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23·올댓스포츠)는 격이 다른 연기로 압도적인 챔피언이 됐다. 자신의 마지막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48.37점이라는 엄청난 점수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김연아의 이번 프리스케이팅은 100점 그 이상의 기록이었다.

 김연아가 세계선수권 여자싱글에서 최종 1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1월 종합선수권에서의 모습

김연아가 세계선수권 여자싱글에서 최종 1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1월 종합선수권에서의 모습 ⓒ 박영진


만점에 가까운 GOE, 이래서 정석점퍼

이번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는 GOE(가산점)만 무려 16.51점을 획득했다. 지난 2010년 밴쿠버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서의 가산점에 버금가는 점수다.

특히 첫 점프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 점프와 트리플플립 점프의 가산점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다. 심판들은 두 점프에서 모두 GOE 1.9점을 줬다. 가산점이 2.1점이 최고점인 것을 생각한다면, 심판 전원이 김연아에게 최고 가산점을 준 셈이다. 실제 프로토콜에서도 9명의 심판 가운데 6명이 최고 점수 3점을 주었을 만큼 너무나 완벽했다.

또한 트리플플립 점프는 쇼트프로그램에서의 오심을 딛고 완벽하단 인정을 받았다. 앞서 어이없는 롱에지 판정이 있었지만, 프리에선 인에지로 완벽하게 트리플플립 점프를 뛰면서 결국 1.9점의 가산점을 받았다. 이외 나머지 가산점 역시 이에 맞먹을 정도로 매우 높았다. 트리플살코 점프는 1.4점, 트리플러츠는 1.8점, 트리플살코-더블토룹은 1.3점의 추가점수를 받았다.

스텝에선 최고레벨 4를 받았으며, 레이백 스핀을 제외한 플라잉 체인징 풋 콤비네이션과 마지막 스핀도 모두 레벨 4를 기록했다. 김연아만의 코레오 그래픽 시퀀스도 1.6점을 획득
했다.

이처럼 김연아가 항상 가산점을 높게 받는 이유는 '정석 점퍼'이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김연아의 점프는 도약에서부터 착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그야말로 '교과서'다. 여자선수 가운데 플립과 러츠 점프의 에지를 가장 완벽하게 뛰는 선수다. 이런 점은 김연아의 최대 강점이자 무기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은 이번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쇼트프로그램에서 편파판정이란 논란에 휩싸인 심판은 결국 김연아의 실력에 항복할 수 밖에 없었다. 13명의 심판과의 싸움에도 결국 승자는 김연아였다.

 김연아의 세계선수권 프리스케이팅 프로토콜이다. 상당히 높은 가산점과 예술점수를 받았다.

김연아의 세계선수권 프리스케이팅 프로토콜이다. 상당히 높은 가산점과 예술점수를 받았다. ⓒ 국제빙상연맹


예술점수 사상 첫 10점, 거쉰을 넘다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는 예술점수 73.61점을 기록했다. 이 점수는 밴쿠버올림픽 때 받은 71점대의 점수보다도 높은 기록이다.

세세히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3명의 심판은 김연아에게 10점 만점을 주기도 했다. 특히 곡 해석에서 10점이 가장 많았으며, 퍼포먼스와 구성에서도 10점이 곳곳에 찍혔다. 그만큼 김연아의 표현력이 절정이었다는 것이다.

김연아가 예술점수에서 10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겨 역사상 가장 역작이라고 평가받는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를 넘어서, 김연아는 자신의 기록을 자신만이 깨는 선수로 남게 된 것이다.

그 외 점수에서도 김연아는 최고 점수를 받았다. 대부분의 심판이 최소 9점대의 점수를 줄만큼 완벽했다. 단 한 명의 심판이 5개 항목에서 모두 8점대를 주긴 했지만, 나머지 심판은 모두 9~10점대를 주었다.

 김연아의 레미제라블 연기가 끝나자 관중들이 모두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은 SBS 경기 중계장면

김연아의 레미제라블 연기가 끝나자 관중들이 모두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은 SBS 경기 중계장면 ⓒ SBS


'무아경지'에 도달한 김연아

김연아의 이번 경기를 지켜본 외신들은 최고의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시카코 트리뷴은 "김연아의 경기와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나눠서 해야 했을 정도"라고 평가했고, AP통신은 "올림픽 챔피언은 마치 한 번도 공백기를 갖지 않았던 것처럼 우아한 연기로 관중을 압도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김연아의 점프와 표현력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AP는 "김연아의 기술은 압도적이었고 점프를 할 땐 마치 우아하게 꽃과 꽃 사이를 넘나드는 벌과도 같았다"고 말했다. 캐나다 일간지인 글로브앤메일은 "유나 킴이 마치 전기가 튀는 듯한 엄청난 기량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연아는 완전히 다른 행성에서 스케이팅 하는 것 같았다"고 보도했다.

김연아는 현지 인터뷰에서도 자신감을 어김없이 드러냈다. 김연아는 시상식 후 진행한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점프가 이제 더 편해진 것 같다"며 그야말로 경지에 달했음을 전했다.

이제 김연아의 경기력은 '무아경지'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다. 복귀 후 마음을 비우겠다는 그 마음은 결국 이전보다 한층 더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러한 긍정적인 마인드는 김연아의 프로그램 표현과 동작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팔색조의 매력으로 모든 스텝과 안무, 표정연기를 보인 김연아는 더 이상 스포츠 경기가 아닌, 하나의 드라마와 같았다.

지난 2007년부터 시니어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김연아는 6년간의 세계선수권 이야기의 위대한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을 어느 선수보다 화려하게 장식한 피겨퀸은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행복한 스케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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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피겨스케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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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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