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아 민주당이 존재감을 상실했다, 후보를 내야 한다."  VS. "민주당이 후보를 내 3자 구도로 야권이 분열하는 것이야 말로 국민이 가장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

4·24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노원 병에 후보를 낼 것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민주통합당은 결국, 25일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게다가 야권에 유리한 지역으로 점쳐지는 노원 병 무공천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민주당은 '맏형론'을 들고 나왔다. "집안 전체의 미래를 생각하는 맏형 입장에서 후보 공천을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현재 야권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 총·대선에서 야권연대 파트너로 민주당 함께 해온 진보정의당의 김지선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상황. 양 쪽에 진 채무를 갚는다는 차원에서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다. 다만 민주당은 노원 병 야권연대 대상에서 통합진보당은 포함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 때 연대한 정당(혹은 후보)에 대해서만 연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무공천 방침에 대해 안 후보와 김 후보는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통합진보당 후보에 민주당 후보까지, 야권 내에서만 4파전이 치러질 경우 새누리당에 노원 병을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었던 상황. 반면, 마땅한 후보를 세우지 못해 야권 표가 분산되길 내심 바라왔던 새누리당은 "무책임하다, 무공천을 철회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입'만 보던 민주당, 촉박해지자 "야권연대로 박근혜 실정 바로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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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으로 유권자 만나기 시작한 노원병 안철수-김지선 후보 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안철수 후보(왼쪽)와 남편인 노회찬 전 의원의 손을 꼭 잡은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가 지난 13일 오후 지역구를 돌며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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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그동안 안 후보의 야권연대 입장 표명만을 기다려왔다. "안철수 후보가 노원 병에 출마하며 민주당과 사전 협의도 없고, 당선을 위한 민주당에 협조 요청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천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며 '안철수의 입'만을 바라보고 있던 실정이다. 그러나 당장 하루 앞으로 다가온 후보 공모에도 안 후보 측이 특별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았고, 공식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않자 결국 민주당 스스로 결정을 내렸다.

25일 비대위에서 무공천을 결정한 후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안 전 후보와 진보정의당 양쪽에 신세도 갚고 야권 연대를 통해 박근혜 정부 초기의 실정도 바로잡겠다는 것"이라며 "격론이 있었지만 결국 만장일치가 됐다"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에 맞서기 위해 야권의 결집이 필수적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에 대해 안 후보와 김 후보 측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무공천 결정 직후, 안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에 "새정치의 길에는 여러 사람들의 뜻을 모으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의 무공천에 대한 입장을 에둘러 밝혔다.

그는 "상계동 주민들과 만나고 말씀 나눈 지 오늘로 열사흘 째다, 그 분들을 뵈면서 국민이 바라는 새정치의 길을 가겠다는 확신과 소명 의식을 거듭거듭 느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후보는 "새정치를 위해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엿다.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도 자신의 트위터에 "출마를 준비한 민주당 이동섭 지역위원장님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뜻을 계승하고 노원의 승리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진보정의당은 민주당을 지지하던 표를 최대한 끌어 모으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이 두 후보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민주당의 '무공천'을 안 후보에 대한 지지로 보는 시각에 대해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정치적 채무를 양쪽에 다 졌고, 이 부분에 대해 야권연대 정신을 살려 무공천 하기로 한 것"이라며 "범야권 후보들도 이런 정신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길 바라는 것이지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한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안 후보-김 후보 간의 야권 단일화에 대한 민주당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그는 "민주당이 노력할 부분은 아닌 거 같다"며 "다만 야권 연대의 정신을 무겁게 새겨듣길 기대하고 있고, 이후 선거 기여 부분은 선거 지형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측의 단일화 과정에 민주당에 개입하지 않은 채 한 발 떨어져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이 사실상 야권연대의 물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 일단, 안 후보와 김 후보 모두 야권연대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고 있다.

민주당 '무공천'이 불편한 새누리당 "무공천 결정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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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권의 모든 후보가 나서, 5자 구도가 형성되길 내심 바랐던 새누리당으로서는 민주당의 무공천을 환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김지현	관련사진보기

마땅한 후보군을 마련하지 못한 새누리당은 "노원 병 무공천은 공당답지 못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범야권 연대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실제로는 선거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하지 못할까봐, 무력함이 확인될까봐 무공천을 결정한 거 아닌가 싶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변인은 "국민과 노원 병 주민 대다수는 정치공학적 술수에 집착하는 정치 집단에 신뢰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부끄러움을 안다면 무공천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의 모든 후보가 나서, 5자 구도가 형성되길 내심 바랐던 새누리당으로서는 민주당의 무공천을 환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후보로 확정될 것으로 알려진 허준영 전 경찰청장에 대해 성접대 사건 연루 의혹도 불거졌다. 허 전 청장은 "성접대 사건에 연루됐다면 할복 자살하겠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여론이 녹록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여당의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노원 병에 대한 새누리당의 역할론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여론조사 상에서 앞서고 있는 안 후보가 여의도에 입성할 경우 새 정부의 첫 선거부터 패배했다는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이준석 전 비대위원·홍정욱 전 의원·나경원 전 서울시장 후보 등을 노원 병 재보궐 선거 후보로 세우려 했지만 모두 출정을 거부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주 안에 노원 병 후보 공천을 결정 짓겠다는 입장이지만 결론을 쉽게 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무공천'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론은 존재한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지도부가 안 전 교수에게 진 부채·범야권 결집·새누리당 후보의 어부지리 등을 고려한 고육지책으로 이해하지만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런 식의 무공천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