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엄태수 작가 작품 1
▲ 겨울을 뚫고나온 봄 엄태수 작가 작품 1
ⓒ 엄태수

관련사진보기


초등학교 소풍 때, 풍경사진 찍으러 소풍가는 아이가 있었다. 그것도 사진관에서 돈을 주고 사진을 빌리고, 필름을 직접 사서 말이다. 사진 내용은 거의 풍경(돌, 꽃, 풀, 물)사진이 대부분이었단다.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사진 동아리에 들어갔다. 사진작가 엄태수 씨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이런 그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을 냈다. 안성사진동호회에서 실시한 전국사진대회에서 학생부 1등을 차지한 것. 이때 안성사진동호회(안성사진작가회 전신) 어른들도 "학생 치고는 참 잘찍었다'며 칭찬이 자자했다. 그때 사진동호회 회원이 됐다. 모두 아버지뻘 되는 어른들과 매주 모여서 사진을 공부했다. (그 계기로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모임에 몸담고 있다.). 그는 고교시절 받은 사진 상만 해도 40여개란다.

단풍과 물방울이 어우러져 왕관 모양을 이루었다. 엄태수 작가 작품 2
▲ 단풍 왕관 단풍과 물방울이 어우러져 왕관 모양을 이루었다. 엄태수 작가 작품 2
ⓒ 엄태수

관련사진보기


안성 고삼호수에 핀 물안개는 그 자체가 한폭의 그림이다. 엄태수작가 작품3
▲ 호수의 환타지 안성 고삼호수에 핀 물안개는 그 자체가 한폭의 그림이다. 엄태수작가 작품3
ⓒ 엄태수

관련사진보기


그렇게 사진학과를 나왔다. '88 올림픽 성화 봉송 안성행진'사진촬영 등 안성시의 역사사진에도 관심을 가져왔다. 무엇보다 안성의 자연 역사에 관심을 가졌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볼 수 없는 안성의 자연을 담는 것. 시대의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담아 두어야할 소중한 것들도 많다고. 한 번 달라지면 돌아갈 수 없는 자연환경이기에 그렇다. 같은 곳을 날마다, 주마다, 달마다, 해마다 찍기도 한다. 찍을 때마다 느낌도 다르단다.

그의 열정은 이런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한 번은 새벽 일찍 산사의 길을 차로 올라갔다. 눈길을 올라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서였다. 찍을 땐 좋았는데, 가파른 길을 내려올 수가 없었다. 이 때 그 산사의 스님들이 길의 눈을 일일이 치워줘서 내려온 적이 있었다.

과수원 에서 사진을 찍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과일 가까이 가게 된다. 촬영에 몰입하다보면 주인이 오는 것도 모른다. "과일 도둑이야!"란 주인의 말이 그를 멈칫하게 했다고. 사진 찍다가 도둑으로 오인 받은 적도 많았단다.

안성사진작가회 사람들이 한자리에
▲ 안성사진작가회 사람들 안성사진작가회 사람들이 한자리에
ⓒ 엄태수

관련사진보기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선 그것에 대해 수많은 사전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 예컨대 호수를 찍는다고 치자. 거기의 유래와 역사를 알아야 하고, 서식하는 식물을 알아야 하고, 시간대별로 기온도 알아야 하고, 일출의 시간도 알아야 하고, 물안개가 피는 시간대도 알아야 한다.

사진의 소재가 무궁무진하듯 그 대상에 대한 공부도 무궁무진하다. 사진 찍다보면 역사, 환경, 지리, 도시, 문화, 생태, 인물 등의 다양한 공부가 이뤄진다. 또한 한 장의 사진을 위해 몇 주, 몇 달, 몇 해를 기다리기도 한다. 그런 노력 없이 아름다운 작품은 탄생하기 힘들다는 것.

지금도 그는 매주 300커트 이상의 사진을 찍는다. 대부분 버리지 않고 외장 하드에 담는다. 남들은 2년 정도 사용한다는 외장하드(2000GB)를 그는 6개월이면 사진으로 채운다. 삭제하긴 쉽지만 막상 그 사진이 필요할 때 아쉬워서라고. 그는 한 커트의 사진도 놓치고 싶지 않다. 한 커트의 사진도 허투루 찍지 않는다. 누구보다 한 장의 사진이 소중함을 잘 알기에.

안성사진작가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엄태수 작가. 그는 고2때 부터 이 모임에서 활동했고, 지금은 그때 멤버들이 모두 돌아가셨단다.
▲ 엄태수작가 안성사진작가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엄태수 작가. 그는 고2때 부터 이 모임에서 활동했고, 지금은 그때 멤버들이 모두 돌아가셨단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그는 장차 사진박물관을 꿈꾼다. '카메라로 보는 세상, 그것은 제2의 세상, 내가 놓칠 수 없는 세상'이라 말하는 엄태수씨. 그는 천생 사진장이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3일 그의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다.



태그:#엄태수, #사진작가회, #사진, #안성사진작가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