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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정치 복귀의 시작을 '노원 병 재보궐 선거 출마'로 꾀했을 때 "쉬운 곳을 골라 갔다"는 비판이 일었다. "지도자라면 부산 영도 같은 어려운 곳에 나갔어야 했다"는 것이다. '야도'로 평가받던 노원 병은 쉽게 점할 전략지로 여겨졌던 터다.

새누리당은 이준석 전 비대위원, 나경원 전 서울시장 후보 등을 '안철수 대항마'를 세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별장 성 접대 의혹에 이름이 오르내린 허준영 전 경찰청장을 공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안철수 노원 병 예비후보의 국회 입성은 무난히 이뤄질 듯 보였다. 그런데 노원 병마저도 '어려운 선거'가 돼가고 있다. 왜일까.

그 배경으로 '야권 3분할 혹은 4분할 구도', '새누리당의 공고한 40% 지지세', '안착하지 못한 지역 유세' 등이 꼽히고 있다. 이처럼 녹록하지 않은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안 후보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새 정치'의 내용을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새 정치'로 채워 강조하고 있다. 부재자 신고 없이도 4·24 선거 날 전에 투표할 수 있게 바뀐 투표 방식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야권에 '쉬운 지역' 노원 병, 안철수-허준영 예상 밖 접전... 왜?

 4·24 재보선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한 4명의 후보들. 왼쪽부터 새누리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인 허준영 후보(전 경찰청장), 민주통합당 노원병 지역위원장인 이동섭 후보,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부인 김지선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
 4·24 재보선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한 4명의 후보들. 왼쪽부터 새누리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인 허준영 후보(전 경찰청장), 민주통합당 노원병 지역위원장인 이동섭 후보,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부인 김지선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
ⓒ 남소연·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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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6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다자구도에서 안철수 후보(38.8%)가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32.8%)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는 8.4%, 정태흥 통합진보당 후보는 6.1%를 얻었다. 야권단일화를 이뤄 양자 구도 일 시 안 후보는 51%를 얻어 허 후보(37.9%)를 크게 따돌린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19세 이상 유권자 700명 대상 RDD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7%p)

허 후보가 안 후보를 앞서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6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허 후보의 지지율은 38.1%로 나타나 안 후보(37.4%)에 0.7%p 앞섰다. 김 후보는 10.5%, 정 후보는 1.7%로 나타났다. (19세 이상 유권자 505명 대상, 유선전화와 RDD ARS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4.36%p)

결국, 야권이 삼분할 된 구도 속에서 안 후보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허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데 대해 안 후보는 "당연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28일 노원에서 기자 간담회를 연 그는 "일각에서 쉬운 선거라 규정지었는데 (내가) 이겨도 빛이 안 나게 하려는 것"이라며 "평일에 열리는 재보궐 선거의 투표율이 낮다 보니 결국 조직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다른 곳으로 출퇴근하는 분들이 많은 상계 지역 특성 때문에 힘들 거라는 건 처음부터 알았다"고 말했다. 본래부터 어려웠던 선거였고, 그 구도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야권단일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보고 있는 상황임에도 그는 "정면 승부를 하고 싶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안 후보는 김지선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묻자 "단일화를 앞세운다면 정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를 잘 담아내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화 관련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듯 "귀국 때와 똑같은 생각이다, 해석을 다르게 하면 안 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귀국 당시 "같은 뜻을 가진 분들끼리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정치공학적인 접근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안 후보가 김 후보와의 야권단일화에 대해 여지만을 남긴 채 한발 물러선 입장을 계속 표명할 경우 김 후보가 확보하고 있는 10% 안팎의 지지기반은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4 : 민주당 3 : 중도 3 구도' 수면 위로?

허 후보가 예상외의 선전을 벌이는 것에 대해서는 현실 정치에 굳어진 4:3:3 구도가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 후보 측과 가까운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새누리당의 확고한 조직기반에 안 후보도 뜨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당, 특히 새누리당이 차지하는 40%의 지지기반을 흔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후보가 "조직이 없는 무소속 후보가 아무리 인지도가 있어도 힘든 선거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도 이 까닭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당의 지지기반을 확인하자, 새누리당은 반색하고 있다. 허 후보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피부로 느끼는 지역민심은 안철수보다 허준영"이라며 "안철수씨를 정말 큰 인물로 키우기 위해서는 내가 고난의 시기를 내가 드려야 되겠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 역시 이날 오전 TBS 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에서 "일반 여론에서 허 후보가 안 후보에 비해 많이 뒤처질 것이라고 생각했지, 당 내부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며 "여론조사에서 우리가 본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좋은 상황이고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안 후보가 향해야 할 방향은 민주당의 조직기반 30%다. 실제 안 후보는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으로 설 자리를 잃은 이동섭 민주당 노원 병 지역위원장에 대해 열린 자세를 명확히 했다.

안 후보는 "(이동섭 위원장이) 안타깝고 죄송스럽다"며 "작년 대선 때 경험한 적이 있어서 그분 심정을 1/10 정도 헤아릴 수 있다, 지지자들의 상실감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그 마음을 내 마음속에 담으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동섭 후보가 지역 정치 선배"라며 "그분의 여러 좋은 말씀을 듣고 참조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민주당이 무공천을 결정해 단일화 논의에서 자유로워진 이동섭 예비후보와 그의 지지세력을 껴안고 가려는 포석으로 해석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이날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해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야권 내부에서만 4명의 후보가 나오는 구도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 이 위원장은 28일 선거운동을 재개하며, 지역 대의원과 당원이 참석한 상무위원회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이동섭 위원장을 향한 안 후보의 '신호'가 너무 늦었다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민주당 무공천 결정 직후 안 후보가 이 위원장에게 전화해 '지역에 헌신했는데 죄송하다, 언젠가 새 정치할 때 보답하겠다' 한 마디라도 했다면, 이 위원장의 마음도 누그러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 무공천 결정이 난 당일인 25일 김지선 후보는 "출마를 준비했던 민주당 이동섭 (노원병) 위원장에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으나, 안 후보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안철수 예비후보가 3월 23일 지역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그가 나타나자 많은 어린이들이 신기해하며 안 예비후보 뒤를 따라다녔다.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안철수 예비후보가 3월 23일 지역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그가 나타나자 많은 어린이들이 신기해하며 안 예비후보 뒤를 따라다녔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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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병 지역 내에서 안 후보의 지지도가 치솟지 않는 데 대해 안 후보의 유세 방식이 한 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여권의 텃밭에서 승기를 거머쥔 경험이 있는 재선 민주당 의원은 "보궐 선거에서는 표를 모으면서 뒤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안 후보는 그런 것 없이 악수만 하고 가더라"며 "여전히 유세 다니는 걸 보니 둥둥 떠다니더라"고 꼬집었다. 면 대 면으로 접촉한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다지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안 후보가 악수하고 지나가면 캠프 사람들이 악수한 사람이 누구고, 어느 지역 사람인지 파악해서 한 시간 후 문자를 보내는 식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떠다니면서 악수하고 지나가면 주민들은 '에이~이기겠지'하고 막상 투표하러 안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 본인은 이날 "대선 때는 하루에 열 곳도 가면서 공중에 붕 떠 있었던 것 같다"며 "지금은 텅 빈 운동장에 한 분 서 계시면 전속력으로 달려가 손잡고 얘기 들으면, 이게 진짜구나 싶다"고 말했으나 '정치 신인 안철수'는 아직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현실정치'와 닿아가는 안철수 '새 정치'

야권 단일화도, 새누리당의 공고한 지지세를 무너트리는 일도 녹록하지 않은 안 후보가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핵심 카드는 여전히 '새 정치'다. 안 후보는 "새 정치가 지금까지 없던 전혀 새로운 게 아니라 정치가 해야 할 기본적인 일을 하자는 것"이라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로, 새 정치가 노원 주민의 삶을 개선한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게 내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내세워 온 새 정치의 내용을 좀 더 현실정치에 맞게 재정립하려는 의사도 내비쳤다.

안 후보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에 대해 "100명 축소라는 말은 괜히 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해서 예로 든 건데 오해가 많았다"며 "상징적으로라도 (의원 정수 축소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이 다시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국회의원 100명 축소, 정당 국고 보조금 축소, 정당의 중앙당 폐지' 등을 정치혁신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안 후보가 현실 정치를 몰라 비현실적인 안을 내놨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일었다.

그는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한다"며 "제대로 충분히 논의하고 공감대를 얻어서 예전에 (내가 한) 얘기들을 스스로 점검해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들이 있으면 '내가 잘못 생각했다'고 솔직히 말씀드리고, 좋은 부분은 반대가 많더라도 계속 끌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야 내부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기초단체 의원과 단체장 무공천 공약'에 대해서는 "선거 때 국민과의 약속은 굉장히 중요하고 지켜야 한다"며 "선거 결과에 따라 바뀌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더불어, 안 후보가 기대하는 건 달라진 투표 제도에 따른 투표율 상승이다. 그는 기자간담회 모두 발언 말미에 "부재자 투표 제도가 바뀌어 4월 24일에 투표 못 하는 분들은 부재자 신고를 안 해도 19, 20일에 투표할 수 있고 어느 동사무소를 가도 된다"며 "편리하게 잘 개선된 만큼 많이 홍보가 돼서 국민의 참정권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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