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의 기량은 여전했다. 김연아(23·올댓스포츠)가 피겨 세계선수권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랐다.

김연아는 14일 밤(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피겨 세계선수권 대회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앞서 있었던 드레스 리허설에서 무결점 연기를 보여줬던 김연아는 3그룹 세 번째로 나와, 준비에서부터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며 시작했다.

 김연아가 피겨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1월 종합선수권에서의 모습

김연아가 피겨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1월 종합선수권에서의 모습 ⓒ 박영진


여왕의 연기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김연아는 준비에 들어가기 직전 조금은 긴장된 얼굴을 하고 나타났다. 준비시간 6분 동안 김연아는 점프와 스텝을 집중적으로 가다듬었다. 특히 준비를 시작하기 직전,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 점프를 완벽하게 뛰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여왕의 순서가 시작되자, 관중들 모두 이내 숨을 죽이며 김연아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뱀파이어에 물린 여주인공의 아픔을 표현하며 시작한 김연아는 첫 점프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 점프를 시원하게 성공하며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곧바로 트리플플립 점프도 빠르게 소화해냈다. 플립 점프를 뛴 뒤 김연아는 여유를 되찾은 듯 엷은 미소를 띠었다.

뒤이어 김연아는 플라잉 카멜스핀에서 유나스핀과 카멜 포지션을 수행한 뒤, 우아한 표정연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이너바우어 동작 후의 마지막 점프였던 더블악셀을 뛰고, 레이백 스핀을 실수 없이 수행했다.

후반부의 스텝연기에선 더욱 화려하고 깊은 에지를 사용했다. 우아한 손동작을 보였으며 마지막 콤비네이션 스핀에서 빠른 회전력을 보이며 2분 50초간의 경기를 마쳤다.

2분 50초간 김연아의 연기는 모든 관중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을만큼 뛰어난 무대 장악력을 보여줬다.

 김연아가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 69.97점으로 1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아이스쇼에서의 모습

김연아가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 69.97점으로 1위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아이스쇼에서의 모습 ⓒ 박영진


쇼트프로그램 69.97점... 스텝에서 레벨4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69.97점(기술점수 36.74, 예술점수 33.18)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NRW트로피 때보다 약 3점 가량 점수가 내려갔다. 무엇보다 예술점수에서 기대 이하의 점수를 받은 것이 아쉬웠다. 비록 점수가 예상보다 낮았음에도, 김연아는 이날 모든 선수를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라 여전히 챔피언임을 보여줬다.

기술요소에서 김연아는 두 번째 트리플플립 점프에서 롱에지 판정을 받았다. 김연아가 롱에지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2008년 그랑프리 대회에서 받은 논란의 판정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플립 점프의 도약과 공중회전, 착지가 모두 매끄러웠기 때문에 0.2점의 감점에 그쳤다.

스핀에선 플라잉 카멜스핀에서 마지막 에지체인지 부분이 인정이 되지 않아, 목표로 했던 레벨4를 받지 못하고 레벨3를 기록했다. 또한 레이백 스핀에서도 조금의 감점이 있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스텝에서 최고 레벨4를 받았다. 그동안 김연아는 NRW트로피를 제외하고 단 한번도 스텝에서 레벨4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어느 때보다 스텝에 공을 들였고, 최고의 연기와 기술을 선보여 좋은 점수를 받았다.

점수 결과 중 가장 아쉬웠던 건 예술점수다. 김연아는 예술점수의 5가지 항목에서 모두 8.5점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다. NRW트로피 대회에서 35점대의 점수를 받은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점수가 내려간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김연아는 트렌지션 부문에서 8.07, 스케이팅 스킬에서 8.39 등 생각보다 박한 점수를 받았다. 외신기자들 역시 트위터를 통해 "8점대 후반~9점대를 받는 선수에게 이런 점수를 줄 수 있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연아 역시 예상외의 점수에 놀랐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경기 직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첫 번째 스핀에서 약간 흔들리긴 했지만 예상보다 낮은 점수가 나와 당황했다, 나는 오늘 경기에서 100%의 모든 걸 다 보여줬다"며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다른 선수들은 모두 점프 실수를 범하며 위축된 모습이었다. 아사다 마오(일본)는 트리플악셀 점프를 두발 착지했고 트리플루프에서 실수를 범하며 6위에 그쳤다.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 트리플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넘어졌지만, 후한 예술점수로 김연아의 뒤를 이어 2위에 올랐다.

여왕의 귀환 첫 날 모든 피겨 팬들은 숨죽이며 그녀의 2분 50초 간의 컴백 무대를 지켜봤다. 여왕의 연기가 모두 끝나는 순간 박수로 환호하며, 김연아의 귀환을 환영했다. 김연아는 17일 오전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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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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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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