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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전 안철수 진심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은 "이제 안 전 교수는 붕붕 떠 있는 대선주자에서 벗어나, 낮은 자세로 정치인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넘어서려는 과정으로 이번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이번 선거는 후보가 캠프의 전부라 할 정도로 현실정치 속에서 주민들과 어울리는 게 아주 중요한 컨셉"이라고 말했다.
 김성식 전 안철수 진심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은 "이제 안 전 교수는 붕붕 떠 있는 대선주자에서 벗어나, 낮은 자세로 정치인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넘어서려는 과정으로 이번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이번 선거는 후보가 캠프의 전부라 할 정도로 현실정치 속에서 주민들과 어울리는 게 아주 중요한 컨셉"이라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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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논리를 앞세워 노원병 선거를 치르고 싶지 않다. 저희의 부족함으로 국민들께 많은 실망을 끼쳐드렸고, 새 정치 열망은 우리만의 것도 아니었다. 이후 정치판을 통째로 어떻게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새 정치의 모습을 하나씩 가시화 하겠다. 다른 당에 대해 네거티브 할 이유도 없다. 새 정치는 민주당이 혁신하면 민주당의 것이 될 수도 있고, 새누리당 일부가 노력하면 그분들의 타이틀이 될 수도 있는 거다."

김성식(55) 전 안철수 진심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이 석 달만에 입을 열었다. 겨우내 기자들이 그토록 전화를 걸어대도 선뜻 만남에 응하지 않던 그가 지난 11일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귀국 기자회견에 동행했다. 그는 안 전 교수의 기자회견 중에도 공보담당을 통해 직접 쪽지를 건네며 메시지를 조율했다. 인천공항 현장에서 관찰한 바로는 안 전 교수의 선거 지원에 나선 게 분명해 보였다. 물론 그는 "자원봉사"라며 발을 뺐다. 인터뷰도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 15일 "안 전 후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서겠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대한민국 언론을 모두 합쳐 지난해 대선 이후 첫 번째 인터뷰라는 점도 분명히 밝혀두었다. 

그는 지난 15일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이제 대선주자 안철수는 잊어달라"는 당부였다. 안 전 교수가 바닥을 기면서 민심을 정확히 읽는 현실 정치인으로 단련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은근히 내비쳤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번 4.24 서울 노원병 선거는 '땅개전략'이라며 농담을 섞어 말하기도 했다.

김 전 본부장은 "이제 안 전 교수는 붕붕 떠 있는 대선주자에서 벗어나, 아니 대선의 '대'자도 다 잊어버리고 낮은 자세로 정치인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넘어서려는 과정으로 이번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이번 선거는 후보가 캠프의 전부라 할 정도로 현실정치 속에서 주민들과 어울리는 게 아주 중요한 컨셉"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전략이랄 것도 없이 정성을 다해 노원 주민들과 만나서 새 정치의 씨앗을 키워달라고 당부를 드리는 게 선거의 전부라고도 말했다.

야권단일화 같은 정치공학적 접근은 하지 않겠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4.24 재보선 이후 '안철수 신당'의 출현 문제와 관련해서는 "안철수가 반드시 신당을 창당한다, 만다, 이건 현실적 근거도 없거니와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며 "다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정치를 창조하려는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 한 야권의 재창조나 전면적 정치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 정치를 펴는 길 도처에 난관이 있지만 우리는 그 길을 차근차근 가보려는 것"이라며 "4.24 재보선 이후 정치판이 어떻게 될지는 각 세력의 혁신과 긴밀히 연관돼 있고 지금 당장 뭐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이번 4.24 재보선에서 안 후보가 좋은 결과를 내려면 정말 '구름 위의 안철수'로부터 '땅위의 안철수'가 돼야 한다"며 "주민 곁의 안철수가 되는 것은 보통 힘든 과정이 아니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이 난관을 뚫고 새 정치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가 아니라 서울 노원병으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국적 민심의 바로미터가 되는 수도권 서울에서 지난 대선에서 보였던 새 정치의 열망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안철수 본인이 부족했던 정치역량을 보완하면서 정치인으로서 자신을 깨트려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그저 정성을 다해 노원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새 정치의 비전을 보여드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와 관련해서는 "3.6%p 차로 끝났지만 투표율은 노무현 대통령 때보다 5% 이상 늘었기 때문에 투표할 사람은 다 했던 선거였다"며 "이 점을 본다면 결국 야권 전체의 국정수행능력의 신뢰도가 종합적으로 모자랐던 것"이라고 반성했다.

이어 그는 "수도권에서 제대로 격차를 못 낸 점, 20대 투표율이 18대 대선과 비교해 12%나 늘었는데도 박근혜 표가 이회창이 얻은 것보다 더 많았다는 점 등을 볼 때 범야는 과연 합리적 시민층에게 '우격다짐의 논리'로 접근한 건 없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대선이 끝난 뒤 국민들이 더 새 정치의 과제가 남아 있다는 점을 깊게 생각할 것이며, 있는 파이를 쪼개는 게 아니라 없는 파이를 만들겠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성식 전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이번 선거 통해 안철수 후보가 정말 현실정치 속에서 거듭나야"

4.24 재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차량에 오르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공항으로 마중나온 김성식 전 의원이 함께하고 있다.
 4.24 재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차량에 오르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공항으로 마중나온 김성식 전 의원이 함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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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뭘 돕고 있나.
"표는 사무실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이번 선거는 연고자 찾고 과거에 안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을 찾는 게 핵심이다. 모두 낮은 자세로 연고자 찾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나도 종일 전화 돌린다. (웃음) 이번 선거는 후보가 캠프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현실정치 속에서 주민들과 어울리는 게 컨셉이다. 실무진은 아주 소수만 있으면 된다. 나도 자원봉사자다. 이번 선거를 통해 안 후보가 정말 현실정치 속에서 거듭나야 한다고 해야 할까? 그런 게 제일 중요한 과제 같다."

- 4월 재보선은 정당간 대결 성격이 짙은데 왜 안 전 교수는 4월 재보선을 택했을까.
"이미 안 후보는 해단식 때 참모들을 모아놓고 4월 재보선 얘기를 한 바 있다. 그때도 분명히 새 정치를 위해서라면 어떤 가시밭길도 가겠다고 말했다. 또 정치는 반드시 한다고 했었다. 다른 데로 돌아가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런 가운데 예상치 않게 서울에 선거가 생겼고 그 맥락에서 자신이 현실정치의 경험이 부족하니 뭔가 역할을 해야겠다고 판단한 게다.

귀국 기자회견 때도 말했듯이 대선 때 내건 방향이 전체적으로 옳았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의 고통과 땀 냄새를 담는 것은 부족했다, 새 정치를 일궈나가는 게 자신의 도리라고 판단한 게다. 붕붕 떠 있는 대선주자에서 벗어나, 아니 대선의 '대' 자도 이젠 다 잊어버리고 낮은 자세로 스스로 부족한 점을 넘어서려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하도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출마를 결심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출마 자체가 본인의 새로운 출발과 연관되니 그 자체로 좋은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 안 전 교수가 언제쯤 전화해서 출마하겠다고 말했나.
"전화는 안 받았다. 다만 간간이 메일을 주고받다가 서울 노원병 선거가 확정된 이후에는 비슷한 판단을 하기 시작했고, (노회찬 전 의원의) 사면복권 날짜까지 기다렸다 발표하려고 했었다. 원래는 10일쯤 귀국해서 폭넓게 의견을 듣고 공식적으로 출마 입장을 밝히려고 했는데, 4월 재보선 판이 커지면서 언론의 추측보도가 굉장히 광범위하게 나오면서 안철수가 또 판단을 못 내리고 고민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져 이미 후보는 마음의 결심을 내린 터라 차라리 송호창 의원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보여주고 보도의 혼선을 막는 차원에서 접근하기로 한 거다. 그게 전부다."

- 귀국 메시지 자체가 너무 약했다는 비판도 있던데.
"그건 민주당 일각의 시각일 수 있다. 오랜만에 귀국하는 후보 입장에서 좀 성찰적인 얘기를 하는 게 맞지, 정치권에 대고 이런저런 네거티브 얘기를 꺼낼 상황은 아니었다. 대선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을 지는 자세로 성찰하고, 책임지는 길의 하나로 현실정치에서 난관을 뚫고 새 정치의 열망을 일궈나가는 거라고 얘기한 게다."

- 귀국 메시지는 누가 써줬나.
"전적으로 본인이 썼다. 메일을 주고받았지만 귀국 일성은 본인이 직접 작성하겠다고 했고,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과거에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대략 예상 질문은 이런 것일 것이다 정도로 전달했을 뿐이다. 귀국메시지는 본인의 육성이다. 나는 비교적 잘했다고 생각했다. 특히 놀란 것은 노원 집을 미리 구해놨다는 것이었고 곧장 노원으로 가서 주민들과 만나겠다고 한 대목이었다. 그건 아무도 몰랐다. 나도 공항에서 처음 들었다. 그때 나는 안철수의 결기를 느꼈다.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었다. 후보의 부인께서 강의 때문에 좀 일찍 귀국했는데 미리 의논해서 준비한 모양이더라. 정말 아무도 몰랐다. 알았으면 기자들에게 미리 보도를 부탁했을 텐데…. (웃음)"

"노원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새 정치 비전 보여드리는 게 제일 중요"

- 서울 노원병 선거가 갖는 정치적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나.
"이번 선거는 아주 심플(단순)한 선거다. 새 정치, 낮은 정치. 특별한 기획도 필요 없다고 본다. 컨셉이 아주 분명해서 그렇다. 전국적 민심의 바로미터가 되는 수도권 서울에서 지난 대선에서 보였던 새 정치의 열망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안철수 본인이 부족했던 정치역량을 보완하고, 정치인으로서 스스로 자신을 깨트려나가는 게 전부다. 전략적으로 접근할 이유가 없는 선거다. 그저 정성을 다해서 노원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새 정치의 비전을 보여드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

- 안철수 캠프 인사들은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나는 진심캠프 사람들도 안철수와 함께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슨 새 정치의 기득권자인 것처럼 행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큰 틀에서는 안철수캠프 사람들도 거듭나는 과정이어야 하고, 좀 더 대중 친화적으로 돼야 한다. 일선 생활현장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내면, 삶의 어려움 등을 보다 생생하게 접하는 게 필요하다. 기성정치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데 이런 것도 안 후보 스스로 극복하면서 정치적으로 단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노원병 선거가 최소 3파전 최대 4파전까지 될 수 있어 사실상 쉽지 않은 선거가 됐다.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안 하겠다고 했지만 야권이 불리하면 단일화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단일화 문제를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지 않겠다고 했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안 만나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 언제든지 만나 대화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선거의 의미를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것은 제각각 다 다를 것이다. 새누리당은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이번 선거를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로 삼을 테고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지난 대선도 패배했는데 이번에 한번 국민들이 격려해주고 견제세력으로서 민주당을 키워달라 이런 의미를 갖고 선거에 임할 것이다.

진보정의당은 수도권 유일의 노회찬 선거구인 데다 대법원의 부적절한 판결로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에 삼성 X파일 사건에 대한 국민 심판의 계기로 삼을 것이다. 진보정당의 거점 확보로도 중대성이 있다는 얘기를 한다. 안철수는 이 부분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다만 크게 보면 진영논리로 짜여 있는 정치구도 속에서 뭔가 새로운 정치의 출발점으로 삼고 싶다, 이런 거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우리의 시각은 다른 분들과 정당의 주장이 틀렸다 맞았다 이렇게 평가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다 이해하고 다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에는 우리의 비전을 갖고 국민들께 호소하고 정성껏 다가가 새 정치의 씨앗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국민이 볼 때 여야 모두 뭔가 정당과 정치의 혁신이 필요한데 상대적으로 그런 것의 부흥이 덜 되다 보니까 그나마 국정에 신뢰를 보낼 수 있는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킨 게 아닌가. 그렇다면 범야는 단일화를 앞세우기보다는 기성정당은 기성정당대로 혁신을 앞세우고, 새 정치를 하겠다는 우리는 뭔가 창조적인 노력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평가받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예전의 잣대로 이렇다 저렇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지난 대선 이후 국민들께서 주신 교훈을 충실히 안 들여다보는 논리일 수 있다."

"구름 위의 안철수로부터 땅위의 안철수가 돼야 한다"

김성식 전 본부장이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이제 대선주자 안철수는 잊어달라"는 당부였다. 안 전 교수가 바닥을 기면서 민심을 정확히 읽는 현실 정치인으로 단련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은근히 내비쳤다.
 김성식 전 본부장이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이제 대선주자 안철수는 잊어달라"는 당부였다. 안 전 교수가 바닥을 기면서 민심을 정확히 읽는 현실 정치인으로 단련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은근히 내비쳤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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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권 단일화 국면이 조성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단일화 논리를 앞세워 선거를 치르고 싶지 않다. 저희의 부족함으로 국민들께 많은 실망을 끼쳐드렸고 새 정치 열망은 우리만의 것도 아니었다. 다수 국민의 열망이었다. 그때 부족했던 점을 되짚고 새 정치를 일궈나가는 데 기여하면서 그 빚을 갚겠다. 이후 정치판을 통째로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다. 하나씩 새 정치의 모습을 가시화 하겠다. 따라서 다른 당에 대해 네거티브 할 이유도 없다. 새 정치는 민주당이 혁신하면 민주당 것이 될 수 있고, 새누리당 일부가 노력하면 그분들의 타이틀이 될 수도 있는 거다."

- 4.24 재보선에 민주당은 후보를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깊은 것 같은데.
"각 정당에서 내는 후보의 논리를 배타적으로 보지 않는다. 안 후보가 그걸 뚫어야 하는 거다. 노원병 선거는 쉬운 선거가 아니다. 특정선거는 쉽고 특정선거는 어렵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 지역 주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재보선이라는 점 때문에 정말 투표율까지 감안해서 좋은 결과를 내려면 정말 구름 위의 안철수로부터 땅위의 안철수가 돼야 한다. 주민 곁의 안철수가 돼야 한다. 이런 과정이 보통 힘든 게 아니다. 각각의 정치세력들이 주장하는 바 나름 의미가 있지만 그러나 우리가 볼 때는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정치가 변화하지 않고 혁신이 지체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성공을 예정해서가 아니라 이 난관을 뚫고 새 정치를 이뤄야 한다는 목표의식을 갖고 있다."

- 4.24 재보선 이후 안철수 신당은 만들어지나.
"신당은 말을 앞세워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신당 얘기를 꺼내기 전에 우리 스스로 해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안철수 후보가 지난 대선에 출마해서 본인이 승부를 걸었지만 그건 실패했다. 이미 여야 정치권에선 휴짓조각이 돼 버렸지만 엄청난 정치개혁안이 쏟아졌고 국민은 아직까지 그 기대를 갖고 있다. 이런 일들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뭔가 노원병에서 성과가 나와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운명적 상황에 놓여 있는 게다. 우리로서는 국민들께 하나하나 보여드리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

- 안철수의 새 정치 담론이 현실정치에는 적용하기 힘든 '구름 정치' 요소가 많다는 비판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안철수의 정치개혁은 국회의원 숫자 축소와 세비 삭감이 전부가 아니었다. 의원수 축소는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었다. 안철수 정치개혁의 핵심은 정쟁에서 협치였다. 정권교체의 경험도 있는데 여건 야건 해결 못한 구조적인 문제는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국민적 합의와 공동입법을 만들자고 했다. 복지증진과 조세 부담, 비정규직 해법, 정치개혁이슈들, 남북관계 및 대북정책, 경제민주화 정도는 그동안 여야가 적대적 공존구조에서 정쟁으로 정치하다 보니 어떤 정치적 합의나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게 아니냐 그러니, 이 5대 현안에 대해서는 여야정 협의체로 하자, 그게 핵심이었다."

- 그런데 왜 그게 부각이 안 됐을까. 
"그뿐 아니라, 대선 패배원인과 관련해 우리(안철수진영) 포함 범야가 한번 생각해볼 대목이 있다. 뭐냐면, 그간 범야는 상대적으로 조직화 돼 있고 목소리가 큰 세력을 대변해왔다. 그것은 어떤 팬덤이었거나 정규직 일부 거대 노조의 의견이었다. 그러다 보니 항상 대표성이 문제가 됐다. 그것은 계파문제로까지 확장됐다. 목소리가 크고 조직화 된 쪽을 더 많이 대변하다 보니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힘든 사람들,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노인들, 베이비부머세대들을 범야가 제대로 대변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지난 대선 출구조사를 보면 서민층과 자영업자층에서 오히려 박근혜 후보 지지도가 높게 나오지 않나. 그러니 범야에 다양한 국민 대표성이 있는 거냐, 목소리가 큰 집단의 입장을 대변해온 게 아니냐, 결국 이것은 진영논리이고 계파논리로 확장되는 게 아니냐 이런 문제의식이 있다."

-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이미 계파문제는 지적하지 않았나.
"굉장히 담백하게 진영논리의 한계와 계파논리의 한계를 말한 바 있다. 아주 어렵게 우리가 성찰해야 할 지점을 설명했다고 생각한다. 새 정치를 하고자 했던 안철수 쪽도 마찬가지다. 안 후보가 귀국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고통과 땀냄새를 정책비전에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한 것도 사실은 반성의 일환이다. 결국 범야는 어떻게 혁신해나갈 것이냐, 그게 핵심이다. 그러니 지금은 단일화를 논할 때가 아니라 각자의 방법으로 혁신과 창조의 마인드를 갖고 열심히 노력해 국민적 검증과 평가를 받아가는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

"안철수의 새 정치 콘텐츠?... 대선주자 안철수도 이젠 잊어주시라"

- 4.24 재보선을 통해 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안철수의 새 정치 콘텐츠'는 뭔가.
"우리의 새 정치 내용은 더 구체화 돼야 한다. 기득권과 진영논리, 목소리 큰 집단을 과잉 대변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소통과 통합으로 결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결과를 내는 정치를 해야 한다. 또 안철수 캠프에게 무슨 새 정치의 독점권과 선점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측근논리 같은 게 안철수캠프에서부터 없애야 한다. 기성정치에서 보이는 잘못된 요소들의 싹이 자라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니 이제 제발 핵심 측근 이런 것 좀 잊어주세요. 대선주자 안철수도 이제는 잊어주시라."

- 4.24 재보선 이후에는 야권의 재구성도 필요한데 그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한국정치는 앞으로 여야간 적대적 공존구조를 깨고 생산적으로 경쟁하면서 주요 국가 현안에 대해서는 문제해결능력을 발휘하는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 저희가 다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저희는 정치권 전체가 포지티브 한 방향으로 혁신경쟁을 하기 바랄 뿐이다. 안철수가 반드시 신당을 창당한다, 만다, 이건 현실적 근거도 없거니와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분명한 것은 새로운 정치를 창조하려는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 한 야권의 재창조나 전면적 정치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건 이미 1987년 이후 우리의 역사적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도처에 난관이 있다. 그 길을 차근차근 가보려는 것이다. 4.24 재보선 이후 어떻게 될지는 각 세력의 혁신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 뭐라 단정하기 어렵다."

- 새 정치의 씨앗을 굉장히 강조했는데, 안 전 교수의 당선 자체가 새 정치 씨앗일까.
"진영논리도 아니고 또 지역주의도 아닌 가운데 뭔가 괜찮은 정치인들이 현실정치 틀 속에서 활동할 가능성을 높여내는 게 중요하다. 그걸 통해 더 좋은 정치적 결과물을 만들어낼 책임은 우리에게 남아 있다. 안 후보가 4.24 보선에서 이겼다고 해서 새 정치가 열리나? 그건 아니다. 새 정치를 위한 둘째 걸음이 시작되는 것이겠지. 새 정치 시스템도 비전도 구체화 해야 하고, 또 우리 내부의 관계도 민주적으로 더 좋은 인재들이 제대로 충원되는데 있어 개방성을 취해야 한다. 지금은 이런 게 중요한 것이다."

- 좋은 인재들이 제대로 충원될 수 있는 개방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의 의미는 뭔가.
"기성 정치권은 독과점 진입장벽을 쳐놓았다. 여당은 3당합당을 통해 온건야당을 해오던 PK 정치인들까지 합치면서 자기 진화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야권은 그런 진화과정이 없었다. 그러니까 DJ 이후 계속 단일화만 얘기하는 구조가 됐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면서 다 바꿨다. 야권의 총체적 진화가 과연 현재의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시절의 여권 움직임보다 더 치열하고 속도가 났다고 말할 수 있나? 쉽게 답변 못할 것이다. 가만 보면, 정치권 충원구조도 이미 1987년 이후 민주화운동 세력들이 굉장히 많이 진입했다. 벌써 20년이 넘었다. 전대협세대가 3선 의원 될 정도니까. 요컨대 그 이후 세대의 정치권 진입에 오히려 범야는 개방적이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이런 건 새 정치로 가는데 굉장히 중요한 문제들이다."

- 끝으로 지난 대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대선은 3.6%p 차로 끝났지만 투표율은 노무현 대통령 때보다 5% 이상 늘었다. 투표할 사람은 다 했던 선거였다. 이 점을 본다면 결국 야권 전체의 국정수행능력의 신뢰도가 종합적으로 모자랐던 게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안철수 후보도 더 반성해야 하고, 민주당도 더 돌아봐야 한다. 수도권에서 제대로 격차를 못 낸 점, 20대 투표율이 18대 대선과 비교해 12%나 늘었는데도 박근혜 표가 이회창이 얻은 것보다 더 많았다. 범야는 과연 합리적 시민층에게 '우격다짐의 논리'로 접근한 건 없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선이 끝난 뒤 새 정치의 과제가 남아있다는 점을 국민이 더 깊게 생각할 것이다. 있는 파이를 쪼개는 게 아니라 없는 파이를 만들겠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태그:#김성식, #안철수,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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