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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일 인천광역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인하대 송도캠퍼스예정부지(송도 5-7공구)에 앰코와 체결한 토지매매계약서 상단에 송영길 시장의 자필 서명이 선명하다.
▲ 앰코계약서 2013년 2월 1일 인천광역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인하대 송도캠퍼스예정부지(송도 5-7공구)에 앰코와 체결한 토지매매계약서 상단에 송영길 시장의 자필 서명이 선명하다.
ⓒ 김갑봉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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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학교법인 인하학원·이사장 조양호) 송도캠퍼스 부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지난 2월 1일 인하대 부지(송도경제자유구역 5-7공구)에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아래 앰코)와 매매 계약을 체결한 계약서에 송영길 시장이 직접 사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하대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던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이 앰코와 계약하고, 인하대본부와도 사업 협약을 체결하려하자 인하대송도캠퍼스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는 공문을 보내 송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인하대본부를 제외한 교수회·학생회·총동창회 등 인하대 구성원과 시민사회가 인천경제청과 인하대본부가 추진하는 부지 이전에 대해 반대하자 송 시장은 지난 3월 22일 비대위와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송 시장은 "인천경제청이 2월 1일 인하대 부지에 앰코와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몰랐다"며 "인천경제청과 협의해 시의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송 시장이 직접 서명한 토지매매계약서가 공개되자 비대위는 "송 시장의 새빨간 거짓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송 시장을 내년 지방선거 낙선 대상으로 선포했다.

최근 지역사회 이슈로 부각한 인하대 송도캠퍼스 부지 이전 문제는 지난해 3월 인천경제청이 앰코 투자 유치를 빌미로 인하대 측에 11-1공구로 이전하는 것을 제안하면서 비롯됐다.

인천경제청이 지난해 5월 앰코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인하대본부는 지난해 8월부터 교수회와 학생회·총동창회를 상대로 부지 이전(안)을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 당국을 제외한 모든 구성원들은 부지 이전에 반대했다. 급기야 올해 2월 인천경제청이 인하대 캠퍼스 부지로 결정돼 있는 5-7공구를 앰코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인하대와는 11-1공구로 이전하는 사업 협약 체결을 추진하면서 갈등은 불거졌다.

이혁재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송도캠퍼스 부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인천시가 투자 유치 성과를 빛내기 위해 무리하게 부지 이전을 밀어붙이고, 인하대는 이번 기회에 송도에서 땅장사하려 하면서 발생했다"며 "인하대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 뒤로는 밀실행정을 추진하고, 그것을 거짓으로 은폐하려고 한 송영길 시장의 이중적 모습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장의 야망과 총장의 비민주적 운영이 빚은 비극"

인하대 송도캠퍼스 부지 이전을 둘러싼 지역사회 갈등은 인천시의 무리한 행정도 원인이지만, 박춘배 인하대 총장의 비민주적 대학운영도 한몫했다는 지적도 있다.

인하대본부는 지난해 대학구성원들에게 11-1공구로 이전하는 안을 설명하면서 인천경제청이 지난해 5월 18일 앰코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다음에야 '부지 이전'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3월에 인천경제청으로부터 부지 이전을 제안받은 게 드러났다.

인하대본부는 지난해 8월부터 총동창회·총학생회·교수회를 상대로 차례차례 설명회를 진행했다. 설명회가 거듭될수록 밀실행정 의혹이 불거졌고, 학내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결국 지난해 12월, 송도캠퍼스추진단장을 맡았던 대외부총장이 추진단장을 사임했다.

당시 송도캠퍼스추진단장은 "금년(2012년) 3월 22일 인천경제청으로부터 송도캠퍼스 부지의 변경과 관련된 제의를 받고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왔다"며 "설명회 과정에서 구성원들로부터 불신과 의혹을 받게 됐다, 좀 더 일찍 구성원들에게 송도캠퍼스 조성의 정확한 추진 내용과 경과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고 사임 배경을 밝혔다.

추진단장이 사임했지만 논란은 지속됐다. 구성원들의 거듭된 반대에도 단 한 차례의 설명회만을 개최한 뒤 인하대본부가 11-1공구로 이전하는 안을 밀어붙이자, 인하대 교수협의회는 3월 27일 정기총회에서 총장 퇴진 촉구 결의안을 상정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인하대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또 가장 최근에는 학생회에서 부지 이전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실시한 총투표 결과를, 투표가 무산됐음에도 박춘배 총장이 교무위원회에서 공개한 일이 발생했다. 이 일로 박 총장은 업무방해 혐의로 인천지방검찰청에 고발당했다.

2012년 초까지만 해도 인하대는 전임 이본수 총장의 지휘아래 '2014년 송도캠퍼스 개교'를 목표로 설정하고 큰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박 총장이 부임하는 동시에 인천시가 앰코 투자 유치를 위해 인하대본부에 11-1공구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송도캠퍼스 건립 추진은 멈췄다.

정재훈(인하대 교수협의회 의장) 비대위원장은 "송도캠퍼스 부지 이전 사태는 송 시장의 부도덕한 정치적 야망과 박 총장의 비민주적 대학운영이 빚은 비극"이라며 "가장 중요한 인하대 구성원들의 의견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고집었다. 이어 "송 시장은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지고 앰코와의 이중계약을 파기해야 하며, 동시에 박 총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그런 뒤 범협의체를 구성해 송도 이전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1공구 전체 공사 끝나는 2022년에 지번 부여 가능할 듯

한편, 인천경제청은 2015년 11월 30일까지 11-1공구를 매립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천경제청 설명대로 11-1공구가 11월 말까지 매립된다고 해도, 지반이 안정되기까지는 최소 2년 6개월에서 3년이 소요된다. 송도 앞바다를 매립했던 D건설사에 따르면, 송도6·8공구 지반이 안정화되는 데 그 정도 걸렸다.

11-1공구는 2015년 11월 말 매립공사가 끝나도 지반이 안정화되는 시점은 최소 2018년 5~11월 무렵이라는 얘기다. 인하대가 11-1공구에 캠퍼스 건립 공사를 하려면 지반 안정화 후 기반(도로·전기·가스·상하수도 등) 공사가 돼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인하대는 빨라야 2019년 말이나 캠퍼스 건립을 위한 첫 삽을 뜰 수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다. 인천경제청과 인하대본부는 11-1공구로의 이전과 관련한 사업 협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계약 대상인 목적물이 없기 때문에 토지매매계약이 아닌 사업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목적물이 되려면 지번이 있어야 하는데, 지번은 11-1공구에만 따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

인천경제청에서 매립 부지에 지번을 부여했던 공무원 A씨는 "각 공구는 공사 일정상 부여한 것에 불과하다, 경제자유구역 각 공구는 전체 공구 공사가 끝난 뒤 지적법에 따라 지번을 부여한다"며 "지번을 부여하고 등기한 뒤 토지대장에 등록하면 매매계약이 가능하다, 어느 한 공구에만 지번을 따로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종철 인천경제청장은 지난 3월 21일 열린 인천시의회 207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 시정질의에 참석해 이한구(계양4) 의원이 '11-1공구 땅값만큼 인천시의 손해'라고 지적하자, "준공이 되고 입구 등이 깔려 땅을 매각할 수 있는 상태인 2022년 가격"이라고 답했다. 이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자 인천경제청은 '2022년은 11공구 전체가 매립된 시점'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11공구 지번은 2022년께 가능하다는 얘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하대, #인천시, #송영길 시장, #인천경제청, #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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