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수정 : 16일 낮 12시]

[정정]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문 사건 911 신고 관련
본 기사는 출고 당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사건이 911로 신고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긴급구조전화 911측이 '해당 사건은 911로 신고됐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돼 기사를 정정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해 독자여러분께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접하면서 가장 의문스러웠던 점은 성범죄에 대해 어느 나라보다 엄격한 미국 경찰이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소극적이었나 하는 점이었다.

IMF총재는 이륙 10분 전 체포, 어떻게 가능했나

미국 경찰은 2011년 5월15일 뉴욕 JFK공항에서 파리행 비행기에 탑승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체포했다. 전날 자신이 묵던 한 호텔방에서 알몸으로 있다가 청소하러 들어온 여성 청소원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였다.
▲ 미 법원에 출두한 스트로스칸 IMF총재 미국 경찰은 2011년 5월15일 뉴욕 JFK공항에서 파리행 비행기에 탑승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체포했다. 전날 자신이 묵던 한 호텔방에서 알몸으로 있다가 청소하러 들어온 여성 청소원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였다.
ⓒ 연합뉴스/EPA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미국 경찰은 원래 다른 나라 고위직 정치인의 성범죄 사건에 대해 소극적일까? 아니다. 지난 2011년 5월 뉴욕 경찰은 뉴욕의 한 호텔에서 알몸으로 있다가 청소하러 들어온 여성 청소원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가 있는 당시 IMF 총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을 비행기 이륙 10분 전에 비행기 안에서 체포했다. 호텔 청소부가 호텔 관계자에게 칸 총재로부터 성폭행 당했다고 알렸고, 호텔 측은 곧바로 응급구조(911) 전화를 통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뉴욕 경찰은 칸 전 총재의 피해자인 이 호텔 청소부의 고발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이 프랑스 거물 정치인을 체포부터 했다.

비행기에서 황망히 체포된 칸 전 총재는 차가운 뉴욕의 한 경찰서에서 밤을 보내야 했고, 같은 해 7월까지 본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뉴욕의 한 아파트에 보호 수감됐다. 그가 풀려날 수 있었던 것은 증거 불충분으로 미국 검찰이 법원에 공소 취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즉, 미국 경찰은 이 사건 자체의 심각성과 피해자 당사자는 물론 제 2, 3의 피해자가 또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에 무게를 두고 움직였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의 경우는 어떤가?

14일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호텔방에서 알몸으로 피해여성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처음 이 사건이 알려진 '미시USA'(missyusa.com)에는 '이번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중 대변인이 성폭행을 했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워싱턴디시 법에 따르면 호텔방에서 알몸으로 엉덩이를 만졌을 경우 4급 성폭력에 해당하지만,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가지려고 했다면 1,2급 성폭력에 해당한다. 그가 일으킨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 이미 일주일이 지났지만 한국과 미국 경찰 중 어느 곳이 이번 수사를 주도할지, 언제쯤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지, 과연 윤 전 대변인이 미국으로 송환될지 등 그 어느 것도 명확하게 정해진 게 없다.

심지어 사건일지 조차 언론사가 조금씩 전하는 단신으로 퍼즐 맞추듯 할 뿐, 정확한 상황이 공개된 것은 아니다. 워싱턴디시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발생 시간은 현지 시간으로 7일 오후 9시 30분, 사건 종료 시간은 오후 10시고, 사고 신고 시간은 8일 오후 12시 30분이다. 보고서에는 신고 당시 피해 여성은 호텔 안에서 용의자가 "허락 없이 엉덩이를 만졌다(grabbed her buttocks without her permission)"고 진술했다고 적혀 있다.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에서 지난 10년간 실종됐던 3명의 여성이 발견됐을 때에도, 또 보스턴에서 테러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이 모든 사건의 일지를 공식적으로 정리하고 확인해 주었던 것은 관할 경찰서 또는 FBI 등의 공권력이었다.

이들은 새롭게 밝혀진 것이 있을 때마다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발빠르게 기자들과 국민들에게 알렸고, 보스턴 마라톤 참사의 경우에는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온 미국인들을 향해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미국 경찰의 자세

성폭력의 경우 미국 대다수 주에서는 "당신이나 당신이 아는 누군가에게 성폭력이 발생했다면 911에 전화를 하세요"라고 홍보하고 있다.
 성폭력의 경우 미국 대다수 주에서는 "당신이나 당신이 아는 누군가에게 성폭력이 발생했다면 911에 전화를 하세요"라고 홍보하고 있다.
ⓒ 911

관련사진보기


텍사스 주 알링턴 시 경찰서의 911 대응팀. 911 응급 전화가 걸려왔을 때 경찰의 대응 강도와 순서 등을 정리해놨다. 가령, 간단한 신체적 다툼이 있거나 (용의자가 이미 도주한) 성폭력에 대한 신고일 경우(우선1-Priority 1-의 경우)에도 경찰은 바로 출동하거나 주변에 출동이 가능한 경찰력이 바로 현장에 나타나도록 돼 있다. 신고자가 911 전화를 한 후 그냥 끊은 경우에도 경찰은 신고자가 안전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현장으로 출동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아이가 장난으로 911을 누른 경우에도 미국 경찰은 출동하며, 이 경우 그 부모는 벌금을 내게 된다.
 텍사스 주 알링턴 시 경찰서의 911 대응팀. 911 응급 전화가 걸려왔을 때 경찰의 대응 강도와 순서 등을 정리해놨다. 가령, 간단한 신체적 다툼이 있거나 (용의자가 이미 도주한) 성폭력에 대한 신고일 경우(우선1-Priority 1-의 경우)에도 경찰은 바로 출동하거나 주변에 출동이 가능한 경찰력이 바로 현장에 나타나도록 돼 있다. 신고자가 911 전화를 한 후 그냥 끊은 경우에도 경찰은 신고자가 안전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현장으로 출동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아이가 장난으로 911을 누른 경우에도 미국 경찰은 출동하며, 이 경우 그 부모는 벌금을 내게 된다.
ⓒ 누리집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도대체 미국시민권자인 여성이 피해자가 된 이번 성추행 사건이 미국에서 이렇게 더디게, 또 소극적으로 다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이전 사건들과 이번 사건을 다르게 만들었을까?

미국에서는 교통사고나 화재, 사람의 생명을 다투는 다급한 일에도 911 신고가 이용되지만,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성폭력은 물론 당장 경찰의 도움이 필요할 때 사람들은 가장 쉽게 911을 찾는다.

특히 성폭력의 경우 미국의 대다수 주에서는 "당신이나 당신이 아는 누군가에게 성폭력이 발생했다면 911에 전화를 하세요" 또는 "만약 당신이 성폭력의 희생자이거나 그같은 희생자를 안다면 당장(굵은 글씨와 대문자로 강조) 신고하세요. 911로 전화할 때입니다"라며 성폭력 대응 방법의 하나로 911을 널리 홍보하고 있다.

일리노이주의 한 대학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당신이 (911) 전화를 주저하는 동안, 당신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람은 a)도망가거나, b)증거를 인멸하거나, c)범죄를 부정하기 위해 자기 마음대로 사건을 정당화하거나, d)알리바이를 만들어내고 거짓얘기를 꾸며내는 일 등을 한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911을 통해 성폭력 신고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은 성폭력 범죄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과 동시에 피해자를 신속하게 적절히 도와주기 위해서다. 

가령 신고를 받은 경찰은 피해자를 찾아오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은 다음, 피해자 중심의 경찰 보고서를 작성한다. 또한 성폭행이 막 발생한 경우라면 경찰은 피해자를 병원에 데리고 가 건강 상태를 살피고, 성폭력으로 인한 피해 상황이 어떤지 증거를 수집한다.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기간 중 대사관 여성인턴 성추행 사건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 하림각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사건 발생 후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귀국을 지시해 따랐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자신은 여성 인턴에게 격려 차원에서 허리를 '툭' 쳤을 뿐 문화적인 차이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 "격려차원에서 툭 쳤을 뿐" 윤창중 전 대변인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기간 중 대사관 여성인턴 성추행 사건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 하림각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사건 발생 후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귀국을 지시해 따랐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자신은 여성 인턴에게 격려 차원에서 허리를 '툭' 쳤을 뿐 문화적인 차이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정부는 미국 당국에 윤창중 사건에 대해 조속히 수사해 달라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지만, 청와대와 대사관 쪽이 피해 여성과 여직원의 경찰 신고 전에 사건을 무마하려 했을 뿐 아니라 윤창중 전 대변인을 도피시켰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식으로 진상규명이 이루어질지 궁금하다.


태그:#윤창중, #911, #성추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