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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종편 출연 금지' 방침을 공식 해제했다. 대선 직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종편 때문에 선거에 패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냉소와 무시, 그리고 간과로 일관해오던 종편 대응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제는 종편의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 개국 1년 반, 종편은 어디까지 왔을까. 데이터 분석과 취재를 바탕으로 '종편의 민낯'을 입체적으로 해부해본다. 특혜와 편법으로 얼룩진 종편의 '정상화' 방안도 고민해본다. [편집자말]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정치평론가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단골 출연자' 가운데 한 명이다. 이 소장은 "민주당 지지자들 같은 종편 시청자들이 '종편에 나가 싸워줘서 고맙다'고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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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바빴다. 17일 오후,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그의 손에는 핫도그 하나가 들려있었다. "하나 드실래요?" 능청스럽게 인사를 건넨다. 중구에 있는 JTBC에서 방송을 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썰전> 촬영하고 오셨냐"고 묻자 "<썰전>은 월요일이다. 오늘은 다른 방송"이라고 답했다. 그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 사무실로 올라갔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라고 적힌 작은 팻말이 보인다. 

정치평론가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단골 출연자' 가운데 한 명이다. '정치의 해'였던 2012년 종편 4사를 오가며 그의 표현에 따르면 "호시절"(한 언론사의 집계에 따르면, 이 소장은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가장 많은 방송에 출연한 정치평론가 1위를 기록했다)을 누렸고, 지난 2월부터는 '정치예능'을 표방하는 JTBC <썰전>에 출연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에도 그의 전화벨은 계속 울렸다. 

김한길 전 최고위원의 보좌관을 지낸 이철희 소장은 민주당 부설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했다. 때문에 '보수의 나꼼수'라고 불리는 종편에서 몇 안 되는 진보 성향의 정치 평론가로 분류된다. 이 소장은 "민주당 지지자들 같은 종편 시청자들이 '종편에 나가 싸워줘서 고맙다'고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편 안 든다. 여든 야든 옳으면 옳고 틀리면 틀리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종편 단골 출연자' 이철희 소장이 바라본 종편은 어떤 모습일까.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종편, 정치뉴스·비평·토론 블루오션으로 생각"

- 종편 출연할 때 고민은 없었나?
"당에 몸담고 있었으면 출연 안 했을 것이다. 독립운동도 아니고, 평론가가 매체를 가리면 되나. 제가 생각하는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 평론하는 게 아니라, '내 이야기'하러 방송에 나가는 것이다. 말할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종편 출연이 나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건, 종편 방송은 대체로 생방송이다. 제 말을 편집 안 한다. 조중동 신문은 상대하는데 조중동 종편은 못나간다? 논리적으로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종편 보는 사람 가운데 새누리당 지지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이쪽(진보) 논리를 귀담아 듣는 사람도 있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종편 시청자들에게 전화를 가끔 받는다. 민주당 지지자들 같은데 '종편에 나가 싸워줘서 고맙다. 아무도 그걸 안 하고 있어서 답답했는데'라고 말하더라. 저는 편들 생각이 전혀 없다. 편 안 들고 방송하겠다는 게 제 입장이다. 여든 야든 옳으면 옳고 틀리면 틀리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이쪽(진보)이랑 가까운 사람이다 보니, 토론할 때는 편먹고 싸우는 거니까 색깔이 드러나나 보다. 그런 문제로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 지난해 4·11 총선부터 1년 정도 종편 출연했다. 종편이 그동안 어떻게 달라진 것 같나.
"제가 나갔을 때는 정치뉴스가 많아질 때였다. 종편이 정치뉴스, 비평, 토론을 블루오션으로 생각했다. 개국 당시는 안 그랬는데, 시청률 올라가니까 그쪽 편성을 많이 잡았다. 대선 임박해서는 그것만 했다. 괜찮다는 평론가들은 겹치기 출연 많이 했다. 분 단위로 따지고 그랬다. 총알같이 뛰어가서 하고. 그때가 '호시절'이었다(웃음)." 

- 지금은 어떤가?
"정치뉴스 자체가 많이 줄었다. 최근 남북관계 관련 문제가 터지니까 방송들이 그쪽 뉴스를 많이 한다. 제가 볼 때 아직 종편이 앞으로 어떻게 가야할지 (방향을) 못 잡고 있다. JTBC는 분명히 잡았다. 드라마, 예능에 투자하고, 김수현 드라마(<무자식 상팔자>) 떴다. <썰전>처럼 정치와 예능을 결합시키는 새로운 포맷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장르를 개척하면서 시장을 찾는다. 다른 데는 아직 그렇게 못한다. 그런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다.

4개 종편 중 (JTBC를 제외한) 3개는 보도로 버티는 것 같다. 다른 것으로 경쟁하면 적자가 나니까. 보도는 돈이 적게 든다. 스튜디오에서 하니까. 저는 4개사 나가다가 지금은 몇 군데만 나간다. (평론가들을) 너무 싸구려 취급하니까. 시사보도나 예능이나 시청률은 비슷한데 시사보도 출연자는 비지떡이고 예능은 케이크다." 

"종편 방치해놓고 '편파적'? 정당으로서 무책임"

- 대선 때 종편 영향력이 있었다고 보나?
"야당 (후보) 찍겠다는 사람이 종편 보고 변심해서 박근혜 (후보) 찍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 지지자가 보면, 보수 평론가의 논리를 체득할 기회가 된다. 그걸 가지고 밖에 나가서 써먹을 수 있다. 거창한 논리가 아니라, 쉬운 논리거든. 예를 들어, 한 종편 방송에 나갔을 때 어느 평론가가 '안철수-문재인이 서로 잘 안 맞는다, 화합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 근거로 '목도리 색깔이 안 맞는다'고 하는 거다. 저게 도대체 뭔 말인가 싶었다(웃음). 그런데 그게 일반 사람들이 자기 커뮤니티에 가면 써먹을 수 있는 소재가 된다. 루머랑 똑같다."  

- 민주통합당은 지난 대선 때 영향력이 있었다고 판단해서 종편출연금지 당론을 풀었다. 어떻게 평가하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시청자 100%가 새누리당 지지자면 왜 나가나. 그런데 꼭 그렇지 않다. 제 경험이 비춰보면 이쪽(야당) 지지자도 (종편을) 본다.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공중파 재미없거든. 볼 게 없다. 특히 자영업자들 많이 본다. 50대 이상들이. 그런데 종편 방송에 야당 논리는 반영이 잘 안 돼 있다. 한쪽 논리만 익숙해지게 돼있다.

시청자들 중 각 당 지지자들이 논리적 무기를 얻어가게끔 해야 한다. 공중파, 신문은 한계가 있고 제한적이다. 구체적이고 감성적이지 않다. 종편은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다룬다. 그걸 가지고 한 개인이 자기 무리에게 얘기할 거리가 있다. 야당 지지자들은 그런 걸 못 얻는 거다.

저는 민주당에게 '출연 안 한다고 정했다면 지난 대선 때 모니터라도 제대로 했어야 했다, 균형보도라도 요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제가 당시 들은 얘기로는, 새누리당은 종편 보도에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자막 나가는 것 가지고도 시비 걸었단다. 그런데 야당은 한 번도 그런 컴플레인(불평)이 없었단다. 모니터가 안 되니까. 웃기지 않나.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는 종편을 보수 언론이라 이야기하고 새누리당 편이라 이야기하는데, 새누리당은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야당이 종편 안 나가기로 한 결정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런 결정에 따르는 책임있는 행동이 전혀 없었다. 모니터하고 평가하고 자극을 줬어야 했다. 방치해놓고 '종편 편파적'이라고 이야기하면 정당으로서 무책임한 거다."

"종편이 '생계형 평론가' 양성...말도 안 되는 주장들 휙휙"

- 종편 정상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종편은 공정성보다는 질적 문제가 있다"고 평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질적 문제가 있나.  
"수준 낮은 평론가들이 별 이야기 다한다. 논리적 근거도 없다. 말도 안 되는 주장들이 휙휙 날아다닌다. 사실 정치평론가는 자격증이 없다. 아무나 갖다 놓으면 정치평론가다. 평론가 중에 생전 보지도 못한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주장은 거침없이 한다. 이념 특성 같은데, 진보는 막 이야기하는 사람 없다. 나름 논리 갖추고 근거 대려고 한다. 보수는 거침없다. 합리적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편차 심하다. 방송의 질이 안 지켜지는 건 선정성과 관련 있다. 시청률을 끌어올려야 하니까. 시청자들은 자극적인 걸 좋아한다. 조근조근 설명하는 사람은 덜 재밌다. TV드라마 폭력성, 선정성 늘어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이게 범람하고 있다."

- 정치평론가들에게는 종편이 블루오션이 됐다. 
"생계형 평론가가 생긴 건 종편 때문이다(웃음). 종편이 시장을 만들어줬다. 너도나도 막 뛰어든다. 정치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지금은 정치평론이 춘추전국시대다. 평론계 메이저가 고성국 박사였다. 대세였다. 본인이 진행하면서 평론에서 빠졌다. 그 다음이 신율 교수다. 역시 진행 맡으면서 평론에서 물러섰다. 지금은 올망졸망한 놈들끼리 싸운다. 대선 이후 시장은 다시 좁아졌는데 평론가 수는 늘어났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이철희 소장은 "종편 보는 사람 가운데 새누리당 지지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이쪽(진보) 논리를 귀담아 듣는 사람도 있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종편 시청자들에게 전화를 가끔 받는다. 민주당 지지자들 같은데 '종편에 나가 싸워줘서 고맙다. 아무도 그걸 안 하고 있어서 답답했는데'라고 말하더라. 저는 편들 생각이 전혀 없다. 편 안 들고 방송하겠다는 게 제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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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당시 종편은 정치 관련 보도만 하루 종일 했다. 이것이 인기를 얻으면서 '보수의 나꼼수'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순기능과 역기능 어떻게 보나?
"역기능을 말하면, 우선 과잉이다. 특정 주제 관련 정보를 지나치게 제공한다. 계속 반복해서 다루다보니 점점 더 자극적으로 된다. 새로운 해석, 주장이 나와야하니까. 지금은 북핵 보도 계속 나온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갈 것이다. 이번에는 북핵이지만, 또 다른 이슈 나오면 그걸로 갈 것이다. 탈북하신 분들 경험 들려주는 것도 좋은데, 과잉이다. 그 분들이 잘 모르는 게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살다가 이민 간 사람이 남한에 대해서 다 아나? 전문가들 일정하게 나오고 탈북자도 나와서 균형 맞춰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순기능은, 지난 대선만 놓고 보면 공중파에서 정치, 선거 정보가 제한적이었다. 많이 줄어들었다. 유권자는 갈증을 느꼈다. 갈증 해소의 길을 종편에서 찾았다. 종편도 적자 줄이면서 시청률 높이는 방법 찾다가 이게 된다고 착안했다. 양쪽 이해관계가 맞았다."

- 발언에 제약은 없나.
"그런 건 없다. 종편은 차라리 성향 갖고 나오기를 원한다. '너무 조지지 말라' 그런 말은 없다. '할 이야기 다 하라'는 주의다. 종편 나가서 발언하는 데 조심하고 그런 건 없다. '백분 토론' 나가면 점잖게 이야기하지만, 종편 나가면 각 세워서 이야기한다."

- 진행자들은 어떤가. 
"다 내부 기자들이다. 외부 사람들을 쓰는 경우도 가끔 있는데 진행자 따라서 논조 바뀌고 그러진 않는다. 종편이 발굴한 사람들은 시청률 높이는 쪽으로 질문 끌고 간다. 충실하게 해설하기보다는 재미있어 하는 주제로 끌고 간다."

"'종편은 무조건 안 된다'로는 종편 제어 불가능"

- 미국의 <폭스뉴스>(Fox News)처럼 된다는 우려도 있다.
"어느 종편에 나갔는데, 성폭행 의혹이 불거졌던 김형태 의원 제수씨와 전화 연결을 했다. 생방송으로. 황당하더라. 물론 취재는 할 수 있는데, 생중계로 물어보는 내용이 완전 막장이었다. 앉아서 듣고 있으니 답답했다. 그런데 비슷한 상황을 여러 번 보면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런 게 종편의 생존 전략이다.

4개사 경쟁 치열하다. 느껴진다. 사실 4개사는 많다. 광고시장 자체가 넓어지지 않고 공중파에서도 안 넘어오니까. 파이가 늘어나야 나눠 먹는데 안 늘어나니까 경쟁이 치열해진다. 어떤 프로가 잘 된다고 해도 광고를 따로 주는 게 아니라 (방송사) 전체로 주니까 경영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다들 버텨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돈 있는 곳이야 물량공세 하겠지만, 없는 곳은 상대가 자빠질 때까지 버텨야 한다."

- <썰전>에 대한 외부 평가가 좋다. 정부 관련해서 민감한 이야기도 꽤 많이 하던데?
"신경 쓰지 말고 하라고 한다. 아직은 청와대나 그런 데서 간섭 안하는 것 같다. '아직'일지 '쭉'일지모르겠지만. 특히 조중동 종편은, '청와대가 어떻게 볼 것인가' 같은 고민은 전혀 안 한다. 보도에서 총량을 조절하는지 모르겠지만, 프로에 불러다놓고 '이 이야기하지 말라'는 건 없다. 적어도 종편에서는 외압을 느낀 적은 없다. 오히려 다른 방송에서는 외압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여당 관련 이야기 할 때 '아직은 의혹이다. 의혹 꼭 붙여달라'고 하는 경우는 있었다." 

- 앞으로 종편 어떻게 될 것 같나.
"없어지면 안 된다(웃음). (종편 4사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매일같이 치르고 있다. 새벽같이 시청률 체크한다. 방송 논리로 가려면 시청률에 목매야 한다. 그런데 이 경쟁이 제가 볼 때는 광고시장 넓어지지 않는 이상 바뀌지 않을 것 같다. 힘든 상황 이어질 것이다.  

질적인 측면에서는, 예전에는 종편이 관심권 밖에 있어서 공정성, 선정성 따지지 않고 마음대로 했지만 이제는 관심권 안에 들어와서 견제 받을 것이다. 종편 역할이 커지면 커질수록 공정성과 형평성을 따지게 될 것이다. 당연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회사 내에서도 생겨날 테고 바깥 사회에서도 감시하면서 견제하는 작용 들어갈 것이다. 사회 시스템 안에서 움직일 것이다. 무조건 '종편은 안 된다'는 방식으로 종편 제어하기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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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