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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종편 출연 금지' 방침을 공식 해제했다. 대선 직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종편 때문에 선거에 패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냉소와 무시, 그리고 간과로 일관해오던 종편 대응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제는 종편의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 개국 1년 반, 종편은 어디까지 왔을까. 데이터 분석과 취재를 바탕으로 '종편의 민낯'을 입체적으로 해부해본다. 특혜와 편법으로 얼룩진 종편의 '정상화' 방안도 고민해본다. [편집자말]
돈은 종합편성채널(종편)에게도 민감한 문제다. 국정감사 기간 국회의 경영 관련 자료요구에도 '영업상의 비밀'이라는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기본이다. '종편의 민낯' 취재과정에서 한 종편 홍보팀 관계자는 "경영 부분은 이야기 할 수 없다"는 전제를 달고,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지난 3월 26일~4월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는 종편 4사(TV조선, JTBC, 채널A, MBN)의 2012년도(2012년 1월 1일~2012년 12월 31일) 감사보고서가 공시됐다. <오마이뉴스>는 종편 4사의 2011년도와 2012년도 감사보고서를 집중분석했다. 2011년 12월 개국부터 2012년 12월 31일까지, 종편은 얼마를 벌었나. 또 얼마나 적자를 봤나. 부채는 얼마일까. 여기에 모두 담겨있다.


JTBC <무자식> 대박에도 매출총이익 -1002억... MBN은 '실속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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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매출액을 보자. JTBC가 2012년도에 642억 원(억 단위 이하 숫자는 버림)을 벌었다. MBN도 628억 원으로 JTBC와 비슷한 규모다. TV조선은 513억, 채널A는 48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방송제작비를 포함한 매출원가는 JTBC가 압도적이다. 2012년 한 해 동안 1644억 원을 쏟아 부었다. 다른 3사가 비용이 비교적 적게 드는 스튜디오물을 주로 제작하는 것과 달리, 드라마 제작에 주력해왔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WBC 예선전을 단독중계하기도 했다. 그 결과, 종편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무자식 상팔자>와 같은 '대박 작품'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것이 단기적인 매출상승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 총이익'은 마이너스 1002억 원이다.  

MBN은 '실속파'다. JTBC와 비슷한 6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매출원가는 JTBC의 절반 정도인 848억 원이다. TV조선(882억 원), 채널A(950억 원)보다도 매출원가가 적게 들었다. 그동안 보도전문채널을 해왔기 때문에 다른 3사에 비해 초기 비용이 적게 든 점, 그리고 '토크쇼 방송'이라고 불릴 정도로 스튜디오물에 집중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MBN에서는 '인포테인먼트쇼'를 표방하는 '집단토크쇼' 5개가 방송되고 있다. 드라마는 한 편도 없다.

하지만 2011년의 MBN과 2012년의 MBN을 비교해보면, MBN이 종편 개국(2011년 12월 1월) 이전에 보다 더 '실속'있는 방송이었음을 알 수 있다. 2011년, MBN의 매출액은 2012년 보다 15억 적은 613억. 매출 원가는 약 300억이 더 적은 508억이다. 2011년 매출총이익은 105억, 2012년 매출총이익은 마이너스 220억이다.

매출액만 놓고 보면, 채널A가 400억 원대(480억 원)로 꼴찌다. TV조선은 500억 원(513억 원)대. 반면, 매출원가는 채널A(950억)가 TV조선(882억)보다 약 70억 더 들었다. 매출총이익은 MBN이 마이너스 220억 원으로 1위, TV조선이 마이너스 369억 원으로 2위, 채널A가 마이너스 470억 원으로 3위, 그리고 JTBC가 마이너스 1002억 원을 기록했다.

TV조선 '영업외비용', MBN 5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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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감사보고서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2012년 재무제표의 '영업외 비용' 항목을 보면, MBN이 20억 원, JTBC가 9억 원, 채널A가 1억 원이라고 나온다. 그런데 TV조선의 '영업외비용'은 MBN의 5배인 101억 원. '주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다.

'17-5. 2012년 중 회사의 직원이 회사 자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보고기간 종료일 현재 동 횡령사건에 대하여 검찰조사 중이며, 횡령으로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 10073백만 원(기자주 : 100억 7300만원)에 대해서는 영업외비용(기타의대손 상각비) 및 미수금의 대손충당금으로 계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TV조선 경영기획 실장으로 재직했던 간부가 지난해, 회사 돈 100억 원을 횡령하고 중국으로 도피한 사건을 일컫는다. 주석을 쉽게 설명하자면, 영업외비용은 기업의 영업활동과 크게 관계없는 활동에서 발생한 비용이다. <조선일보>는 횡령에 의해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대손(손실)으로 잡아놓았다.

종편 4사의 누적적자 상황을 보면, JTBC가 2011년 276억, 2012년 1326억, 총 1602억 원으로 가장 많다. 2011년 말 당시 3926억 원이었던 자본은 2012년 말 현재 2597억 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와 똑같이 올해도, 내년에도 1300억 원씩 적자를 내면 '망할' 수도 있는 수준이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이 '사주'라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그 다음으로 적자가 많이 난 곳은 채널 A(810억 원). 2011년 191억, 2012년 61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1년에는 5억, 2012년에는 55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TV조선은 총 558억 원의 적자가 났다. MBN은 2011년에는 13억 흑자를 냈고, 2012년에는 25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누적적자는 242억 원이다.

부채가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2012년 말 현재, JTBC가 336억 원으로 이 부분에서도 1등을 차지했다. MBN이 176억 원이고 채널 A(168억 원), TV조선(99억 원)이 그 뒤를 잇는다.

매출의 90%가 광고수익... 4사 생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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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신문에서 방송 혹은 보도전문채널에서 종합편성채널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초기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장 많은 손실이 난 JTBC의 홍보담당자는 "방송 1년, 2년 하고 말 것 아니지 않은가. 투자를 해야 볼 만한 방송이 나온다"고 말했다.

관건은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다. 현재 종편 매출의 대부분은 광고 매출이다. TV조선 2012년도 감사보고서를 보면, 매출액(영업수익) 513억 원의 약 90%가 방송광고수익(452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방송수신료 수익(13억 원), 기타사업수익(47억 원)이다. 광고의존도가 높은 것이다.

이는 경영에 있어서 '위험요소'가 된다. MBN 2012년도 사업보고서에는 "전체매출에서 광고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광고매출은 경기변동에 따른 영향이 매우 직접적이고 민감하게 나타나므로 당사의 수익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에 당사는 경기침체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를 대비하여 유동성을 확보하고 차별화된 방송콘텐츠 제공을 통해 시장경쟁력 확보와 시청자 만족도 제고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고 시장이 과연 종편 4사가 생존할 수 있을 만큼 확대되느냐도 종편 출범 이전부터 지금까지 따라다니는 물음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전병헌 의원은 '광고업계 내부 분석보고서'를 토대로, 2011년 9월 해당 보고서가 예측한 '매체환경변화시 매체 간 예상 광고비'에서 종편·보도전문 PP 2012년 연간 광고비를 6038억 원으로 전망했으나, 2012년 9월 새롭게 펴낸 전망치 분석에서는 그 절반인 3000억 원으로 하향 조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종편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태그:#종편, #종편의 민낯, #감사보고서, #재무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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