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남자 쇼트트랙 대표는 새로운 얼굴들로 채워졌다.

지난 10~11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3 KB 금융그룹 쇼트트랙 챔피언십(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이한빈(서울시청), 박세영(단국대), 노진규(한국체대), 김윤재(서울일반)가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자동 발탁된 신다운(서울시청)과 함께 소치올림픽 멤버로 확정됐다.

밴쿠버올림픽 멤버 이정수(고양시청)와 곽윤기(서울시청)가 모두 탈락하고, 에이스로 불린 노진규 마저 개인전 멤버가 아닌 계주에만 출전하게 되면서, 남자 대표팀은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소치올림픽에서 새로이 만나게 될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전망과 과제
를 본다.

 이한빈(사진 맨앞)이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 1위로, 소치동계올림픽 개인전에 출전한다. 사진은 선발전에서의 모습

이한빈(사진 맨앞)이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 1위로, 소치동계올림픽 개인전에 출전한다. 사진은 선발전에서의 모습 ⓒ 박영진


이한빈, 박세영의 등장, 예상치 못한 이변

이번 선발전 경기 결과, 가장 놀라웠던 것은 무엇보다 이한빈과 박세영의 반란이었다. 이한빈은 지난 시즌 오랜 기간 무명을 딛고, 국가대표에 뒤늦게 발탁됐다. 그러나 국제대회는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았다. 당시 이한빈은 선발전 순위결과에 따라, 월드컵 대회에서 주로 500m와 1000m 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나 성적은 예상만큼 따라주지 못했다. 이한빈은 계주메달을 제외하고, 개인전에선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불과 시즌이 끝난 지 한달뒤에 열린 선발전에서 모든 선수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특히 둘째날 1000m와 3000m 슈퍼파이널 경기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한빈은 경기 중 인코스와 아웃코스 추월을 자유자재로 보여주는가 하면, 결정적인 찬스 활용 능력도 뛰어났다.

SBS ESPN 쇼트트랙 안상미 해설위원은 12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한빈은 이번 선발전에서 욕심을 버리고 즐겁게 임한 것 같았다. 지난 시즌 대표에 올랐지만, 국제무대에서 잘해야겠단 부담감이 컸던 것이 원인이었다. 이번 경기에선 본인이 욕심을 버렸고, 찬스와 공간 능력을 잘 활용했다"고 평했다.

 박세영(흰색헬맷)이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 2위로, 소치동계올림픽 개인전에 출전한다

박세영(흰색헬맷)이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 2위로, 소치동계올림픽 개인전에 출전한다 ⓒ 박영진


박세영은 현 여자 국가대표 박승희(화성시청)의 친동생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500m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박세영은 지난 시즌 국가대표에 발탁될 수 있었지만, 3000m 경기에서 최하위에 머물며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선발전은 달랐다. 이번 대회에서 박세영은 첫날 1500m와 500m에서 모두 최상의 레이스를 펼쳤다.

이러한 점은 지난 3월 주니어 세계선수권 종합우승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박세영은 주니어 세계선수권을 2년 연속을 제패하며, 차세대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주니어 무대를 휩쓴 박세영이 이제는 시니어 무대, 그리고 올림픽에서 새로운 꿈에 도전한다.

 노진규가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 3위로, 올림픽 계주에 출전한다

노진규가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 3위로, 올림픽 계주에 출전한다 ⓒ 박영진


노진규의 충격과 밴쿠버 멤버 탈락

새로운 선수들의 반전에 이어, 이에 못지않은 충격도 있었다. 바로 국가대표 에이스로 군림해온 노진규가 올림픽 개인전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노진규는 1500m 경기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1000m와 3000m 경기에서 모두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두 레이스 모두 중반까지 선두로 이끌고 갔음에도 마지막에서 모두 추월을 허용하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안상미 위원은 "노진규는 마음이 너무 급했다. 레이스를 급하게 하다 보니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이 점이 이한빈과의 가장 큰 차이였다. 이한빈은 차분했지만, 노진규는 급했던 것이 결과로 나왔다"고 얘기했다.

그동안 노진규는 남자 쇼트트랙의 새 기둥으로 주목받아왔다. 특히 국제대회에서 1500m 11연속 우승이란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우며, 이 종목 세계랭킹 1위를 굳건히 유지했다. 지난 시즌 역시 6개 대회 월드컵 중 5개 대회를 우승했다. 최근 빅토르 안(안현수)의 회복세가 무서울 만큼, 이에 대항한 선수는 노진규와 곽윤기(서울시청)였다. 지난 시즌 1000m와 1500m에서 줄곧 빅토르 안과 경쟁해왔던 노진규였기에, 소치 올림픽에서도 외국 선수들과 경쟁할 가장 강력한 상대는 노진규였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선발전에서의 결과로 노진규는 결국 순위에 따라, 올림픽 계주에만 출전하게 됐다. 비록 노진규가 계주에만 출전을 하지만, 월드컵 경기에선 개인전에 출전할 수 있다. 노진규는 개인전에 비해 계주가 약하다는 평을 받아왔지만, 지난 시즌 신다운과 함께 인코스 공략에 성공하면서 계주에서도 기량이 급성장했다. 최강의 멤버가 항상 있었음에도, 올림픽 계주와 인연이 없었던 남자 쇼트트랙이 2006년 이후 다시 금메달을 가져올 수 있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밴쿠버올림픽 멤버들의 전원탈락 역시 충격이었다. 이호석(고양시청), 이정수(고양시청), 김성일(고양시청) 중, 유일하게 멤버로 발탁된 것은 이호석 뿐이었다. 하지만 이호석은 월드컵 계주멤버로만 참가할 뿐, 올림픽에는 출전할 수 없다. 밴쿠버 멤버들은 모두 선발전에서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바로 전 올림픽 멤버들이었기에, 어느 때보다 주목은 많았지만 결과는 그러지 못했다.

 쇼트트랙 선발전 1~3위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쇼트트랙 선발전 1~3위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박영진


신예들로 채워진 소치, 월드컵을 적극 활용하라

이렇게 선발전이 끝난 가운데, 결국 올림픽 멤버는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신다운과 이한빈, 그리고 박세영이 개인전에 모습을 보이게 됐다. 세 선수는 기존의 이정수, 곽윤기, 노진규와 같은 간판스타보다는 신예에 가까운 멤버들이다. 또한 계주 멤버로 있는 노진규와 김윤재까지 포함해, 남자선수들은 모두 올림픽 경험이 없는 선수들로 채워졌다.

올림픽까지 이제 남은 기간은 10개월이다. 안 위원은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은 자신들의 강한 부분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비시즌 기간 동안, 우리선수들의 최대 장점인 장거리와 체력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다운과 이한빈의 경우 국제경험이 있지만, 박세영의 경우 아직 시니어 무대 경험은 전무 하다. 이러한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올림픽 전에 열리는 네차례 월드컵 대회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가야만 한다. 월드컵 대회를 활용해 국제무대 감각을 익히고, 올림픽 대비책을 더욱 확고히 쌓아야만 한다. 특히 이한빈은 지난 시즌과 같은 성적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다운은 이미 세계선수권 대회 종합우승을 한만큼 실력을 검증받은 선수기에, 해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한 여자팀에 이어 남자팀도 종목별 선수들이 고루 뽑혔다는 것이 좋다. 성시백 이후 남자 쇼트트랙은 500m를 대표할만한 선수가 많지 않았다. 지난 시즌 김병준(서울일반)이 활약한 것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대표로 발탁된 박세영이 500m에서 강한 면모를 지닌 만큼, 올림픽 500m 메달 전망을 한층 밝게 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1000m와 1500m는 모든 선수들을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안 위원은 "그동안 올림픽 메달리스트 대부분은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딴 경우가 많았다. 밴쿠버올림픽에서도 성시백(현재 은퇴), 이정수, 곽윤기 등의 선수들이 모두 올림픽 첫 출전이었음에도 잘했다. 올림픽을 앞두고는 경험도 있지만, 무엇보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간절함과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선발전 우승자 이한빈이 경기후 인터뷰를 갖고 있다

쇼트트랙 선발전 우승자 이한빈이 경기후 인터뷰를 갖고 있다 ⓒ 박영진


이한빈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 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패배의 쓴맛도 여러번 봤다. 선수들 실력이 평준화됐기에 누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고, 잘 타는 선수들 사이에서 살아남아 믿기지 않는다.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열심히 뛰겠다"며 기쁨을 표시했다.

박세영은 올림픽 500m 금메달에 욕심을 드러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올림픽 500m 동메달을 딴 건, 지난 1992년 알베르빌에서 김기훈이 따낸 이후 없었다. 지난 밴쿠버올림픽에선 성시백이 결승선 직전 넘어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박세영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500m 메달을 따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새로운 얼굴들로 채워진 소치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최강의 실력을 갖춘 한국 쇼트트랙의 '겁 없는 신예' 들의 이변이 올림픽에 금메달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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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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