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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국정원장의 소위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자료가 폭로돼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그 자료에 '국내 종북 좌파'로 규정된 개인과 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원세훈 국정원장의 소위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자료가 폭로돼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그 자료에 '국내 종북 좌파'로 규정된 개인과 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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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국정원장에 의해 '국내 종북 좌파'로 규정된 개인과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은 원 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법정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의 폭로에 따르면, 원 원장은 "외부의 적인 북한보다 오히려 더 다루기 힘든 문제가 국내 종북 좌파들, 우리 땅에 발붙이고 살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 여러차례에 걸쳐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제주해군기지반대운동을 벌이는 단체들, 명진 스님 등 불교 단체, 심지어 최문순 강원도지사까지 '국내 종북 좌파'로 지목했다.

이들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결같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의 염형철 사무국장은 "국정원이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세력을 종북으로 분류하고 체계적으로 감시했다는 것에 놀랍다"며 "이는 우연 혹은 실수가 아닌, 일상적으로 국민을 종북으로 몰아 해코지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제주 강정마을회 회장은 "나는 북한 체제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며 "어떻게 종북이 될 수 있나, 강정마을 주민들도 평화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인데 누가 누구를 종북이라 하는가"라고 반박했다. 강 회장은 "원세훈 원장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할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제주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회와 전국 35개 환경운동단체가 꾸린 한국환경회의는 지난해 9월 6일 제주도에서 열린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WCC) 행사장 앞에서 집회를 열었는데, 원 원장은 이를 두고 "국론분열을 획책하는 종북세력"이라고 칭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나는 북한 체제 싫어하는 사람, 어떻게 종북인가"

민주노총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공기관의 장까지 나서서 천박한 종북 타령을 조장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민주노총에 대놓고 종북딱지를 붙이고 권력기구를 동원해 탄압한 것은 정치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은 물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반헌법적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가 내부의 적이고 북한과 싸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상대라는 한심하고 편협한 사고로 국정원 직원들을 세뇌시키고 동원시켰다"며 "대북 정보나 국제정세에 무능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2009년 6월은 전교조 교사들이 민주노동당 소액 정치후원금과 관련해서 대량 해고됐던 시점"이라며 "원세훈 원장이 흘려준 지시 내용 때문에 교과부가 중징계하게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대변인은 "최근 판결에서 법원도 우익단체의 전교조에 대한 명예훼손이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며 "종북이라는 근거없는 주장을 통해 진보세력을 탄압해 왔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2009년 6월 19일 원 원장은 "아직도 전교조 등 종북 좌파 단체들이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의 허울 뒤에 숨어 활발히 움직이므로, 국가의 중심에 서서 일한다는 각오로 더욱 분발해주기 바람"이라고 밝혔다.

민노총, 규탄 성명 발표... 최문순 강원도지사측 "강원도민 무시하는 처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측은 "(원 원장의 국정원 내부 발언은) 강원도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국정원이 민주주의의 근본을 부정하고 정치개입을 했다"고 비판했다.

원 원장은 2011년 5월 20일 "지난 재보선에서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던 인물이 강원도 지사에 당선되었다"고 말했다. 또 2010년 3월 19일에는 "일부 종교단체가 종교 본연의 모습을 벗어나 정치활동에 치중하는 것에 대해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라고 말했다. 이는 당시 봉은사 주지였던 명진 스님(현 단지불회 회주)을 겨냥한 지시였다.

단지불회 관계자는 "원 원장은 당시 조계종 지도부와 유착관계를 맺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이는 정치와 종교는 분리시켜야하는 원칙을 벗어나 정치가 종교를 자기 관점에서 좌지우지하겠다는 아주 위험한 행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세훈 원장은 MB의 충신 중의 충신"이라며 "명진 스님에 대한 탄압은 MB 임기 내내 불교를 탄압했던 것의 연장선상에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원세훈 국정원장, #종북좌파, #종북딱지, #민주노총,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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