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로 사극에 도전한 김태희.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로 사극에 도전한 김태희. ⓒ SBS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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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던 장희빈이 김태희의 얼굴로 돌아왔다. 지난 8일 첫 방송된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는 패션 디자이너에서 왕의 후궁이 되는 여인 장옥정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미녀 아이콘' 김태희가 연기하는 장희빈은 어떤 모습일지, 시작부터 대중적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장옥정>은 이 관심의 불씨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1회 시청률 11.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에서 2, 3회로 갈수록 점점 떨어지더니 지난 16일 4회에서는 7.0%로 가라앉았다. 반면 동시간대 방영된 KBS 2TV <직장의 신>이 5회와 6회 각각 13.4%와 14.2%, MBC <구가의 서>가 3회와 4회 13.6%와 15.1%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극과 사극 사이 오락가락…이질감 느껴져

 극 중 패션 디자이너로 설정된 장옥정은 부용정에서 현대의 패션쇼와 비슷한 연회를 연다.

극 중 패션 디자이너로 설정된 장옥정은 부용정에서 현대의 패션쇼와 비슷한 연회를 연다. ⓒ SBS 화면 갈무리


<장옥정> 제작진은 1회 방송을 시작하기 전 "이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으나 등장인물과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픽션화 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거쳐 만든 정통 사극이 아니라 허구의 이야기로 재구성한 드라마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실 요즘 제작되는 사극은 대부분 허구적 요소를 많이 가미하고 있다. 그러나 <장옥정>의 문제는 허구적 요소가 역사물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했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장옥정은 친구와의 대화에서 현대극과 다름없는 말투를 구사하고 신분이 높은 사람에게는 사극투로 말한다. 상황에 따라 현대극과 사극 말투를 오락가락 하는 모습은 시청자가 드라마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된다.

또한, 한복 디자이너로 일하는 장옥정이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부용정에서 연회를 여는 장면은 '현대적 재해석'이 지나쳐 작위적인 느낌을 주었다. 장옥정은 옷을 선보이는 기생들에게 오늘날의 디자이너와 마찬가지로 세심하게 포즈를 주문하고, 기생들은 패션모델들처럼 '런웨이'를 걷는다. 옷을 유심히 살펴보는 고객들의 모습도 요즘 패션쇼의 한 장면과 겹친다. 보는 내내 '과연 조선시대에 저런 일이 있었을까'하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았다. 허구의 이야기이라도 개연성 있게 만들어야 시청자가 빠져들 텐데, 이질감이 큰 장면이었다. 

형형색색의 한복과 액션연기로 눈은 즐거워

 소품을 돋보이게 하는 화려한 연출은 극적인 효과를 준다.

소품을 돋보이게 하는 화려한 연출은 극적인 효과를 준다. ⓒ SBS 화면 갈무리


물론 <장옥정>의 화려한 볼거리는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한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한복과 장신구들은 감탄을 자아낸다. 장옥정이 궁에서 급히 세답방(빨래와 다림질 하는 곳)을 찾는 장면에서 흩날리는 옷감을 보여준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남자배우들의 액션연기도 돋보인다. 나중에 숙종이 되는 이순(유아인 분)과 동평군 이항(이상엽 분)이 무술을 단련하는 과정이나 이순이 자신을 해치려는 괴한들과 대적하는 역동적인 모습은 사극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부분이었다. <장옥정>은 이런 장면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그러나 이 모든 볼거리도 역사적 개연성 부족 탓에 빛이 바랜다. 

긴장감을 높이려는 설정이 지나친 것도 문제다. 장옥정은 끊임없이 위기에 빠진다. 고리대금업자들은 빚을 갚으라며 부용정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갑옷 연구를 시작한 장옥정은 이항과 함께 군사 훈련을 보러 가던 길에 괴한의 습격을 받고 물에 빠진다.

 같은 위기의 반복은 긴장감이 아닌 지루함을 남긴다.

같은 위기의 반복은 긴장감이 아닌 지루함을 남긴다. ⓒ SBS 화면 갈무리


우연히 이순의 비밀군사기지에 들어가게 된 장옥정은 이순의 훈련 길에 따라나섰다가 도적의 습격을 받고 또 다시 위험에 빠진다. 누군가의 습격을 받아 위험에 빠진다는 설정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등장인물이 위험에 빠지는 설정은 극의 긴장감을 높이지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 억지스럽게 느껴져 효과가 반감된다.

드라마 초반에 이야기 전개를 위해 마련하는 장치가 어쩔 수 없이 작위적일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현대적 소재를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맞춰 재구성할 때 조금 더 개연성 있게,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함으로써 시청자가 느끼는 어색함을 줄일 필요가 있다.

<장옥정>은 앞으로 이순이 왕이 되고 왕권 강화를 위해 분투하는 과정, 그리고 장옥정이 궁에 들어가 중전자리를 놓고 벌이는 갈등 등을 본격적으로 그려내게 된다. 시작 단계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순발력 있게 고쳐나가면서 이야기 자체의 힘과 시각적인 강점들을 잘 살려나간다면 현재의 부진을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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