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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13일 오후 대전 으능정이 문화거리에서 합동유세 '아름다운 동행'을 함께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2012년 12월 13일 오후 대전 으능정이 문화거리에서 합동유세 '아름다운 동행'을 함께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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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7일 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상진 교수에게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한 교수로부터 단박에 거절당한 문 위원장은 '김대중'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해서 크게 성공한 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 큰 위기를 겪고 있는데, 이대로 놔둘 거냐고 압박했다.

한 교수는 말이 없었다. 대신 수화기 너머로 한 교수의 흐느끼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잠시 후 한 교수로부터 대선평가위원장을 맡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1988년 13대 총선 때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자문을 시작으로 "마음으로 정말 가깝게" 지내왔던 인간적인 정을 이용한 것이 통한 것이다.

그러나 한 교수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후보가 아닌 '안철수의 사람'이었다. 호남지역 국정자문단을 결성한 한 교수는 '박정희-노무현 프레임'이 아니라  '미래 대 과거 프레임'으로 가야 승리한다며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문재인 전 후보로 단일화가 됐고, 그의 예상대로 대선에서 패했다.

문희상 위원장과 전화를 끊은 한 교수는 곧바로 미국에 체류 중이던 안철수 전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해 인사를 한 뒤,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고 전했다. 안 전 교수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교수님께서 저와 함께 일한 것 때문에, 저의 (대선)활동을 비틀고 뒤집고 훼손하려는 시도가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 정치가 그렇지 않습니까. 절 도왔던 것 잊고,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일 해 주십시오."

문재인 측 "'안철수 입당설'은 사실무근... '미래대통령' 발언 요청은 사실"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27일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와 한국선거학회가 공동주최한 '민주통합당의 18대 대선 패배, 100년 정당의 길을 모색한다' 토론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2월 27일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와 한국선거학회가 공동주최한 '민주통합당의 18대 대선 패배, 100년 정당의 길을 모색한다' 토론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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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난 지 80여일이 됐지만,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진실공방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전 후보와 안철수 전 교수의 후보단일화 과정에 있었던 뒷이야기를 잇달아 공개한 게 시발이 됐다.

안 전 교수가 4·24 재보선(서울 노원병)에 출마하기 위해 귀국하면서 더욱 불이 붙는 양상이다. 진실공방의 결론이 어떻게 나든, 안 전 교수의 정치 재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상진 위원장은 최근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당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문재인 전 대선 후보에게 '내가 단일 후보가 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했던 것으로 안다"며 "문 전 후보 측은 부인했지만 (안 전 교수 입당론은) 믿을만한 말"이라고 말했다. 안 전 교수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기려면 내가 단일후보가 되는 게 좋다', '단일후보가 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문 전 후보가 거부해 '아름다운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어떤 것이 사실인지 제가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때의 증언을 일부 제가 공개한 것은 사실이다. 아주 중요한 분들의 증언"이라고 확인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전 후보 측에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의 상황실장이었던 홍영표 의원은 1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안 전 교수가 단일후보를 조건으로 입당하겠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전혀 없다"며 "그 문제에 대해서는 문재인 전 후보를 비롯해 캠프에 있던 인사들에게 전부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사람이 단독회동에서 나눈 대화 내용까지 확인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 의원은 이어 "민주당으로서는 안철수 전 교수가 민주당에 입당해 경선을 하고 그 과정을 통해 후보가 되는 것이 대선 승리의 조건이라고 봤다"며 "그러나 안 전 교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가 그렇게(입당론) 얘기하면 오히려 음해라고 반발하지 않았느냐"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안 전 교수는 민주당이 구태정치 세력이기 때문에 자신으로 단일화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그랬던 사람이 단일후보를 시켜주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은 있을 없는 일이다. 만일 그랬다면 국민을 속이고 이중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 위원장이 이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후보단일화 성사 이후 안 전 교수가 문 전 후보에게 자신에 대해 '미래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주 극소수지만 (문 전 후보) 캠프 내에서는 모두 그렇게 알고 있다"며 "단일화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들은 저희 쪽에서 다 기록으로 가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홍 의원의 말이 사실일 경우, 이는 당시 문 전 후보에 대해 소극적 지원에 나섰던 안 전 교수가 요구했던 것이 새정치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 '미래대통령'이라는 차기 보장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당시 안 전 교수의 제안에 대해 문 전 후보 캠프에서는 "다음 대선까지 서로 담합해서 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비판을 받아 역풍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거절했다"고 홍 의원은 전했다.

안 전 교수의 '미래대통령' 발언에 대한 근거를 물었지만 홍 의원은 오히려 "구체적인 내용은 더 밝히지 않겠다. 지금 그런 논쟁으로 가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안 전 교수의 '미래대통령' 발언을 굳이 꺼낸 이유는 "하도 허위사실이 돌아다니면서 이상하게 판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상진 "진실규명의 기회가 정치적 폭로로 변질될 위험 커져"

그러나 한 위원장의 생각은 다르다. 한 위원장은 '야권 단일화'를 둘러싼 진실공방을 공개적으로 검증해, 3월 31일 발표 예정인 대선 평가 최종보고서에 담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11일 오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후보 단일화 관련 대선평가 작업은 상반된 증언 공개로 야기된 진실공방 그 자체를 엄격하고 객관적인 평가의 한 차원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진실 규명이 항상 순조롭고 평탄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종종 진통이 따르고 오해와 갈등이 생긴다"면서 "자기성찰과 고백이 수반되는 진실규명은 감동을 수반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치풍토를 더욱 오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패배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단일화 과정에서 곪았던 상처를 그냥 덮고 가지는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한 위원장도 단일화 진실공방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했다. 그는 "안 전 후보의 민주당 입당 제안에 대한 상반된 증언의 공개는 진실규명 차원에서 피할 수 없는 한 쟁점을 표면 위로 끌어올린 셈"이라며 "그러나 평가 시기가 4·24 재보선 시기와 겹치고 안 전 후보의 출마가 공식화되면서 진실규명의 기회가 정치적 동기로 인한 폭로로 변질될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4·24 재보선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정계 복귀 첫 공식 일정으로 12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한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4·24 재보선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정계 복귀 첫 공식 일정으로 12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한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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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단일화 '판도라의 상자' 열리면 문재인-안철수 모두 타격

'진실과 화해'를 명분으로 후보단일화에 대한 검증 작업을 멈추지 않겠다는 한상진 위원장에 대해 문재인 전 후보 측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위원장이 잇따라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다"며 자중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태년 의원은 최근 논평을 내고 "단일화와 관련한 한 위원장의 발언이 유독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판에 주로 맞춰진 것에 대해서 객관적이지 않고 경도돼 있다고 보는 분들이 많은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 전 후보의 비서실장이었던 노영민 의원도 "단일화 과정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게 너무 많았지만 그동안 안철수 전 후보를 범야권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봤기 때문에 존중했던 것"이라면서 "비서실장으로서 대선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관여도 했다. 그걸 공개하겠다"고 압박했다. 실제 노 의원은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대선 비망록 작업을 최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철수 전 교수 측은 오히려 민주당이 안 전 교수의 정치권 진입을 방해하려는 문건을 만들었다고 새로운 의혹을 폭로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서 새정치공동선언 실무팀으로 일했던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11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민주당에서 최근 또 이상한 말씀도 하셨는데 제가 듣기로는 '독수리의 알은 부화하기 전에 깨야 한다'는 문건이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민주당의 미래가 없는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독수리 알'이란 안 전 교수를 가리키는 것으로 만약 민주당이 이 문건을 만들었다면 민주당-안철수 측간의 갈등 양상은 쉽게 사그라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지난 대선의 단일화 과정이 모두 공개가 되고 또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번 논쟁의 최초 진원지는 민주당 내 비노·비주류 쪽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 2월 초 비주류 측에서 먼서 "안 전 교수의 민주당 입당을 친노(무현) 세력이 막았다"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비주류 측의 한 인사는 "안철수 캠프에서 지난 대선 때 단일화 과정에 대한 백서를 만들었는데, 그 내용이 공개되면 민주당 내 친노 세력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단일화를 둘러싼 진실공방의 최초 타깃은 민주당 내 친노·주류 세력을 향한 것이었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의 '판도라 상자'가 열릴 경우 문재인·안철수 두 전 후보 모두 상처를 받겠지만, 재보선을 앞둔 안 전 후보에게 정치적 타격이 더 클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문 전 후보 측에서 제기한 '미래대통령' 표현 요청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 상황의 키를 '안철수의 사람'이었던 한상진 위원장이 잡고 있다는 점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한편 안철수 전 교수는 11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다양한 말들이 나올 수 있지만 세부적인 상황을 거론하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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