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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들어가기 전 종달리 마을 뒷편에 있는 지미오름이다.
 우도 들어가기 전 종달리 마을 뒷편에 있는 지미오름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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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에게만 잘해줘요. 항상 나에게만 웃어줘요~"
2ne1 'I Love You'란 노래의 가사이자, 내 휴대폰 벨소리다.

봄기운에 취해 졸다 깨다를 반복하고 있는 나른한 오후, 한 통의 전화가 울렸다. 깜짝 놀라 전화를 받자 "유채꽃이 만발한 제주도로 놀러오세요~"란다. 아!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여기저기서 꽃망울을 터트리는 꽃들의 아우성이 울려 퍼지고 상춘객들은 너나할 것 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탄성을 지르며 가족, 친구, 친지들과 함께 꽃 나들이를 떠난다. 계절이 주는 축복에 감사하며 어디로 떠날까 고민하던 중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지인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비행기 표만 구해서 오라는 지인의 말에 이게 웬 떡이람~ 망설임 없이 보따리를 꾸리고 4월10~13일까지 3박4일간의 여정으로 제주도를 향해 고고싱...

우도를 들어가기위해 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부들이 그물망을 손질하고 있다.
 우도를 들어가기위해 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부들이 그물망을 손질하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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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여러 번 가봤지만 제주 섬 안의 또 다른 섬인 우도는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다. 종달리에서 약 2.8㎞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섬 속의 섬 우도가 보인다. 이번에는 기필코 우도를 샅샅이 섭렵하리라 맘먹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을 안고 우도를 향하는 배에 차와 몸을 실었다. 배는 물살을 가르며 우도로 출발했다.

우도로 들어가는 배는 성산포에서 출발하는 카페리와 종달리에서 출발하는 카페리가 있는데 우리는 종달리에서 배를 탔다. 음~ 배에서 내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자 유채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우도엔 처음 간다는 나에게 지인은 "종달리 해안가에서 바라보면 마치 소 한 마리가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우도라는 명칭을 갖게 되었다"고 신명나서 설명을 해준다. 그쯤이야 익히 알고 있는데~

유채꽃이 핀 논에서 밭갈이를 하고 있는 농부가 보인다.
 유채꽃이 핀 논에서 밭갈이를 하고 있는 농부가 보인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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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에서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우도에서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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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호밀과 유채가 요동을 친다.
 바람에 호밀과 유채가 요동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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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특유의 돌로 애워 쌓인 무덤
 우도 특유의 돌로 애워 쌓인 무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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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도엔 유채꽃과 쪽파, 마늘 등을 심고 호밀과 유채꽃이 한창이란다. 그런데 바람이 강해 호밀과 유채꽃이 사정 없이 흔들린다. 돌담 사이로 아름다운 해안 절경이 보인다. 제주 전통 밭 구조와 돌담, 돌무덤 등이 남아 있어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가장 제주다운 모습을 선사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들판에는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가 나른한 오후를 즐기고 있다. 우도답다.

우도는 지금 톳 작업이 한창

톳 작업하는 어민
 톳 작업하는 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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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바닷가에서 톳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
 우도 바닷가에서 톳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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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 밭을 돌아 유채 향에 취해 바닷가를 걷고 있는데 물이 빠져 나간 바닷가에서 뭔가를 부지런히 따고 있는 주민들이 보인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 3~4월에만 난다는 톳을 따는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이 한창인지라 바닷가 갯바위 돌 틈 사이로 톳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칼슘과 철분 등 미네랄 함유량이 많아 바다의 불로초로 불리는 톳은 동맥경화 예방과 치아 건강, 변비 해소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마을을 돌고 있는데 싱그러운 톳 향과 유채향이 어우러져 우도만의 특별한 정취를 느끼게 한다. 마을 주민들이 하루 작업한 톳을 말리기 위해 마을 곳곳 공터에 톳을 널고 있다.
톳 건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던 78세 된 김씨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몇 시간이나 작업을 했는지 물었다.

톳을 말리기 위해 작업하는 마을 주민과 78세된 김씨 할아버지
 톳을 말리기 위해 작업하는 마을 주민과 78세된 김씨 할아버지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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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 60여명이 4시간 작업을 했는데 이렇게 많아요. 볕이 좋아 오늘 내일 말리면 보관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예전에는 톳을 수확하면 일본으로 전량 수출을 했었는데 요즈음은 엔화가 떨어져 건조 시킨 다음 보관했다가 수출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어디서 오셨나?

나는 이곳에서 태어났지만 뭍으로 나가 인천에서 학교는 다녔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마을 주민들과 함께 톳 작업을 하고 있는데 판로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 톳을 줄 테니 가지고 가서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봐요. 바다가 입안에서 느껴지며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최고예요."

"아니에요. 어르신들이 고생해서 작업하신 걸. 어떻게 그냥 가져갑니까?"

극구 사양해지만 인심 좋은 할아버지께서 막무가내로 한보따리 봉투에 담아 주신다. 숙소로 돌아와 데쳐서 먹어보니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다내음이 입안에 퍼졌다. 라면과 함께 먹어보니 더더욱 감칠맛이 났다.

우도가는 배편 문의 전화번호
 우도가는 배편 문의 전화번호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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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를 한 바퀴 돌다보니 배가고팠다. 짜장 짬뽕집이 보이기에 허기를 달래 볼까하고 들어가 짬뽕과 비빔밥을 시켰는데 비빔밥의 절반이 톳이었던 것과 주인아주머니가 근처 바다에서 주워 왔다며 더 필요하면 말하라고 했던 기억도 불현듯 떠올랐다.

처음 방문한 우도의 봄은 그렇게 이방인에게 넉넉한 인심을 선사해 주었다.


태그:#우도, #톳, #유채, #호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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