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인현왕후 역을 맡은 홍수현.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인현왕후 역을 맡은 홍수현. ⓒ 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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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목·헌경·인경·제헌·단경·문정·정희·인현' 이 명칭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여기에 공통된 단어를 조합해서 다시 보면 이해가 쉽다. '인목왕후 김씨·헌경왕후 홍씨·인경왕후 김씨·제헌왕후 윤씨·단경왕후 신씨·문정왕후 윤씨·정희왕후 윤씨·인현왕후 민씨'.

이제 이 명칭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감이 올 테다. 바로 조선시대 왕후들에게 붙여지는 이름, 즉 시호를 일컫는 단어들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 명칭이 절대 그들의 실명은 아니었다는 사실.

인목·문정·인현 등 이러한 명칭은 '시호'라고 불리우는데, 시호는 왕이나 왕비, 종친, 사대부 등 정2품 이상의 문무관 및 공신들이 죽은 후에 그들의 공덕을 찬양하기 위해 하사되는 이름이다. 이 이름은 '시호도감'이라는 기관까지 설치하여 정할만큼 신중의 신중을 거듭하고 지어졌다.

시호를 내리는 목적은 여러 인물의 선악을 구별하여 후대 자손에게 권선과 징계를 전달하기 위함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렇기에 한 인물이 죽고 난 후 그간의 삶을 평가하고 그 후에 붙여지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시호'에 대한 바른 이해가 먼저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첫 회에 등장한 안내문구.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첫 회에 등장한 안내문구. ⓒ SBS


요즘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사극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왕 숙종과 장희빈, 인현왕후의 이야기가 팩션(팩트+픽션: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장르)으로 만든 작품이다. 팩션이기 때문에 이야기 안에 재미를 가미하는 것은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지만 역사적인 사실을 다소 왜곡하는 부적절한 용어 사용으로 팩션의 질까지 저하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느껴진다.

숙종이 첫 번째 왕비로 맞이한 김만기의 딸과 후에 계비로 맞이하는 민유중의 딸은 왕후의 자리에 앉았다가 죽게 된 후에 각각 인경, 인현이라는 시호를 받았다.

조선왕조실록 숙종 27년(1701년) 8월 20일자에는 "여러 대신과 정부 관각의 당상관과 육조의 참판 이상이 대행 왕비의 시호는 인현, 능호는 명릉, 전호는 경녕이라고 의논하였다"고 기록되어있다. 이런 사실을 본다면 극중에서 '인경아가씨' '인현아가씨' '인현아' 하는 대사는 옳은 표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작가는 이런 오류를 처음부터 예상은 한 것 같다. 방송 첫 회에 띄운 화면에서 '인경왕후와 인현왕후의 시호는 사후 붙여진 것이지만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물의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청소년들은 숙종의 왕후였던 이들의 이름을 민인현, 김인경으로 습득할 우려도 존재한다.

죽은 뒤 부여받는 시호를 극중에서 이름으로 부르는 것보다는 아명을 넣거나 혹은 '아가씨'로 그냥 통용하여 부르는 것이 더 낫지는 않았을까. 민유중이 딸을 부르는 장면에서도 '인현아'라고 하기보다 '아가야' 혹은 '얘야'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부디 이 드라마를 재밌게 보는 시청자들이 숙종의 왕비들 이름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통해 '시호'의 개념을 알고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참고로 장희빈은 5년 남짓의 세월 동안 왕후의 자리에 앉았지만 다시 지위를 박탈당하게 됨으로 시호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satur21)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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