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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도서관의 밤 야경
 서울도서관의 밤 야경
ⓒ 허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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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토요일 오후 6시. 어김없이 서울도서관 장내에 폐장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읽던 동화책을 아쉬운 듯 내려놓는 어린아이부터 부리나케 대출 코너로 뛰어가는 사람, 개인 노트북을 챙기는 사람까지. 저마다 도서관을 나설 채비로 분주해 보였다.

곧이어 불이 하나 둘 꺼지고 조용한 적막감이 도서관을 채웠다. 하지만 이날 저녁 서울도서관 2층에 있는 '생각마루 시민서가'의 불은 꺼질 줄을 몰랐다. 은은한 LED 양초가 서가 계단마다 작은 별처럼 수놓아지고, 벽면에는 빔 프로젝터가 쏜 고흐의 명화 '별이 빛나는 밤에'가 펼쳐졌다. '밤의 도서관, 그 신비로운 책 이야기'(이하 밤의 도서관) 행사에 오기로 한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었다.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 처럼 오늘의 콘셉트는 '서울도서관의 별이 빛나는 밤에'다.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 처럼 오늘의 콘셉트는 '서울도서관의 별이 빛나는 밤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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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시작시각인 오후 7시 30분이 되지 않았는데도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이 20명 이상 있었다. 이지훈(31·직장인)씨 임연신(29·직장인)씨 커플도 일찍부터 와 시민서가 한 편에 자리를 잡았다. 임씨는 "서울도서관에 올 기회가 마땅치 않았는데 좋은 기회가 생겨 남자친구와 오게 됐다"고 행사 참여 동기를 밝혔다. 이번 <밤의 도서관> 전반을 기획하고 작가들을 초청한 CBS 라디오 정혜윤 PD는 "책이든 영화든 우리를 멀리 보내준다는 데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가장 큰 단위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PD는 이날 사회자로도 나서 <밤의 도서관>의 문을 열었다.

책·영화 그리고 여행의 절묘한 만남

'밤의 도서관'은 서울도서관과 공익기획자 그룹인 '세상을바꾸는하나'가 함께 주최한 '북 토크' 행사다. 서울도서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모임 중계 사이트 온오프믹스를 통해 시민 100명을 초청했다. 책·영화·여행을 한데 엮은 이번 주제에 걸맞게 초청 작가로는 김남희 여행수필가와 김세윤 영화평론가·주성철 <씨네21> 기자가 함께했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행사 중 1부에서는 남미 여행을 중심으로 이야기의 물꼬가 트였다.

 칠레 여행기를 이야기하고 있는 김남희 수필가.
 칠레 여행기를 이야기하고 있는 김남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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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수필가는 많은 사람이 남미 칠레를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혹은 '무너진 갱도에 조난당한 33명의 광부'로 떠올리지만 파블로 네루다의 시구가 먼저 떠오른다고 말했다. 네루다와 한 우편배달부의 이야기를 그린 <일 포스티노> 역시 칠레 여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영화다. 그는 여행을 '몸으로 읽는 책'이라고 정의했다. "여행이야말로 자신을 사랑한다는 적극적 표현이며, 현실의 치열한 삶을 싸워 이겨내는 데 최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민 100여명이 우천 속에서도 서울 도서관을 찾아 북 토크를 함께했다.
 이날 시민 100여명이 우천 속에서도 서울 도서관을 찾아 북 토크를 함께했다.
ⓒ 허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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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윤 평론가는 기억에 남는 남미 여행지로 볼리비아의 낡은 숙소를 꼽으며 어느 한밤을 회상했다.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가 있던 날, 그는 불편한 침대에 누워 몸에 들러붙은 벼룩 때문에 잠 못 이루고 있었다.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서 거실로 나왔을 때, 마침 TV에서 원주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이 된 모랄레스의 당선을 축하하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김 평론가는 그 소식을 접하며 눈물을 훔쳤던 주인아저씨가 잊혀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여행·영화·책을 통해 경험하고 나면 그 전까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특별하게 된다"고 밝힌 그는 우리 삶에 무의미를 의미로 바꿔주는 존재에 감사하다며 애정을 과시했다. 이러한 경험이 없었다면 언론에서 전하는 남미 소식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주성철 씨네21 기자는 장국영의 기일인 4월 1일에 맞춰 자신의 책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을 출판했다.
 주성철 씨네21 기자는 장국영의 기일인 4월 1일에 맞춰 자신의 책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을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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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도서관> 2부에 초대된 주성철 기자는 "제주도는 한 번도 못 가봤는데 배우 장국영의 주요 무대였던 홍콩은 스무 번도 넘게 다녀왔다"는 경험담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특히 장국영이 출연한 <아비장전>은 작품으로써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을 되새기고, 함께 지내온 사람들을 추억하는 역할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주 기자는 "비록 장국영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영화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었지만, 지금은 잠시 잊고 사는 그 무엇과 만날 수 있게 해준다"며 그 사실이 삶에 활력이 된다고 말했다.

 1부 순서가 끝난 뒤 락 밴드 허클베리 핀의 공연이 이어졌다.
 1부 순서가 끝난 뒤 락 밴드 허클베리 핀의 공연이 이어졌다.
ⓒ 허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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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 참여한 관객들은 호평을 보냈다. 엄도영(23·대학생)씨는 2주에 한 번씩 영화 감상 소모임에서 정기모임을 갖는데 도서관에서 현직 작가나 기자와 만날 수 있어서 더 특별한 모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흡족해했다.

서울 대표 문화공간을 꿈꾸는 서울도서관

서울의 다양한 공간을 활용,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기획을 주로하는 '세상을바꾸는하나' 정용철 기획가(<밤의 도서관> 공동기획)는 경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서울도서관에서 작가와 독자가 만남을 갖는 경험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그는 딱딱한 도서관이 낭만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시민들이 '강연'을 들으러 오는 게 아니라 '수다'를 떤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와줬으면 하는 바람도 비췄다.

또 이번 기획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모여 소통하는 장을 만들어 나감으로써 한국판 '헤이온와이(길거리 영국 책마을)'를 조성하자는 취지도 지니고 있다. 이번 '밤의 도서관'은 '우리 시대 100인, 초록산타 아름다운 책장' 도서전의 부대행사로 인기를 끌었다.

이용훈 서울도서관 관장도 "도서관이 각자의 볼일을 보는 개인적인 공간을 벗어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랜드 마크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돈 없이도 삼삼오오 모여 저녁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문화공간을 선보이고 싶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기획 의도다. 이 관장은 "서울도서관이 서울 대표 도서관으로서 여러 프로그램을 실험해보고 성공적인 사례는 매뉴얼로 제작해 지역 도서관에도 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도서관의 다음 도전은 '시민 책시장'

'정보를 담는 그릇'을 넘어 시민의 일상과 밀착된 공간이 되려는 서울도서관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가까운 일정으로는 '한평자리 시민 책시장'이 있다. 4월 13일 토요일에 서울도서관 정문 앞에서 열린다. 시민들이 스스로 중고 서적을 팔 수 있는 '장터'를 마련해 주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중고 서적뿐만 아니라 책과 관련된 소품도 판매할 수 있다. 주최 측은 간이 판매대 역할을 해줄 쇼핑카트를 참가자들에게 대여해 준다.

참가 의사가 있는 시민은 인터넷으로 사전 접수를 한 뒤 행사 당일 광장으로 가면 된다. 현장 접수도 가능하지만 되도록이면 사전 접수를 통해 더 알찬 준비를 할 수 있게 주최 측은 독려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인터넷 헌책방 북코아가 협력 기관으로 참여한다. 혹시 만날 수 잇는 서적의 수가 적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접어둬도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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