국 유치원 아이들에게 다시 전해지고 있고, 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판소리는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3년 세계유네스코 역사 구전 및 무형문화재로 올라갔다.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와 판소리가 현재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실시간으로 정보가 공유되는 소셜 네트워킹 시대에서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스토리텔링이 빠르게 널리 퍼져 나갈 수 있고 더 빨리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21세기의 진정한 운동가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글쓰기'란 저 먼 미래를 지금 사람들 눈앞에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마음속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줍니다. 글 쓰는 사람은 누구보다 먼저 미래를 보는 사람입니다. 글 쓰는 사람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것을 창조하기도 하고, 아무도 걸어가 보지 못한 미답의 현실을 실현시키기도 합니다."(최병성 시민기자)

세상을 변화시키는 스토리텔러가 되다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곧 회사를 관둘 예정이라고 나의 근황을 얘기했더니 '왜?'라는 질문 대신 '앞으로 뭐 할 건데?'라고 묻는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멀쩡히 다니던 좋은 회사를 관두느냐고 질책만 받다가 처음으로 현실적인 질문을 받았다. '글을 좀 쓰려고'라고 말했더니 '너도 책 쓰게? 뭐 쓸건대?'라고 말한다. 여러 가지 구상 중이라는 변변치 못한 답을 하고 다른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고민은 했지만, 글감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먼저 나의 이야기를 쓰고 한국 전쟁 이후 아픔을 겪은 가족 이야기를 풀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오만한 생각에서 정신 차리게 한 것은 '대중은 나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고 간주해야 한다'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조언이었다. <오마이뉴스>는 나의 글감들을 풀기 좋은 무대일 수 있지만 어설픈 실수까지 눈감아 주고 곳은 아니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눈을 피했더라도 독자의 눈은 피해 갈 수 없다. 친구의 말은 독자의 말과 같았다. 아마추어가 아닌 직업 정신으로 임하며 글을 써야 한다고 시민기자는 입을 모아 말한다.

"시민기자는 직업기자를 어설프게 흉내 내는 사람이 아니라, 직업기자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기자다. 삶의 현장에서 얻은 구체적인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발언을 하기 때문이다." (강인규 시민기자)
"시민기자는 아마추어 기자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시민기자는 대충 써도 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시민기자는 단지 직업이 따로 있을 뿐이다. 기사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직업기자가 아니라서 오히려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에서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김용국 시민기자)

나도 시민기자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7만 명이 넘는다는데 12개의 이야기만 듣기엔 좀 아쉽지 않은가. 이 책을 계기로 시민기자가 되어 세상을 바꾼 이야기를 묶은 속편 <나도 시민기자다>가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속편에는 나의 이야기도 포함되기를 꿈꾸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블로그에도 게재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나는 시민기자다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2명의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

김혜원 외 11명 지음, 오마이북(2013)


태그:#서평, #나는시민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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