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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을 돕고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

14일 방영된 KBS 1TV <도전골든벨>(667회)에서 91대 골든벨을 울린 진주고등학교(교장 정명규) 정찬렬 학생의 소감입니다. 정찬렬 학생 바람대로 의사가 되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진주 고등학교 형이 골든벨을 울렸어요."

이날 방영된 <도전골든벨>은 지난달 26일 촬영한 것으로, 우리 집 아이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얼굴은 모르는 형이지만 같은 지역의 고등학생 형이 골든벨을 울린 것이 좋았는지, 중학교 3학년인 큰아이가 같이 방송을 보자고 졸랐습니다.

"아빠, 진주고등학교 형이 '골든벨' 울렸대요. 이번 주 골든벨 같이 보면 좋겠어요."
"와! 진주고 학생이 골든벨을 울렸다고?"
"예."

"대단하네. 그럼 같이 봐야지."

KBS골든벨을 시청하고 있는 아이들
 KBS골든벨을 시청하고 있는 아이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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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골든벨> 방영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텔레비전 앞에 앉았습니다. 큰아이는 '화이트보드'까지 준비했습니다. 어려운 문제도 있고,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아빠!"
"응?"
"조광래 감독이 나왔어요?"
"조광래 감독이 무슨 질문을 하려고 나왔을까?"
"당연히 축구 문제!"
"막둥이가 그것을 어떻게 알아?"
"축구 감독이잖아요. 축구 감독이 내는 질문을 당연히 축구예요."


조광래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이 골든벨 질문자로 나섰다. 조 전 감독은 진주고를 지난 1974년 졸업했다. 당시 진주고는 서부경남 최고 명문으로 축구 특기생이 아닌 입학시험으로 들어갔다.
 조광래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이 골든벨 질문자로 나섰다. 조 전 감독은 진주고를 지난 1974년 졸업했다. 당시 진주고는 서부경남 최고 명문으로 축구 특기생이 아닌 입학시험으로 들어갔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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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감독이예요, 답은 바로셀라예요!"

막둥이 말처럼 조광래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대한 문제를 냈습니다. 조 전 감독은 지난 1974년 진주고를 졸업한 선배입니다. 당시 진주고는 서부경남 최고 명문으로, 조 전 감독은 축구 특기생이 아닌 입학시험으로 들어갔습니다. 막둥이의 우상 중 한 사람입니다. 지난해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물러났을 때 얼마나 안타까워했는지 모릅니다.

"아빠 나 알겠어요!"
"답이 뭐야?"

"바로셀라."
"바로셀라?"
"응 바로셀라."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뭐예요."
"바로셀로나와 마드리드잖아."

"그래 바로셀로나!"

아이들은 금방 바로셀로나와 마드리드를 적었습니다. 정답입니다. 아이들은 좋아라합니다. 골든벨 문제를 풀었다니. 그것도 형들이 푸는 문제를 맞췄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스페인프리메라리가 양대 산맥을 묻는 질문에 답한 아이들
 스페인프리메라리가 양대 산맥을 묻는 질문에 답한 아이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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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달 5일 숨진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관련 질문도 나왔습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몰라 아빠가 답을 했습니다.

"아빠 잘 모르겠어요."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빨리 적어."
"베네수엘라는 잘 모르는 나라지?"
"예 잘 모르겠어요."
"아빠도 잘 몰라. 하지만 차베스 대통령은 알고 있어. 어떤 사람들은 차베스 대통령을 비판하지만 아빠는 '차베스 화이팅'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 정말 대단한 대통령이었지."

"차베스 대통령은 대단한 대통령이었어"

지난 달 5일 숨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묻는 질문도 나왔다
 지난 달 5일 숨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묻는 질문도 나왔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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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가 정답으로 나오자 아이들은 "역시 우리 아빠는 대단하다"고 했습니다. 아직도 아빠에 대한 '절대존경', '절대신뢰'를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순전히 아빠 생각일 수 있습니다.

큰아이는 생각보다 문제를 많이 맞혔습니다. 마지막 문제인 50번도 어디선가 읽었다며 생각이 날 것 같다고 했지만, 맞히지 못했습니다. 학과 성적은 상위권이 아니지만 폭넓은 독서량 덕분에 골든벨 문제는 쉽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아내에게 "인헌이(큰아이)는 주입식과 외우는 공부가 몸에 안 맞아. 당연히 시험도 자기가 생각하는 방식이 아니니까, 성적이 안 나올 수밖에"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조금은 안타깝습니다.

진주고 정찬렬 학생이 드디어 50번 문제를 다 맞혔습니다. 골든벨을 울렸습니다. 석 달 만에 울렸다니, 얼굴도 모르는 학생이었지만 온 가족이 함께 축하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모르는 문제가 많았지만, 아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도 골든벨을 울리기 위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기로 다짐했습니다.


태그:#도전골든벨, #진주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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