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누굴 닮아서 이리 변덕이 심할까? 추웠다, 포근했다, 햇볕 쨍했다, 비바람 불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날씨, 그래도 봄꽃들은 어김없이 피어났다.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은 추위쯤 아랑곳 않는다는 듯 와글와글 수다스럽다. 산자락의 양지쪽에 피어난 깨알같이 작은 꽃들은 살랑대는 바람에 소곤소곤 수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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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샛노란 개나리와 진달래 꽃밭에 든 남편을 카메라에 담는 초로의 아내 얼굴도 분홍빛이다 |
ⓒ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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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포근했던 주말(4/13) 오후, 서울 강북구 미아동 일대 도로와 오동공원길을 돌며 만난 봄꽃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정겹다. 도로변의 가로수 벚꽃은 하늘을 향한 짱짱함으로, 공원자락의 수양버들 벚꽃은 휘휘 늘어진 모습으로 멋스럽다. 공원 한쪽 산자락을 뒤덮은 진달래들은 봄 동산을 분홍색으로 물들였다. 진달래 꽃밭에 든 남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초로의 부인 얼굴도 분홍빛이다.
산책길의 길가와 작은 골짜기에 흐드러진 샛노란 개나리꽃은 재잘재잘 소풍 나온 아기들처럼 귀엽다. 촘촘히 새파랗게 자란 원추리 무리는 이맘때의 보리밭처럼 싱그럽다. 찬바람 속에 맨 먼저 피어나 봄의 전령사였던 산수유꽃이 아직도 그 앙증맞은 모습으로 개나리와 어우러졌다. 담장 안에서 살며시 머리 내밀어 밖을 내다보고 서있는 복숭아꽃과 매화꽃도 봄이 한창이다.
"어머~ 얘들 좀 봐, 이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이라니."
함께 산책길에 나선 아내의 호들갑이다. 그런데 정말 귀엽긴 귀엽다, 방긋 웃는 아기얼굴처럼, 엊그제 내린 봄비에 젖은 흙을 뚫고 살포시 솟아오른 새싹들이다. 근처엔 작고 샛노랗게 피어난 꽃들이 마치 노랑병아리 떼처럼 예쁘다. 운동기구들을 갖춰 놓은 체육시설 축대 틈에서 피어난 새하얀 꽃의 청초함이라니. 찬바람 밀어내며 봄을 이끌고 온 자연의 손길이 참으로 놀랍다. 아~ 봄이다, 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