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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전대미문의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윤창중을 '전문성'을 보고 기용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거야말로 곡학아세(曲學阿世)의 전형, 윤창중이 출세의 방편으로 연출한 곡학아세에 된통 당한 셈이다. 곡학아세의 삶을 산 윤창중도 문제지만 옥석을 가리지 못한 대통령의 고집불통 안목이 더 문제다.

언제부터인가 연말이 되면 다사다난 했던 한 해를 단 네 글자로 담아내는 사자성어가 선정된다. 그렇게 선정되는 사자성어 중 곡학아세(학문을 굽히어 세상에 아첨한다는 뜻으로, 정도를 벗어난 학문으로 세상 사람에게 아첨함을 이르는 말)라는 고사성어가 선정된 적이 있었다.

곡학아세라는 고사성어는 한나라 초기 경제(景帝) 때의 박사 원고생(轅固生)이 공손홍(公孫泓, 기원전 200~121)에게 "(그대는) 바른 학문으로 바른 말을 하는 데 힘쓸 뿐, 배운 것을 왜곡해 세상에 아첨하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라고 따끔하게 충고한 데서부터 유래했음을 <사기>에서 기록하고 있다.

사자성어 '곡학아세'의 유래와 전거

그 유명한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司馬遷, 기원전 145~90?)은 기원전 145년, 중국 섬서성 한성시 서촌에서 태어났다. 사마천은 바른 말을 하다 억울하게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형수 신분이던 사마천은 어떻게라도 살아남기 위해 궁형(宮刑, 생식기를 없애는 형벌)을 자청했다. 사마천도 남자이고 수컷이다.

사마천이 죽음보다 치욕스럽다는 이 궁형을 자청하면서까지 살아남으려 했던 것은 <사기>를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사기>를 완성한 후 사마천의 행적은 더 이상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부당하게 내려졌던 사형선고에 항거함으로 스스로의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궁형을 자청했듯이 스스로의 죽음을 자청해 온전함 몸으로 승천했을지도 모른다고 추론할 뿐이다.

그렇다면 원고생으로부터 '곡학아세'하지 말라는 충고를 들은 공손홍은 어떤 인물일까? 공손은 예순 살에 늦깎이로 박사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로 어사대부 벼슬까지 올랐고, 훗날 평진후(平津侯)로 봉해질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뿐 아니라 공손은 자신과 사이가 나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몰래 해치기까지 했다. 또 겉으로는 검소한 척, 점잖은 체해서 주위로부터 칭찬을 들었지만 내면은 그렇지 못했다. 그는 고기반찬 하나에 거친 밥을 먹고 삼베 이불을 덮고 살면서 친구나 빈객이 부탁하면 봉급까지 털어주며 영성을 샀다.(중략)

곡학아세는 자신이 배운 전문지식이나 하벌 따위를 미끼삼아 각종 권력에 아부하는 사이비 지식인을 향한 엄중한 경고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그 경고가 무색하다 못해 아예 무시당하는 것 같다. 오죽하면 폴리페서(polifessor)도 모자라 폴리너리스트(polinalist)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지식인들을 조롱하겠는가? 무얼 배우든 바르게 배워 제대로 써야 한다. 권121<유람열전> -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62쪽

하 세월 동안 달인 약탕기 속 한약 같은 고사성어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지은이 김영수┃펴낸곳 생각연구소┃2013.4.30┃값 1만 8000원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지은이 김영수┃펴낸곳 생각연구소┃2013.4.30┃값 1만 8000원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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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마천학회 정식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기> 전문가인 김영수가 쓰고 생각연구소가 펴낸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은 저자가 <사기>를 공부하면서 틈틈이 메모해둔 고사성어와 명언에 대한 단상(短想)과 단상(斷想)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고사성어나 사자성어, 속담이나 격언으로 사용하고 있는 주옥같은 문장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유래하기 시작하였음을 설명하고 있어 문장에 담긴 의미를 왜곡 없이 읽으며 새길 수 있다.

들어본 적도 있고, 읽어본 적도 있는 문장들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새기면 새길수록 주옥같은 문장들이다. 모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겐 모난 부분을 쪼아주는 정, 마음이 무뎌진 사람에겐 마음을 벼릴 수 있는 숫돌, 중심을 잃어 휘청거리거나 휘어진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겐 중심을 잡아주고 꼿꼿하게 펼쳐줄 척추가 될 내용들이다.

정치인들에겐 정치인이 갖춰야 할 도리이자 최선을 찾을 수 있는 비기(秘記) 같은 문장이며 내용들이다. 경제인에겐 떳떳하게 돈 버는 방법과 만인을 아우를 수 있는 전략이며 경영법이다. 억울한 사람은 그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찾을 수 있고, 곤란한 문제에 봉착해 있는 사람은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지혜를 찾을 수 있는 내용들이다.

실타래처럼 얽인 만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인간관계, 갑·을관계, 사용자와 고용자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다툼을 해결하며 상생할 수 있는 발상 전환의 출발점이이 되고, 사고의 원천(源泉)의 되기에 충분한 내용들이다.

카네기가 말하는 처세술이 양약 같다고 하면 <사기>에서 선정한 문장들, 문장에 덧댄 저자의 단상을 담고 있는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은 오늘에 맞게 처방해 하 세월 동안 달인 약탕기 속 한약과 비유해 설명하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에겐 기준, 윤창중에게는 가늠이 될 문장들 수두룩

박근혜 대통령이 이 책을 읽어 충분히 새겼더라면 출세 지향적이었다 할 윤창중의 삶, 곡학아세를 출세의 수단으로 하고 있는 모리배에게 뒤통수를 맞는 실정 인사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잘못만 있고 반성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할 수 있지만, 그것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진정한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구차하게 눈치를 살피면서 또 다른 거짓말로 자신의 잘못을 변명하기에 급급한 삶은 불쌍한 삶이다. 작은 용기에서 우러난 반성이야말로 진정한 자기변명이다. 그런 사람이 올바로 사는 사람이다. <한서><사마천전>에 수록된 '보임신서' - 68쪽

사마천이 친구 임안에게 보낸 편지 내용 구합취용(苟合取容)을 설명하는 내용의 일부분이다. 책에서는 이미 벌어진 실수나 잘못을 보다 순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불변의 진리도 전하고 있다. 자처한 현실에 암담해 하고 있을 윤창중이 사면초과의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처방도 기원전에 사마천이 이미 내놨으니 이쯤이면 불변의 진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빤히 드러날 거짓말로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작태는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지혜가 아니다. 자기의 입장을 설명하는 변명도 못 된다. 거짓된 변명을 할수록 점점 빨아들이며 옥죄는 것이 진실의 늪이다. 누구누구 할 것 없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워드,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는 묘책 역시 이 책에서 담고 있는 문장에서 찾을 수 있다. 

"백성이 실컷 말하게 하면 정치의 잘잘못이 다 드러납니다. 좋은 일은 실행하고 나쁜 일은 방지하는 것, 이것이 재물을 생산하여 입고 먹는 방법입니다. 백성은 속으로 생각한 다음에 입으로 말하며, 충분히 생각한 다음에 행동으로 옮깁니다. 그런 그들의 입을 막는 일이 얼마나 오래가겠습니까?" -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388쪽

고질병처럼 도지고 있는 불통, 소통부족에 대한 경고와 처방도 기원전에 이미 명쾌하게 내려놨었다. 책에서는 게간이기(揭竿而起, 장대를 높이 세워 깃대로 삼다)를 빌어 민중의 진정한 힘은 선동으로 규합되는 것이 아니라 '자각'에서 나온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각은 제대로 아는 앎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제대로 알려면 불편부당한 기준과 합리적인 가늠이 필요하다. 수천 년 동안 검증된 기준과 가늠을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에서 읽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갑의 횡포'를 경고하고 나섰다고 한다.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최고의 갑은 대통령 자신이다. 솔선수범보다 더 강력한 지도력, 솔선수범보다 더 큰 호소와 설득력을 갖는 행위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를 포함한 모든 통치 행위에서 더 이상 실정을 피할 수 있는 기준, 윤창중이 현실을 극복 할 수 있는 가늠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지은이 김영수┃펴낸곳 생각연구소┃2013.4.30┃값 1만 8000원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 언어의 소금, 《사기》 속에서 길어 올린 천금 같은 삶의 지혜

김영수 지음, 생각연구소(2013)


태그:#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김영수, #생각연구소, #사기, #사마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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