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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장안구 율천동 밤밭문화센터에 마련한 스님짜장 봉사장면
▲ 점심 수원시 장안구 율천동 밤밭문화센터에 마련한 스님짜장 봉사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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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스님이 돌아왔다. 짜장스님은 지난 1월 25일 수원시 장안구 율천동 밤밭문화센터 3층에 있는 조리실에서, 마을 어르신들께 스님짜장 봉사를 하다가 면을 뽑는 기계에 손이 딸려 들어가 세 손가락이 뭉그러져 몇 시간의 수술을 받은 뒤 근 20여 일을 입원했다. 그리고 퇴원을 했지만, 정작 짜장스님은 봉사현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동안 짜장스님의 봉사는 선원사 봉사단원들이 주축이 돼 진행됐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난 3월부터 여기저기서 스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친 손을 비닐로 싸고, 봉사를 시작한 것.

짜장봉사 장소에 깜짝 방문을 한 염태영 수원시장
▲ 염태영 수원시장 짜장봉사 장소에 깜짝 방문을 한 염태영 수원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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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짜장면을 해달라고 찾는데, 무작정 쉴 수가 없었죠. 봉사란 힘이 있을 때 하는 것 아닌가요? 나중에 지치고 힘이 들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으니까요."

염태영 수원시장도 깜작방문

그렇게 말을 하고 다니기 시작한 봉사. 그런데 오늘(5일), 자신이 손을 다친 율천동에 짜장봉사를 한다고 나타난 것이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그곳에서 불상사를 당했으니 피해 가기라도 할 텐데 말이다.

"제가 그날 짜장면을 대접하지도 못한 채 손을 다치는 바람에, 어르신들께 누를 끼쳤습니다. 당연히 이곳부터 달려와야죠. 오늘은 200분의 어르신들께 짜장을 만들어 드리려고요."

염태영 수원시장이 조리실에 들려 보아자들과 함께
▲ 봉사자들과 함께 염태영 수원시장이 조리실에 들려 보아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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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도움을 주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그렇게 아픔을 당한 곳에 나타나기란 쉽지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이 자리에는 염태영 수원시장도 깜짝 방문을 했다.

"남원서부터 수원까지 달려오신 운천스님이, 우리 율천동에서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을 하셔서 마음이 참 아팠다. 그런데 이렇게 오늘 다시 율천동에 와서, 짜장봉사를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달음에 달려왔다. 오늘은 스님과 함께 저도 어르신들께 봉사를 해야겠다."

염 시장은 손수 앞치마를 두르고 짜장면을 나르기도 했다.

율천동 봉사 현장에서 만난 유인선·송경애씨

면 뽑기를 돕는 송경에(좌측) 유인선(뒤편) 씨
▲ 봉사 면 뽑기를 돕는 송경에(좌측) 유인선(뒤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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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를 하면 우선 뿌듯함이 있죠. 그리고 봉사를 하면서 스스로 자기만족을 하기 때문에 봉사는 늘 즐거운 것 같아요. 봉사를 하면서 내가 힘이 든다고 생각을 하면, 절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즐기면서 해야죠."

밤밭문화센터 3층 조리실 앞에서 '스님짜장'에 사용할 면을 뽑는 것을 돕는 봉사를 하고 있던 송경애(46)·유인선(46)씨는, 봉사가 즐겁다고 이야기를 한다. 오래전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봉사를 시작했다는 두 사람은, 나이가 같고 같은 곳에 사는(율천동 삼성아파트) 친구란다.

부녀회원들과 통장 협의회 봉사자들이 면에 짜장을 붓고 있다
▲ 배식 부녀회원들과 통장 협의회 봉사자들이 면에 짜장을 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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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를 시작한지가 꽤 됐어요.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아이를 데리고 함께 봉사를 다녔죠. 아이들이 식탁에 수저를 놓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도 아이들이 어릴 때 다니던 곳의 어르신들을 만나면 아이들 소식을 묻고는 하죠."

같은 아파트에 사는 두 사람은 모두 일주일에 5~6회 정도 봉사를 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송경애씨는 삼성 아파트 내에 있는 삼성문고의 문고장이고, 유인선씨 또한 문고 일을 거쳐 현재는 율천동 44통의 통장 소임을 맡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한 주를 거의 봉사를 해야 한다.

봉사, 즐기면서 할 때가 가장 행복

운천스님이 짜장을 볶으면서 야채를 넣고 있다
▲ 짜장 운천스님이 짜장을 볶으면서 야채를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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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라는 것을 남이 시켜서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하구한 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절대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마음속에서 스스로 우러나 본인이 즐길 줄 알아야만 해요. 저는 봉사를 하는 것은 운동이라고 생각하면서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힘이 들지도 않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봐요."

쉽지 않은 대답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스님짜장에 사용할 면을 뽑는 것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니, 정말 봉사를 하면서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몇 시간을 서서 봉사를 하다가 보면 힘도 들 텐데, 그런 기색 하나 없이 행복한 표정이기 때문이다.

"봉사라는 것이 언제까지 한다고 정해놓고 할 수가 없잖아요. 하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야죠. 봉사를 하다가보니 오히려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되어 더 좋은 것 같아요. 또 즐겁게 하다가 보면 젊어지는 듯도 하고요."

두 사람 모두 자녀들이 세 명씩이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봉사를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듯하다. 지금은 아이들이 다 자라 대학과 중학교 등을 다니고 있어 마음 편하게 봉사를 할 수 있다고.

가끔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빨리 잊어야

"봉사를 하다가 보면 가끔은 난처할 때도 있습니다. 어르신들께 음식을 날라다주는 봉사를 하는데 늦게 가져왔다고 혼을 내시거나, 역정을 내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럴 때는 정말 울고 싶기도 하죠."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란다. 그렇게 역정을 내시는 어르신들 보다는, 그래도 고맙다고 인사를 하시는 분들이 더욱 많다는 것.

"봉사를 할 때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들이 와서 이렇게 봉사를 해주니, 음식 맛이 더 좋은 것 같다고 하세요. 그런 말씀을 들을 때는 정말 행복하죠. 아마 이렇게 봉사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어르신들의 말씀 때문인 듯해요"

청솔복지관에서 무료 급식을 할 때 많은 봉사를 했다는 두 사람은, 스님짜장의 봉사는 처음이라 조금은 낯설기도 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면서, 다음에도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라도 달려가 봉사를 하겠다고 한다.

진정한 봉사는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봉사'라고 한다. 남들이 보고 있기 때문에, 혹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봉사는 상대를 기쁘게 만들 수가 없다. 유인선·송경애 두 사람이 정말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렇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 하는 봉사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e수원뉴스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율천동, #수원, #운천스님, #염태영 수원시장, #스님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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