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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 후보들의 연이은 낙마 사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후보자 탓을 하거나 인사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사태 인식이 안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여야를 막론하고 비등하고 있는 책임자 문책과 인사시스템 대수술 요구에도 귀를 닫고 있다.

새 정부의 '인사 참사'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인사 실패가 아니라 불가항력이었다는 것이다. 검증에 최선을 다했지만 물리적인 시간 부족 등으로 미처 걸러내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게 청와대의 항변이다.

청와대는 "인사위원회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정식 출발은 못했지만 본질적 활동에는 충실했다", "해외계좌는 검증기간이 짧아 한계가 있었다", "본인이 아니라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한 마디로 청와대가 책임질 일은 없다는 것이다.

안이한 청와대... 인사 시스템 개선 처방도 땜질 수준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곽상도 민정수석이 배석하고 있다.
 곽상도 민정수석.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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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인식이 이렇다 보니 나온 처방도 땜질 수준이다. 청와대는 현 인사위원회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는 대신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 기능만 강화하는 선에서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후보자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의 인력 부족 때문에 차질이 생겼다며 인력 보강도 계획하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국면 전환을 위해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김행 대변인은 "허 실장의 사과 카드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야의 공세 표적이 되고 있는 청와대는 곽상도 민정수석의 교체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전날 야당은 물론 여당의 문책론이 강하게 일었음에도 곽 수석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재신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앞으로 남은 공직이나 공기업 인사에서 보다 세밀하게 검증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증 실패의 일차적 책임을 져야할 민정라인을 두둔하는 청와대의 기류에는 특정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인사시스템에 대한 고려도 깔려있다.

새 정부의 인사 과정에서 사실상 정무수석실이 모든 인선에 개입했고 인사위원회는 인선 사실 통보 등 심부름만 하는 구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구조에서는 후보자 검증에 나서야할 민정라인이 힘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침묵 길어지는 박 대통령... "대통령이 변하는 게 근본 해결책"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신임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은 진영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신임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은 진영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는 모습.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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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와대 인사 난맥상을 걷어낼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도 박 대통령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새 정부의 계속되는 인사 실패의 중심에 박 대통령의 불통 스타일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협소한 인재풀에서 사실상 단수 후보를 하명하는 방식을 벗어나지 않는 한 인사위원회 구성을 바꾸고 검증을 강화한다고 해도 인사 실패가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는 인사위원회 인력을 충원하고 검증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땜질 처방이나마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공직 후보자 검증을 담당했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일했던 권오중 전 행정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정부의 인사 참사에 대해)'시스템이 없다', '수첩인사 때문이다' 해석이 많지만 팩트를 놓쳐서 실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오히려 문제의 핵심은 부적격자를 쓰면 안 된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검증서에 '문제 있어 보임'이 한 줄 적혀 있으면 민정수석도 인사수석도 감히 '고(go)'를 외치지 못했다"며 "'인사실무자는 안 됩니다'라고 간언할 수 있고 인사권자는 '그렇다면 뜻대로 합시다'라고 물러설 줄 아는 민주적인 소통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검증팀 무능이냐, 참모들의 문제냐를 떠나 일단 대통령이 인사하는 방식을 바꿔주는 것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아닌가 판단한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 인사를 하고 그것을 위에서 내려주는 방식이라면 검증팀의 무능은 둘째 문제"라며 "위에서 내리는 시스템이라면 인사위원회와 국무총리의 인사권이 제대로 작동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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