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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항쟁에서 시작된 제1기 민주주의와 1998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제2기 민주주의를 거쳐 2010년 지방선거에 민주화세대가 본격적으로 제도정치에 진출하면서 제3기 민주주의가 시작됐다. 권력과 제도의 민주화에서 교육, 건강, 노후, 주택, 고용 등 사람들의 실제 삶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정치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내놓은 책 <동네 안에 국가 있다>의 한 대목이다. 뻔한 말 같지만,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 그의 말대로 성북구의 생활정치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고 또 봐도 갈지자 걸음을 걷는 듯한 야당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구청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팩트'도 적지 않다. 우선 서울시 최초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전 환경부 차관)는 그로 인해 곽노현 교육감이 무상급식 아젠다를 적극 주도하게 됐고, 그 결과 오세훈 시장이 물러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이후 대선 최대 화두가 '복지'였음을 떠올리면, '동네 안에 국가 있음'을 보여준 생생한 사례라고 할 만하다.

저임금 노동자가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원구와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했는가 하면, 방과 후 아동 돌봄 통합센터를 구축했다. 사회적 기업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으며 주민인권선언도 곧 나온다. 모두 최초다. 이에 대해 한 신문은 "욕망의 정치에서 생활정치로 정책의 틀을 바꾼 경우"라 평가했다. 이 정도면 국가 부럽지 않은 동네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들의 실존적 삶, 진보세력의 응답은 충분했는가"

 김영배 성북구청장
 김영배 성북구청장
ⓒ 성북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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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네'에 10여 년 살았다. 결국 뉴타운 바람에 밀려나고 말았지만, 어쨌든 그래서 7일 인터뷰 첫 질문은 나름 자신 있었다. '걸어서 성북 한 바퀴'를 하고 있다면서요, 장위동 ○○은행 아시나요?' 속뜻을 파악하기라도 한 듯, 김 구청장은 근처 30년 넘은 레코드 가게까지 척척 입에 올렸다. 쩝, 괜히 기선만 뺏겼다. 대선을 '빼앗긴' 이유를 말하는데도 거침이 없었다.

"50대 경우를 보자. 1987년 이후 일관되게 진보를 지지했고, 민주화를 추동한 세대라고 본다. 지금도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동력이다. 그런데 그들의 실존적 삶은 어떤가. 본인들은 은퇴할 시기가 됐거나, 은퇴했거나, 자영업자다. 자녀들은 88만원 세대로 여전히 그들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다. 그들의 부모도 돌봐야 하는 세대다. 그럼에도 가진 것은 집 한 채가 전부다. 이런 삶에 진보세력의 응답은 충분했는가."

그는 "사람들의 실존적 삶이 존재하는 동네에 존재 근거가 없는 정당 정치가 (대선) 실패의 본질"이라고 단언했다. "동네 안 구체적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말하는 자체가 한편으로 보면 '뻥'이거나 무책임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민주당에 '돌직구'를 날려달라는 '주문'에는 "횡적 싸움에 집중하기보다 한 사람의 삶에 뿌리를 박으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투쟁하는 정치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고 '돌려' 답했다.

인적 쇄신론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의 뜻을 밝혔다. "경제적으로나 인적으로나 아랫도리가 굉장히 튼실한" 새누리당과 달리 민주·진보 진영은 "뿌리가 허전하기 때문에 오히려 가지 하나 하나가 다 소중하다"고 말했다. "인물 교체론은 정적을 공격하는 수단이지, 우리 시대를 책임 있게 고민하는 방향은 아니라"고 했으며 "계파 이런 걸 따지기보다 시민정치, 생활정치 등으로 프레임을 바꿔낼 수 있느냐 아니냐"를 놓고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짜 잘 하려면 친노, 비노 말하지 말고..."

이야기는 자연스레 내년 지방선거 전망으로 또 이른바 '친노 프레임'으로 넘어갔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행정관과 비서관을 지낸 김 구청장은 "나는 친노 인사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스스로 "나는 어디 가서도 친노 또는 비노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애정이 있고, 그 분을 정말 존경한다면, 그 분의 가치를 실현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친하고 멀고, 친소 관계를 기준으로 자랑하거나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은 가치 실현과는 무관한 일이다. 오히려 분열적 프레임인 '친노 프레임'을 악화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본다."

그래서 인터뷰는 다시 동네 이야기로 돌아왔다. 김 구청장은 "친노, 비노 가릴 것 없이 시민의 시대, 동네 정치의 시대, 마을의 시대를 이끌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헌신해야 한다. 그 프레임을 짜야 한다"며 거듭 "진짜 잘 하려면 친노, 비노 말하지 말고, 동네 시대, 시민의 시대, 그 가치를 말하자"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당신의 5월을 잊지 않겠습니다"란 말이 익숙한 시간이 돼 있었다. 다음은 "그런 점에서"(한 시간 남짓 수 십 차례 나왔다)를 대부분 제외한 인터뷰 전문이다.

"정치 프리즘에 돌 던지고 싶어 택한 제목"

 성북구는 서울시 최초로 친환경무상급식을 시행했다. 김영배 구청장이 숭인초등학교에서 배식을 하고 있다.
 성북구는 서울시 최초로 친환경무상급식을 시행했다. 김영배 구청장이 숭인초등학교에서 배식을 하고 있다.
ⓒ 성북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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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안에 국가 있다, 기존 인식과는 상반된 도전적인 제목이다.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정치 과제, 시대 정신은 과연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거대 담론의 시대는 지나가지 않았나. 권력과 제도의 민주화란 과제도 어느 정도 달성이 됐다. 문제는 그 안의 구성원들, 이 땅의 주인들인 우리 주민들 삶은 오히려 나빠지거나 팍팍해졌다는 것이다. 국가가 잘 되면 나도 잘 된다는 프레임 또는 시대 정신을 반성적으로 돌아볼 때가 됐다.

과연 우리가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에 걸맞은 선진국가인가, 민주화가 만개한 민주주의 공화국인가. 주민들의 구체적이고 생생한 삶을 보면서 당장 내 주변이, 동네가 더불어 살아가는 선진 마을이 되지 않으면, 선진국이나 민주주의 이런 말은 허황하거나 거짓이란 걸 깨달았다. 좋은 정치와 나쁜 정치의 구분 기준, 세상을 바라보는 정치 프리즘에 돌을 던지고 싶다는 심정을 담았다."

- 책에 이런 글이 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큰 틀에서 국정을 논하며 많은 일을 해냈지만 구체적 삶의 마지막 단계인 지역에 와보니, 주민들 삶에 위협적인 요소가 된 경우도 있었다고.
"손자 손녀를 데리고 사는 할머니가 재혼을 했는데 남편이 또 돌아가셨다. 그 자식들은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친어머니가 아니니까 이 분을 돌보지 않는 거다. 할머니 입장에서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그들과 절연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국가로부터 보호받으려면 어쨌든 자식들을 부모도 돌보지 않는 불효자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굉장히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조항 아닌가.

이런 조항들이 서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는 것, 그 심각성을 구청장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됐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국민소득 2만불에 어울리는 선진국인가. 자괴감이 들더라. 동네 안 구체적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자체가, 한편으로 보면 '뻥'이거나 무책임한 것이다. 이제 정치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할 때가 됐다."

동네에서 굳이 인권 문제까지? 그의 대답은

- 성북구에서는 다양한 인권 사업을 벌이고 있다. 기초 자치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인권위원회를 출범시키는가 하면, 인권 조례 제정, 인권 학교 운영, 또 최근에는 주민 인권선언문 제정을 준비중인 것으로 안다. 인권 문제에 대한 일반적 정서를 감안하면, 이와 같은 사업은 이제까지 설명한 '동네 안에 국가 있다' 개념에 반한다고 볼 수 있지 않나.

"두 가지 측면을 먼저 봐야 한다. 인권의 역사는 곧 투쟁의 역사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 참여권 등이 해방 후 그냥 주어지지 않았나. 그 후 또 독재가 쭉 이어졌다. 그러니까 민주공화국이란 옷과 실제 몸이 전혀 안 맞는 상태에서 수 십 년을 지낸 것이다. 인권을 자신과는 거리가 먼, 자신의 삶과는 무관한 남의 것으로 인식해왔다.

또 한 가지 측면은 인권의 역사는 인류 진보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프랑스 영국 여성들이 투표권을 갖게 된 게 1946년이다. 이탈리아는 1945년, 스위스는 1971년이다. 굉장한 선진국으로 여겼는데 어찌 보면 놀라운 일 아닌가. 인권은 계속 확장되는 것이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독재와 워낙 오래 싸우다 보니까 인권 지평 자체가 아직 초기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국가로부터 피해 입은 개인을 구제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 아니라,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그대로, 주인이 주인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주인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사람의 권리, 주민의 권리가 어느 정도까지인가를 사회적으로 논의하고 그것을 보장하고 작동하도록 행정체계와 사회 시스템을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주민들과 함께 주민 인권선언문을 만들고 있는데, 그들의 권리로부터, 그들의 요구로부터 시작해서 그 결과가 피드백 되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 그에 따라 정책이 수립되고 사람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는 것. 이런 순환 과정이 참여 민주주의 시대의 동네 정치다. 그들의 권리로부터 출발하는 정치 말이다."

"동네 안에 국가 있어 오세훈 시장 물러난 것"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최근 내놓은 <동네 안에 국가 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최근 내놓은 <동네 안에 국가 있다>
ⓒ 성북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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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흔히 국가적인 일로 생각하는 것도 동네 안에 끌어들여야 한다, 그것이 '동네 안에 국가 있다'란 말의 또 다른 뜻이다? 지방 선거 공약에도 인권 문제가 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가.
"당연하다. 인간이 하나의 소우주이듯, 동네 그 자체가 국가다. '우리나라 뭐 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우리 동네에 전혀 그게 없으면 거짓말 아닌가. 청계천까지 가려면 아이들 데리고 옷 차려 입고 돈 들여 마음먹고 한참 가야 하지 않나. 저 멀리 청계천보다 우리 집 앞 실개천을 더 좋아하는 시대다. 지금 국민소득 2만불이란 말에는 이것이 빠져 있다."

- 김수현 세종대 교수(전 환경부 차관)는 성북구가 서울시 최초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행하면서 곽노현 교육감이 무상급식 아젠다를 적극 추진하게 됐고, 또 그로 인한 충돌 끝에 오세훈 시장이 물러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평한 바 있다. 결국 그 후 대선 국면에서 복지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걸 보면, 동네 안에 국가 있다란 말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무상급식 논란은 구시대 패러다임과의 충돌이었다. 내가 가는 길로 가야 행복할 수 있다, 짐이 곧 국가란 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전형적 프레임에 서울 시민 스스로 맞섰다. '동네 안에 국가 있다'를 스스로 입증했다. 동네에서 제기된 이슈가, 동네에서 뜨겁게 형성된 쟁점이, 실제 국가 모습 그 자체인 동시에 국가의 변화 방향이란 걸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고 본다."

- 동네 안에 국가 있어 오세훈 시장이 물러나게 됐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 그러면 '국가 안에 동네'를 당연하게 생각하던 시절에서 '동네 안에 국가'로 넘어온 시점을 2010년 지방선거로 볼 수 있겠다.
"2010년 지방선거는 우리나라 정치역사에서,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먼저 정책 이슈가 중요한 선거 변수였다는 점이다. 선거 결과를 상당 부분 좌우했으며, 정치 지형에 균열을 만들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대선까지 쭉 그 프레임이 이어졌다. 동시에 동네 이슈였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선거였다. 헌법 제 1조 1항, 헌법 정신이 이제는 동네 안에서 구현돼야 하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한 선거였다고 생각한다."

민주 진영, 진보 진영 위기의 본질은 희망의 '불발'

- 말이 나온 김에 여쭤보겠다. 내년 지방 선거, 야권에 뚜렷한 희망이 보이는 상황 같지는 않다.
"대선부터 말씀드리겠다. 정말로 사람들 생활 속에 뿌리박은 정당, 그래서 그들의 요구에 기초한 정책, 삶의 실존적 고민에 응답하는 정치,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졌다고 본다. 사람들의 실존적 삶이 존재하는 동네에 존재 근거가 없는 정당 정치, 이게 실패의 본질이다.

50대를 보자. 1987년 이후 일관되게 진보를 지지했고, 민주화를 추동한 세대라고 본다. 지금도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동력이다. 그런데 이 분들의 실존적 삶은 어떠한가. 본인들은 은퇴할 시기가 됐거나 은퇴했거나 자영업자다. 자녀들은 88만원 세대로 그들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다. 부모도 보호해야 하는 세대다. 그럼에도 가진 것은 집 한 채가 전부다.

이런 삶에 진보세력의 응답은 충분했는가. 복지 강화란 말에는 당연히 찬성이겠지만, '나는 곧 은퇴할 거고 자영업은 안 되고 있다, 그 세금은 누가 낼 건데?' 이런 두려움에 대해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땅값 유지'에서는 그래도 낫겠거니 인식하는 새누리당이 복지까지 얘기했다.

이런 실존적 고민에 대해 진보세력은 지금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동네 안에 살고 있는 그들의 고민이 국가적 고민이 되야 하고 정당의 고민이 되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기에 제대로 된 희망을 쏘아 올리고 있지 못하다. 이 점이 민주 진영, 진보 진영 위기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내년 지방선거는 생활정치의 심판장 될 것"

 성북구는 저임금 노동자가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원구와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했다. 사진은 공동기자회견 모습
 성북구는 저임금 노동자가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원구와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했다. 사진은 공동기자회견 모습
ⓒ 성북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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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0일자 <한겨레>를 보면 박창식 논설위원이 "풀뿌리 생활정치 차원에서 진보의 확산이 이뤄지는 반면에, 여의도 야당가에선 개혁이 후퇴하고 있다"며 "오히려 지방정부 지도자들이 긴 안목에서 야당 재건의 구심점이 될지 모른다"고 진단했다.
"부담스러운 말씀이다(웃음). 고민이다. (지금 야권 모습에 실망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하자)그런 점에서도 다가오는 지방선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생활 정치의 시대, 시민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름하는 심판장이 될 것이다. 국가의 시대에는 부국강병이, 시장의 시대에는 '부자가 되세요'가 각각 시대적 가치였다면, 이제는 시민의 생활을 책임지는 것이 잘 하는 정치고, 잘 하는 정당, 잘 하는 지도자임을 확고하게 증명할 수 있는 심판장이 되리라 믿는다.

또한 지도자들을 우리가 잘 지원하고 지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원순 시장, 송영길 시장, 안희정 지사 등 성과를 내는 좋은 분들이 많지 않나. 새누리당에도 광역자치단체장 중 좋은 분들이 많다. 내년에도 좋은 분들이 많이 탄생할 것이다. '용광로'속에서 탄생한 지도자들을 많이 키워내는 게 시민들로서도 또 향후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1976년까지 주지사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은 단 두 명이다. 허나 그 후에는 주지사 출신이 아닌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경우가 단 두 번이다. 한 명은 '아버지 부시', 또 한 명이 오바마다. 상원의원들이 주무르던 보스 정치에서 지역 문제를 국가적 아젠다로 설정하는 정치로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제 민주화의 목표도 결국 사람들 생활을 높이자는 것, 더불어 잘 살자는 것 아닌가. 이를 위해 경제 주체들이 각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새로운 관계의 정립, 이것이 정치의 임무다. 그런 점에서 이제 우리나라도 지방정부 지도자들의 역할이 정치적으로 상당히 중요하다. 사람들의 검증을 거친 지역의 실험이나 모범이 사람들 생활을 구체적으로 바꿔나가고, 이를 통해 국가의 정책들도 변화시켜 나가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 경제 민주화나 '동네 안에 국가 있다'는 사실상 같은 말이다?
"왜 경제민주화를 해야 하느냐. 재벌을 때리기 위해서? 민주주의가 좋으니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거다. 동네에서 살아가는 힘없고 '빽'없는, 그야말로 보통 사람들 삶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지고,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쪽으로 우리 사회가 발전해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경제민주화를)하는 것 아닌가. 누구 걸 빼앗아서 누구한테 더 주자는 식의 수준 낮은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지 않나."

김영배 구청장, 민주당에 '돌직구' 날려달라고 하자...

- 말이 나온 김에 민주당에 '돌직구' 한 번 날려달라(웃음).
"참...그게...민주당...진보진영도 마찬가지라 본다. 1기 민주주의, 2기 민주주의를 이끌면서 온 몸을, 삶을 바치신 분들. 심지어 돌아가신 분도 많이 계시지 않나. 그들의 동료들이 지금 민주당 또는 진보 진영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들의 피와 땀이 3기 민주주의의 거름이고 바탕이다. 그런데 지금은, 새로운 단계의 책임 있는 변화를 국민들 또는 시민들이 요구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수용하고 주도해 나갈 용기를 내야 한다고 본다.

최근 민주당의 변화 노력에 기대가 물론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과연 얼마나 많이 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이나 진보 진영이 횡적인 싸움이나 논쟁에 집중하지 말았으면 한다. 국민 속으로,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깊은 바닥에 있는 한 사람의 삶에 뿌리를 박으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투쟁하는, 그런 새로운 정치 투쟁의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 돌직구로 가다가 살짝 빠진 것 같다(웃음). 인적 쇄신의 필요성, 어떻게 보는가.
"인적 쇄신론, 특히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새누리당 아젠다라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인적으로나 굉장히 축적된 자산을 갖고 있다. 대체로 덩치 큰 쪽에 그 뿌리를 두고 있고, 그래서 아랫도리가 굉장히 튼실한 나무라고 볼 수 있다. 가지를 쳐도, 썩은 윗동을 좀 잘라도 사실은 크게 문제가 안 된다.

민주·진보 상황은 어떤가. 사실 사회적으로 보자면 여전히 소수고, 어찌 보면 비주류에 속하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뿌리가 허전하기 때문에 오히려 가지 하나 하나가 다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최장집 선생도 말씀하시지 않았나. 사람을 자주 교체하는 게 민주주의는 아니라고, 완전한 착각이라고. 사람들의 요구를 제대로 실현하는 대표성을 가질 때 민주적인 것이다. 그런 대표성이 계속 유지된다면, 그 사람을 안 바꾼다고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계파 이런 걸 따지기보다 패러다임 또는 프레임을 바꿔야 하는 것이지, 사람을 바꾸는 게 우선은 전혀 아니라고 본다. 시민정치, 생활정치 등으로 프레임을 바꿔낼 수 있느냐 아니냐의 싸움이다. 여기에 미흡했기에 대선에 실패한 것이다. 나에게, 또 우리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 책임을 지기 위해서 변신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인물 교체론은 정적을 공격하는 수단이지, 우리 시대를 책임 있게 고민하는 방향은 아니라고 본다."

"친노, 비노라는 자체가 노무현을 욕되게 하는 것"

 구민의 날 기념식에서 성북 주민인권선언문(초안)이 발표되고 있는 모습
 구민의 날 기념식에서 성북 주민인권선언문(초안)이 발표되고 있는 모습
ⓒ 성북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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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이광재 전 강원 지사와는 자주 만나는 편인가. 최근 성북구로 이사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성북구로 오신 건 아니다. 다만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고, 또 요즘 야인이다 보니까 가끔 뵙고 있다."

- 지난 번 출판 기념회 때 이른바 '친노 인사'가 많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닌 분들이 더 많았는데(웃음)."

- '친노 프레임'을 어떻게 보는가.
"나는 친노 인사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 프레임 자체가 틀렸다고 보지만, 친노 인사라는 걸 부정하거나 그럴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나, 나는 어디 가서도 친노 또는 비노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애정이 있고, 그 분을 정말 존경한다면, 그 분의 가치를 실현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친하고 멀고, 친소 관계를 기준으로 자랑하거나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은 가치 실현과는 무관한 일이다. 오히려 '친노 프레임'을 악화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본다.

지난 번 백원우 의원이 이런 말을 하더라. 관계의 친노에서 가치의 친노로. 노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좋아했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친노가 상징하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다 친노이고, 살아 생전에 그 분과 개인적으로 또는 공적으로 친했다는 이유로 '내가 친노요, 쟤는 비노요'라고 하는 자체가 그 분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전적으로 동감한다.

정치 프레임으로 친노 프레임은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분열적 프레임이다. 정말로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이라면 친노 비노 가릴 것 없이 시민의 시대, 동네 정치의 시대, 마을의 시대를 이끌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헌신해야 한다고 본다. 그 프레임을 짜야 한다. 친노 비노도 잘 하려다 나오는 이야기일텐데,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진짜 잘 하려면 친노 비노 말하지 말고, 동네 시대, 시민의 시대, 그 가치를 말하자."

"가장 잘한 사업은 도서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성북구가 층간 소음의 주민 자발적 해소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아기가 자고 있어요' 캠페인
 성북구가 층간 소음의 주민 자발적 해소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아기가 자고 있어요' 캠페인
ⓒ 성북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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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까지 사업성과 이야기는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여쭤보겠다. 다른 곳에는 없지만 성북구에만 있는 것 또는 이쪽으로 이사 온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차이, 무엇일까.
"신생아를 둔 부부에게 '아기가 자고 있어요'란 부착물을 나눠 드리고 있다. 요즘 층간 소음 등이 많이 문제가 되고 있지 않나. 신생아의 건강한 수면을 돕고 이웃의 자발적인 배려를 유도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 또한 이사 오시면 현재 아동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교육·문화·도서관 서비스 등을 종합한 안내 책자를 나눠 드리고 있다.

특히 주민 분들이 도서관을 가장 많이 말씀하시더라. 취임 당시 규모 있는 도서관이 3곳이었는데, 지금은 9곳으로 늘어났다. 만족도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잘한 사업이 뭐냐고 묻는다면 도서관,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은 친환경 무상급식이라고 하겠다. FGI(표본집단 면접)에서 식자재 공동 구매 등 구청의 급식 관련 노력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학부모님들이 85%로 나타났다.

신뢰야말로 사회적 자본 중 사실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그래서 뉴타운 재개발은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좀 과다 지정돼 있다 보니까 지지부진한 지역의 경우 동네의 갈등 요소가 잠재해 있다. 뉴타운 재개발을 빨리 진행하라 또는 차라리 빨리 그만두라는 요구가 최근 상당히 높다. 늘 마음이 무겁다."

- 지역에서는 뜨거운 현안으로 보인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욕망의 정치로 인해 과다 지정됨으로써 정말 재개발이 꼭 필요한 곳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실태 조사 과정을 통해 거품을 빼고 나면 제대로 갈 곳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 믿는다. 문제는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극심한 고통이다. 그에 대한 체계적이고 투명한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어쨌든 어렵긴 하지만 주민 생활과 직결된 핵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 생각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내 주변을 구체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콩 한쪽도 나눠 먹을 수 있도록 내 삶의 터전을 가꿔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첩경이라고 생각한다. 기초가 아니라 핵심이다. 그게 안 되면 지금 아무것도 안 되는 상황이다. 위를 바꾼다고 어떤 큰 틀을 바꾼다고 해서 절대 바뀌지 않는다.

내 삶에 뿌리를 박고 내 주변을 구체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활동을 구체적으로 하는 사람이 깨어 있는 시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란 것 역시 어떤 거창하거나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요즘 많이 회자되는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등에 있다. 내 주변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꾸리는 날갯짓이 아주 거대한 태풍을 만드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시민으로서 동네의 삶을 구체적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을 독자님들과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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