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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질의하는 진선미 의원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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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1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또 모르시나요?"라고 쏘아붙였다. 진선미 의원은 정 총리에게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대해 조목조목 물었지만 "수사 중인 사건이라 답변할 수 없다"라는 답이 돌아온 참이었다. 같은 질문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의 답변 역시 마찬가지였다. 진 의원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장면 2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정총원 국무총리에게 "종북세력의 실체를 철저히 밝혀달라"고 말했다. 이어 의원들을 향해 "국회 본회의장 이 자리에도 대한민국의 적이 있지 않나 묻고 싶다"고 말했다. 종북 국회의원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민주당 쪽에서는 "새누리당에 반대하면 모두 종북이냐", "김진흙탕 의원, 김구태 의원 내려와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잘했다"고 외쳤다.

25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국회 대정부 질문이 열렸다. 박근혜 정부는 인사 참사 이후, 국회와의 소통을 강조했기 때문에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대정부 질문을 취재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그 생각은 '역시나'로 바뀌었다. 국정원 대선 개입이 주요 쟁점이 떠오른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정홍원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의 답변은 판박이였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대정부 질문은 오히려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또한 여당 의원이 갑작스럽게 색깔론 발언을 내놓아, 야당 의원들의 극렬한 반발을 불렀다. 결국 이날 대정부 질문은 고성과 막말로 점철됐다. 이뿐 아니다. 이날 오후 대정부 질문의 국회의원 출석률은 20%를 밑돌았다. 그마저도 졸거나 휴대전화를 검색하는 데 시간을 보낸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초등학생 앞에서 국회의원 출석체크... 출석률은 18.5%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을 방문한 시민들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지켜보고 있다.
▲ 국회 대정부질문 지켜보는 시민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을 방문한 시민들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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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많은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많은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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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국회 대정부 질문이 예고된 오후 2시, 국회본회의장은 썰렁했다. 박병석 국회부의장은 답답한 얼굴로 의장석에 앉아있었다.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하염없이 의원들을 기다렸다. 이날 여러 학교의 초등학생들이 본회의장을 참관했다. 참관인 중에는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10여 명도 있었다. 이들은  따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후 2시 15분, 박병석 부의장이 갑작스럽게 참석 의원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박 부의장은 모두 55명 의원들의 이름을 불렀다. 몇몇 의원들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네"라고 답했다. 새누리당 의원은 29명, 민주당 의원은 25명이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이름도 호명됐다. 297명의 의원 중 55명이 참석했으니, 출석률은 18.5%였다. 출석체크 직후 4명의 의원이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 오후 대정부 질문 출석 의원은 59명이었다.

새누리당에서는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가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우,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출석 체크 30분 뒤 모습을 드러냈다. 박병석 부의장은 "호명하신 분들은 지역구 활동, 상임위 활동, 내빈 면담에 있음에도 본회의에 출석했다, 속기록에 남기겠다"고 밝혔다. 기자는 이후 매 시간 참석 의원들의 숫자를 확인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30여명 안팎에 불과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 출석률도 나빴지만,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 12일 국회의원들에게 본회의장 내 휴대전화 사용 자제를 요청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누드사진을 보는 모습이 <오마이뉴스>에 보도되면서 큰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의원들은 국회사무처의 요청에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누드사진을 보는 의원이 없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국무위원들의 앵무새 답변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국회 대정부 질문을 본 국민들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을 터다. 야당 의원들이 국정원 대선 개입을 질의하면, 정홍원 총리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피했다. 다음은 문병호 민주당 의원과 정홍원 총리의 질의응답이다.

문병호 :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았나?
정홍원 : 수사 중인 사안이다.

: 경찰 수사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밝혀졌다. "국정원이 범죄 집단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어떻게 생각하나?
: 수사 단계에서 말씀드릴 수 없다.

: 국가기관인 경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총리는 정확한 진상을 밝히고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 수사 중이기 때문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 검찰 출신인 총리가 이 사건에 대해 판단해 달라.
: 수사하기 때문에 자제하고 있다.

정 총리는 끝내 문 의원의 질의에 의미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의 답변도 마찬가지였다.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있다"는 답변을 앵무새처럼 따라했다. 이에 문 의원은 "국회에서 만능으로 통하는 게 '수사 진행 중'이라는 말"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민주당이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고 주장하자, 민주통합당 김현 의원을 비롯한 야당의원들이 "사실을 왜곡하지 말라"며 항의하고 있다.
▲ 대정부질문,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놓고 여·야 공방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민주당이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고 주장하자, 민주통합당 김현 의원을 비롯한 야당의원들이 "사실을 왜곡하지 말라"며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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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가장 많은 고성과 막말이 쏟아진 때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 시간이었다. 그가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 관련,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집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국정원 여직원 차를 들이박았다, 성폭행범이나 하는 짓"이라고 하자, 민주당 쪽에서는 "그런 질문에 부끄러운 줄 아세요", "어떤 성폭행범이 그러느냐"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에서는 "조용히 해", "민주당은 예의가 없다"는 고성으로 맞대응했다.

김진태 의원이 "종북세력 파헤쳐 달라", "민주당은 종북세력과 결별해 달라"고 하자, 다시 민주당에는 "새누리당은 수구꼴통과 결별하라", "말이면 다 되는 줄 아느냐"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김진태 의원이 발언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자, 다수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잘했다"면서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에 박병석 부의장은 "국민은 품위 있는 국회를 바란다"는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태그:#국회 대정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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