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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누워 계신 어머니
 집에 누워 계신 어머니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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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10월 감나무에서 떨어지신 어머니, 이번에는 버스에 오르시다가 굴렀습니다. 벌써 두 번째입니다. 물론 응급실에 실려 가신 것도 5년 사이 네 번입니다.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도 자주 있으면 면역이 되는지 이제는 별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버스에 굴러 떨어지신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척추가 내려 앉았단다."
"예?"
"척추가 내려 앉았다고."
"어떻게요?"
"버스에 오르다가 고만 굴렀다 아이가."

지난 주 토요일 새벽 일찍 어머니는 전화를 주셨습니다. 마침 볍씨를 모판상자에 넣는 날이라 빨리 오라는 전화인줄 알았는 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척추가 내려 앉았다는 말씀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가니 어머니는 아들 준다며 상추를 뜯고 계셨습니다.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척추가 내려 앉은 분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척추 내려 앉은 분이 상추를 뜯어요..."
"너희들 먹어야 안하나. 뜯어야지. 그리고 고추 모종도 심어야 하고."

"괜찮으니까. 누워 계세요."
"그래도."

누워 있는 환자들. 병원은 갈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워 있는 환자들. 병원은 갈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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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머니는 이럴까요? 아마 그럴 것입니다. 자신의 몸이 썩어 문들러져도 자식들을 위한 사랑이 극진합니다. 주말이라 병원에 갈 수 없어 월요일에 겨우 갔습니다. 정말 이상했습니다. 집에서 차를 탈 때까지만해도 뚜벅뚜벅 걸었던 어머니가 병원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걷디 못하겠다고 하십니다. 결국 휠체어를 탔습니다.

"아이구 다리야, 다리야."
"많이 편찮으세요?"
"고마 허리가 내려 앉은 것 같다."
"피검사도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이구, 허리야."

문득 '정말 병원은 올 곳이 아니구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잠시도 누워계시는 분이 아닙니다. 입원을 하자 마자 "빨리 수술하고 집에 가자"는 것입니다. 어머니를 설득하는 데 참 힘들었습니다. 저녁을 드시는 데 허리가 아파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합니다.

"아이고 허리야. 나는 도저히 못 먹겠다. 네가 먹으라."
"어머니가 드셔야. 저도 먹지요."
"아이구 허리야. 허리가 고마 '뿔라진다'(부러진다)."
"저녁은 드셔야 해요. 그래야 약도 드시고, 빨리 수술을 받을 수 있어요."
"아이구, 나 죽는다."

어머니가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을 나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어머니가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을 나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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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면 말이 생각날 정도였습니다. 하루 종일 병원에 있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밥을 안 드시겠다는 어머니 말을 들이니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화를 냈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십니다. 척추를 다쳤는데도, 상추를 뜯는 어머니입니다.

워낙 빨리 주무시는 분이라 오후 9시가 되니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누워계신 모습을 보니 손 안에 다 들어올 것 같았습니다. 자식을 위해 평생을 몸을 삭히다가 이렇게 됐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할머니이고, 허리를 다친 분들입니다. 하지만 그분들보다 어머니는 더 연약하고, 나약하고, 작았습니다. 이 땅의 모든 어머니는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 보여주는 분들입니다. 어머니 이번에는 건강하게 병원을 나가실 수 있을까요? 마음이 그렇게 편안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무거운 것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오늘밤 어머니가 편안하게 잠들기만 기도할 뿐입니다.

침대에 누워계시는 어머니
 침대에 누워계시는 어머니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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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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