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끝났습니다."

강사의 도발(?)적 발언에 군중은 술렁인다. 마이크를 잡고 자료를 설명하는 이는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인 동국대 김익중 교수다. 산골마을 전북 진안군 장애인복지관 강당에는 50여 명의 남녀노소가 모여 김 교수의 강연을 듣는 중이다. 저녁도 거르고 모인 이들을 위해 주최 측은 떡과 음료를 준비해놓기도 했다. 30%는 중고등학생 청소년들이다.

지역에 송전탑도 없고 원자력발전소에서 거리가 꽤 먼 곳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관심은 높다. 강사의 연이은 충격 발언(?)에 모인 이들은 더 눈을 반짝이며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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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변을 토하는 김익중 교수. 탈핵을 위한 일은, 지금 당장 시작해 알리고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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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진안군 녹색평화연대가 올해 첫 사업으로 강연회를 열었다. 후쿠시마 2주기를 기념한 '탈핵'을 주제로 한 내용이다. 모인 이들 중 몇 명이 재작년에 수돗물불소화 반대로 시작해 100명 가까운 후원회 구성으로 의회 예산삭감을 이뤄내 막아내고, 이후 뜻을 같이한 이들이 모여 생명과 진짜 '녹색'에 대해 공감하고 발전적인 행동을 위해 만든 단체다. 이런 힘 때문일까. 진안은 작년 4월 총선 때 군 단위 지자체 중 유일하게 녹색당이 5%의 득표율을 얻은 곳이기도 하다.

일단 사고 나면 늦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전 국토의 70%가 넘는 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되었고 인근지역의 경우 방사능원소 반감기가 무려 300년이나 되는 기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을 암시하는 발언은 계속된다. 우리와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관심도는 더 높아진다.

"앞으로 300년 동안 못 먹습니다."

탄식이 이어졌다. 특히 산골마을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귀중한 별식이 바로 생선이다. 냉장명태, 냉동고등어, 활돌돔, 활방어, 냉장대구 등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다. 일본에서 수입되는 물고기 중 대부분이 방사능수치를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강사 본인이 페이스북 친구들 후원을 통해 직접 2000여만 원짜리 측정기계를 사서 시장에서 사온 생선, 버섯 등에 방사능 수치검사를 실시했다. 생선류의 경우 2012년 3월까지 50회 발견되었지만, 국내 허용 기준치가 높아 수입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한국민의 방사능피폭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말도 했다. 당연히 건강에는 위협적이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경우 어른과 달리 치명적이 될 수 있다고.

"특히 명태를 조심하세요. 알도 마찬가지고."

방사능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병원에서 노출되는 방사능량도 함께 설명했다. 그런 줄은 알았지만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CT가 그렇게 많은 방사능에 노출되는 줄은 미처 몰랐다. 엑스레이 촬영 때보다 10배가 넘는 수치였다. 암(갑상선암, 유방암, 백혈병 등), 유전질환(선천선 기형, 사산, 유산, 지능저하, 불임 등), 심근경색등 심혈관질환, 신장염, 폐렴, 신경계질환, 백내장 등 무수한 병의 원인이다. 원전사고로 인한 주민조사를 통해 암의 발병증가는 이미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된 바다.

사고 가능성은 한국도 충분

"다음번에는 한국입니다."

확률 이야기다. 2010년 세계 원전현황에 따른 '사고확률' 추정. 지금까지 대규모 사고는 미국의 스리마일, 러시아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였다. 앞으로 어디가 될까. 한국, 인도의 원자력발전소 개수가 미국, 구 소련, 일본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나라들이나 새로 짓겠다고 하는 곳이 거의 없는 실정에 한국은 새로 십여 곳을 짓겠다고 하고 있는데다가 30년 넘은 위험한 고리원전을 재가동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니 원전기수에 따른 사고확률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미 작은 사고들은 계속되고 있어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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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과 청정이미지. 원자력의 힘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점을 적극 홍보한다. 폐기물처리나 방폐장문제는 지방의 한 지역의 기득권 다툼으로나 보고있다는 점. 감추는 것이 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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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에너지원을 찾고 폐기물을 처리할 곳도 없어 비용만 치솟는 원자력을 포기해야 한다. 핵발전소의 잦은 고장과 사고 발생으로 부품 교체하는 등의 사고수습비용, 저평가되어있는 발전소 해체 비용, 환경복구비용, 사용 후 핵연료 처리비용 등을 고려해 이제 선진국에서도 새로 짓는 일은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란다.

대안에너지? 아껴쓰기부터 시작해야

신재생에너지라 불리는 태양광, 풍력, 지열 등의 에너지원. 광물 등의 소모자원이 들어가지 않고 자연으로부터 오는 에너지를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점.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선택하는 이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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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원자력발전소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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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기반으로 원전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유럽의 일부국가들은 벌써 에너지 자립도시가 코앞에 다가와 있기도 한 시점이다. 우리도 할 수 있다.

"한수원 등에서 공무원들은 전 국토를 세 번 태양광판넬로 덮어야 원전의 발전량을 대체한다고 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김익중 교수는 단호하게 강조한다. "내가 거짓말하는 것 같으냐. 지금 상황에서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라는 말에 듣는 이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한국 국토의 2%. 태양광발전판넬의 면적이면 지금 원전을 충분히 대체하고도 남는다고 했다. 계산법도 친절히 알려준다. 현재 원자력발전량과 태양광발전판넬의 단위면적당 발전량으로 나누고 이를 국내총면적대비 비율을 구하면 된단다.

매번 에너지사용량이 역사상 최고 수치를 경신하는 요즈음. 신재생에너지 아니라 그 어떤 효율에너지를 대입해도 어렵다. 답은 하나다. 아껴써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뿐 아니라 가장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현장에서 낭비를 줄이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