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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공식선거운동 둘째날인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신세계백화점 앞 거리유세에서 암 등 4대 중증질환 100% 건강보험 적용과 임플란트 건강보험 추진 등의 공약을 제시하자, 지지자들과 시민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18대 대선 공식선거운동 둘째날인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신세계백화점 앞 거리유세에서 암 등 4대 중증질환 100% 건강보험 적용과 임플란트 건강보험 추진 등의 공약을 제시하자, 지지자들과 시민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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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의 기획재정부가 서민증세를 추진하려다 없던 일로 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3월 26일 <조선일보>는 기획재정부가 건강보험 개편 내용이 담긴 '국가재정제도 개선 심의자료'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하였다. 이 보도에 따르면, 그 자료는 건강보험 재정 확충을 위해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등 3개의 세금에 건강세를 부과하고, 건강보험 피부양자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한 달여 동안, 보건복지부는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국가 보장'은 선거용 캠페인이지 약속이 아니었다고 발뺌하다가 시민사회와 야당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고서야 '국민행복의료보장추진본부'를 만들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건강보험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기획재정부가 앞장서서 건강세를 신설하고 피부양자제도를 폐지하는 건강보험 제도 개편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 확충은 분명히 필요하다. 노인의료비 증가와 만성질환 증가로 매년 건강보험 진료비가 13% 정도 증가하고 있다. 보험료 부담층은 감소하는 데 비해 이용자는 대폭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가 진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을 막아주는 안전망이 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필요하다.

시민사회와 정치권 모두가, 그리고 대선 시기에는 박근혜 후보도 현재 63% 수준인 건강보험 보장성을 선진외국의 평균 수준인 80%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건강보험 재정 확대 없이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도,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누리기도 어렵다. 

기획재정부의 관심은 의료비 지원 예산 감축뿐

그런데 보도 내용을 봐서는 기획재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확보해서 국민들이 바라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쓰겠다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기획재정부의 개편안은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등 3개 세금에 각각 0.03%씩 건강세를 부가해 연간 3조 원의 재정을 확보하고, 현재 건강보험 재정의 14%를 충당하고 있는 국고지원 비율을 2017년까지 10%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즉 건강세를 신설하고 피부양자제도를 폐지하여 마련한 보험재정만큼 현행 국고지원율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어디에도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고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국가적 비전은 찾아볼 수가 없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정부 지원은 보험료 예상 수입의 20%로 명시되어 있다. 이중 14%를 국고에서 지원하고 6%를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보험료 예상수입액보다 실제 보험료 수입액이 많아진 만큼 발생한 차액을 채워주지 않아왔다. 그러한 국고지원 미지급금이 2011년까지 약 5조4000억 원이나 된다.

이에 보험료 예상 수입액과 실제 수입액의 차액으로 인한 국고지원금의 차액을 정산하고, 보험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을 25%로 올리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 대표 발의, 2012. 10.)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정부의 책임을 회피한 채 오히려 현행보다 축소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뿐 아니라 기획재정부는 빈곤층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제도를 개편하여 근로능력이 있는 의료급여 2종수급자의 진료비를 건강보험에서 맡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지난 2008년 4월 차상위계층 의료비 지원을 정부 부담에서 건강보험 부담으로 전가했는데, 또 다시 의료급여 2종 수급자의 진료비 연간 3580여억 원 정도의 정부 부담을 축소하려는 속셈이다. 당연히 정부가 부담해야 할 빈곤층 의료비마저 건강보험으로 떠넘기면서 정부 예산을 절감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고지원 대신 건강세 도입, 형평성 악화시킬 것

참여연대 소속 회원들이 3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국민 기만 복지공약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밝힐것을 촉구하고 있다.
▲ 참여연대, '박근혜 대통령 국민 기만 규탄 기자회견' 참여연대 소속 회원들이 3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국민 기만 복지공약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밝힐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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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의료비를 사회적으로 공평하게 부담하기 위해 어떻게 재원을 조성하는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건강보험에 지원하는 정부 부담 대신 소비세에 건강세를 신설하는 것이 국민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일까? 소비세는 누구나 소비할 때 균등한 세금을 내는 간접세라서 소득역진적인 특성을 가진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 소비를 많이 하므로 소비세가 자신의 소득에 일정부분 비례하고 생활필수품 등에는 광범위하게 면세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역진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똑같이 부담하는 것은 저소득층일수록 상대적인 부담이 크다는 점도 사실이다. 따라서 건강보험 재정은 소득에 비례한 부담을 우선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획재정부 안처럼 현재의 국고지원 대신 건강세를 신설하는 것은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정책이다.

기획재정부의 건강보험 개편방안이 알려져 논란이 일자 기획재정부는 정부 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새로운 세율 인상이나 세목신설 등 직접적인 증세방안은 추진하지 않고 피부양자제도 폐지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해명했다.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임에도 피부양자제도조차 모두 없던 일이라 밝힘으로써 기획재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이나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불공평한 건강보험료, 불만과 원성 쌓여

지난 2000년 7월 단일한 건강보험공단이 출범하였고 2003년에는 건강보험 재정이 통합되었다. 하지만 보험료 부과기준은 지금까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뉘어져 있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피부양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가입자는 소득파악률이 낮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종합소득, 재산, 자동차, 가구원의 수와 나이, 성별까지 점수화하여 복잡한 부과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들이 이해하기 복잡할 뿐 아니라 실제 경제적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민원 중 6400여만 건(2011년)이 보험료와 관련된 민원일 정도로 국민들의 불만이 쌓여왔다. 

사례 1. 직장가입자였다가 퇴직 후 소득이 끊겼는데, 집과 자동차가 있어 지역보험료가 대폭 올라간다.
사례 2. 지역가입자의 소득은 그대로인데, 전세나 월세가 오르면 보험료가 올라간다. 하우스푸어, 렌트푸어라도 재산 부과 보험료는 제외가 없다.
사례 3. 연금과 아파트, 자동차가 있어도 직장인 자녀가 있으면 피부양자로 올라가 보험료 한 푼 내지 않고, 자녀가 무직이면 수십만 원의 보험료를 낸다.
사례 4. 직장가입자가 아이를 낳으면 피부양자로 올라가 보험료 변동이 없으나, 지역가입자가 아이를 낳으면 월 3400원 보험료가 오른다. 자녀가 19살에서 20살이 되면 월 보험료가 3400원에서 9520원으로 올라간다.(출처 :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80% 실현을 위한 토론회' 발표문) 

사례 1처럼 퇴직후 소득은 줄었는데 보험료는 몇 배 인상될 수 있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는 근로소득에 100% 부과하는 반면,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소득에 26.8% 재산에 48.2% 자동차에 12.5% 성, 연령에 12.5%가 분포되어 실제 보험료 부담능력을 반영하기에는 비합리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피부양자제도 또한 불공평한 제도이다. 직장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존하며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보험료를 면제해주는 제도인데, 사례 3, 4처럼 지역가입자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 피부양자가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의 40.6%인 2014만 명으로 확대되었으며, 이중 소득이 있는 사람도 213만 명이나 된다. 부담 능력이 있는데도 보험료를 면제하는 차별적이고 불공평한 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득이 있는 곳에 보험료 부과'를 원칙으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80% 실현을 위한 토론회(국민건강보험공단 주최, 일시: 2013.2.22, 장소: 광명시 평생학습원 대강당)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80% 실현을 위한 토론회(국민건강보험공단 주최, 일시: 2013.2.22, 장소: 광명시 평생학습원 대강당)
ⓒ 조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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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불공평한 부과체계를 바꾸기 위해 지난 수 년간 시민사회와 많은 전문가들은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방안을 제시하였다. 2012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소득 중심 보험료 부과체계 단일화 방안'을 마련하여 정부와 국회에 제안하고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

새로운 방향은 경제적 부담능력을 반영한 공정하고 공평한 보험료 부과체계가 되어야 한다. 실제적인 부과기준은 직장, 지역 구분을 없애고 소득을 단일한 기준으로 모든 가입자에게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지역가입자의 재산, 자동차, 나이, 성별 기준을 없애고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제도를 없애는 반면, 근로소득만이 아니라 조세를 부과하는 대부분의 소득에 공평하게 보험료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현재 근로소득에는 국세청에서 과세하는 대상의 156%에 보험료를 부과하지만, 근로소득이외의 금융, 사업, 연금, 기타소득에 대해서는 과세대상의 15.7%에만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는 만큼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을 확대할 수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원칙을 세워간다면 현재까지 각종 소득이 있어도 무임승차했던 고소득자들이 새로 보험료를 부담하게 되어 상당한 불만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재산이 어느 정도의 소득을 발생하는 부분에 대한 형평성이 제기될 수 있고 급격히 보험료 부담이 증가하는 계층에 대한 수용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소득 부과에 따른 정부 차원의 준비도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소득 단일부과체계의 방향은 명확히 하되, 보험료 부과 소득 대상을 순차적으로 늘려나가거나 재산 기준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폐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는 정부 예산 절감만을 내세운 건강보험 정책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그동안 기획재정부가 경제 논리를 앞세워 의료산업화, 영리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회적 갈등과 소모적 논쟁이 발생했던 일이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과 이를 가능하게 할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그리고 추가 재원 발굴까지 포함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여야도 국회에 '건강보험 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민생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제도 변화에 따라 이해갈등과 불만도 터져나올 것이다. 그래서 더욱이 사회적 공론화와 민주적 과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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