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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다양한 사례로 이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낸다.
 책은 다양한 사례로 이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낸다.
ⓒ 위즈덤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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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새장과 같은 것이다. 밖에 있는 새들은 부질없이 들어가려고 하고, 안의 새들은 쓸데없이 나가려고 애쓴다." - 미셀 몽테뉴(프랑스 철학자)

인간은 원하는 배우자를 얻기 위해 결혼 적령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력을 바친다. 돈을 벌고 명예를 위해 애쓰고, 사랑의 세레나데를 목 놓아 부른다. 그 결과 100%는 아니더라도 '이 사람이면...'하는 이를 만나 남은 인생을 약속한다.

그 결과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오래 된 사회적 계약의 한 형태인 결혼이 이루어진다. 여기서 결혼이란 일부일처제를 말한다. 이처럼 남녀 간 만남은 사랑으로 출발해 법적인 구속력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현대 사회로 넘어오며 결혼의 지속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며, 이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가 돼 버렸다. 다양한 개별적 사유와 사회적 원인들이 있겠지만, 표면적으로는 성격 차이로 귀결되곤 하는. 더는 이혼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이미 하루 300쌍의 부부가 이혼하고 한 해 10만 쌍, 결혼한 부부 세 쌍 중 한 쌍 꼴로 이혼을 한다. 대한민국은 '이혼 공화국'이라고 불려도 이상할 게 없다.

다양한 사례로 알아 본 이혼 대비서

그렇다면 정말로 이혼을 해야한다면 그 이후 상황에 대해 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혼절차는 물론 재산분배와 자녀의 양육문제 등 헤어지는 과정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앞서 말했듯 사회적 계약을 파기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혼을 준비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그런 기초지식이 없다. 핏대를 세우고 악다구니를 쓰는 것으로 감정 폭발을 보이지만, 현실 상황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이혼전문 변호사를 찾는 게 현실이다.

법조전문 시민기자로서 <생활법률 상식사전>과 <생활법률 해법사전>을 펴냈던 김용국씨는 자신의 직장인 법원에서 이런 현실을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의 고민을 제보 받아 '제대로 이혼 도와주는 남자(이도남)'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다. 독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마침내 그간 연재한 글을 현직 판사와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감수하고 보다 다양한 판례 자료들을 보태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제목은 <이도남(이혼을 도와주는 남자)의 돈고생 마음고생 없이 이혼하는 방법>이다.

연재를 진행하며 "이혼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에 시달리기도 했다는 김용국 시민기자는 이혼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 가장 현실적인 '이혼 고민 해결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법원에 근무하며 느낀 안타까움을 글로 풀어 낸 김용국 시민기자.
 법원에 근무하며 느낀 안타까움을 글로 풀어 낸 김용국 시민기자.
ⓒ 나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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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다양한 사연들이 등장한다. 경제적 무능에서부터 배우자의 외도, 그 외도를 입증하는 방법, 간통죄의 성립 유무, 재산분할과 위자료, 친권과 양육권 등. 이혼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고 이에 대해 실제 일어났던 판례를 중심으로 대처방법을 꼼꼼하게 진단한다.

'성격 차이 이혼 가능할까요?' '성관계 거부하는 아내, 이혼사유가 되나요?' 등 모든 사례들은 현재 고민중인 독자가 보내준 사연들이라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판례들 또한 사연들과 가장 유사한 결과들로 채워져 있기에 이해가 빠르다. 꼭 이혼을 고려하지 않는 이들이라도 생활상식으로 알아둘 만한 정보들이 적지 않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기 위해 김용국 시민기자는 사연 하나를 쓰는 데 일주일이 넘게 걸린 일도 많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여서 쉽게 "이렇게 하십시오" 혹은 "이혼하지 말고 사세요"라고 단정적 지시를 내릴 수 없어 늘 깊이 고민했다고 한다.

연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사례들을 접하고 공감도 했지만, 일부 독자들이 보내 준 사연은 이기주의적인 세태가 투영된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고 한다.

"아이들 관련한 문제에서 아이를 내가 안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이들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애는 놔두고 몸만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물어오는 거죠. 또 전 배우자가 키우고 있는 자녀 양육비를 안 줄 수 있는 방법을 묻기도 합니다. 하지만 20살까지는 법적으로 주어야 하죠. 퇴직금을 안 주는 방법 등 돈에 관련 된 질문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답변을 해주기는 하지만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아 한편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혼을 조장? 그 반대로 경고를 하고 싶다

그간 수많은 메일을 받았지만, 간혹 이혼을 권유하거나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질책을 들었을 때는 기분이 나쁘기보단 안타까웠다고 한다.

"충분히 오해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내가 기사로 쓰지 않는다 해서 이혼을 안 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이혼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기엔, 너무 큰 사회현상이 됐습니다. 이혼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됐고, 그렇기 때문에 교통정리 할 필요가 있죠. 흔히 이혼을 진행하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거나 원수가 되어서 헤어지던지 둘 중 하나인데, 그것보단 이혼 이후의 현실적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전에도 출판의 경험이 있는 그이지만, 전과는 달리 현재 고민하는 이들의 실 사례를 접하는 것이라 갑절의 노력이 들었다고도 한다.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도 많았기 때문이 특히 조심스러웠죠. 실제 일어난 모든 사례들을 다 실었지만, 소송이라는 것이 수학공식 대입하듯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고민스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를테면, 확신은 있어도 증거를 못 내놓으면 위자료를 못 받을 수도 있는 등 현실의 변화무쌍한 돌발 상황 등이 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책을 통해 김용국 시민기자가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오히려 명쾌하고 역설적이다. 단순한 부부간 갈등으로 이혼하려 하는 이들에게는 이 책이 '경고가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성격이 안 맞는다든지, 취향이 다르다든지 하는 문제로는 법적으로 이혼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분들에겐 이혼이 해결책이 아닙니다. 정말로 결심했다는 분들만 이 책을 보고 제대로 이혼을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책에도 밝혔듯 이혼은 어디까지나 차선책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혼 후 행복할 것인지,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이혼은 행복을 위한 차선책, 심사숙고해야

마지막으로 김용국 시민기자는 이혼이 절대 부끄럽거나 수치스러운 일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절대 이혼을 권장할 생각은 없지만 행복을 위한 차선책이라면 제대로 준비된 이혼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이혼 문제를 숨기지 말고 공론화했으면 합니다. 언론 등에서 이혼을 흥미위주의 가십거리로만 다룹니다. 성과 돈에 관련한 이야기만 하다 끝나니, 남는 정보가 없어 결국 일반인들은 변호사 사무실을 찾을 수밖에 없는 거죠. 이혼 후 안정적인 자녀 양육과 행복한 삶 추구 등 보다 발전적 담론이 형성됐으면 좋겠고, 책 출간을 계기로 터놓고 이야기하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합니다." 

흔히 사랑이 깨어지면 추억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혼은 기억으로 아로새겨진 어린 시절 풋사랑과는 다르다. 바탕은 사랑일지라도 준엄한 사회적 계약으로 직인 찍혀있기 때문이다. 이혼을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단순한 짜증이나 염증으로 콩깍지가 걷힌 이들에게 결코 이혼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배우자의 명백한 귀책사유 등으로 인해 불행한 생활을 이어나가는 이들에게는 차선책이거나 탈출구가 될 수 있다.

본문에는 이런 이들을 위한 방법이 각 사례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책 뒤쪽에는 이혼절차와 용어 해설, 기초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 등이 덧붙여 있어 궁금증이 해소된다.

<이도남(이혼을 도와주는 남자)의 돈고생 마음고생 없이 이혼하는 방법>은 우리 시대 모든 부부에게 유효하다. 사소한 부부 갈등으로 고민하는 부부들은 이 책을 읽고 '홧김이혼' 결심을 접길 바란다. 대신 심사숙고 끝에 이혼하겠다는 확신이 선 이들이라면, 책장을 열고 저자의 지혜를 빌리도록 하자.


이도남의 돈 고생 마음고생 없이 이혼하는 방법 - 이혼 도와주는 남자

김용국 지음, 위즈덤하우스(2013)


태그:#김용국, #이도남, #이혼, #위즈덤하우스,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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