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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녀가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으로 영훈국제중학교에 입학해 논란이 된 이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을 실시했다.

최근 3년간 영훈국제중학교의 비경제적 배려대상자 입학자 현황을 보면, 2011~2012학년도에는 장애인 1명, 2012학년도에는 아동복지시설에서 1명을 뽑았다. 그러나 2013학년도에는 장애인이나 아동복지시설에서 뽑은 학생은 전혀 없고, 다문화가정 2명, 한부모가정 4명, 셋이상 다자녀가정 9명, 경찰관 자녀 1명 등 거의 사회적 배려대상자라고 보기 어려운 학생들만 선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3학년도에는 16명의 비경제적 사배자 중 6명이 영훈초등학교 출신이었다.
▲ 최근 3년간 영훈국제중학교 사회적배려대상자 입학자 현황 2013학년도에는 16명의 비경제적 사배자 중 6명이 영훈초등학교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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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제적 배려대상자 학부모 직업군에 대한 영훈중과 KBS 취재팀의 자료에 의하면 2011년에는 의사 1명, 회사원 5명, 사업운영 3명, 기타 7명이었고, 2012년에는 공무원 1명, 회사원 9명, 사업운영 3명, 기타 3명이었다. 또 2013년에는 사업운영 3명, 의사 2명, 변호사 1명, 회사원 2명, 종교인 1명(이상 다자녀가정), 사업가 1명 등 한부모가정 4명, 다문화가정 2명, 경찰관 자녀 1명 등이었다. 올해 합격생의 부모 중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해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의사, 매출 500억 원대 중소기업 대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서울 강남의 빌딩 임대업자 등 부유층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교육의원으로 활동 중인 나는 지난 26일 문용린 교육감에게 "사회적배려 입학자 현황을 보면, 전형의 취지를 악용하는 사례를 볼 수 있으며, 진짜로 사회적배려자 전형의 취지에 맞는 학생들이 뽑혔는지 공정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 교육감은 "사회적배려자 전형의 경제적·비경제적 배려대상자와 관련된 지침 개선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영훈중 입학생 중 영훈초 출신 압도적으로 많아

영훈국제중학교의 입학생의 출신 초등학교를 보면 영훈초등학교 출신의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 영훈국제중학교 입학생 중 영훈초등학교 출신 입학생 수 영훈국제중학교의 입학생의 출신 초등학교를 보면 영훈초등학교 출신의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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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국제중학교의 입학생의 출신 초등학교를 보면 영훈초등학교 출신의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한 학교당 1~2명에서, 많으면 3~4명의 학생이 영훈국제중학교에 입학한 데 반해, 영훈초등학교는 약 20명의 학생이 영훈국제중학교에 입학했다. 공정성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심지어 2013학년도에는 16명의 비경제적 사회적배려자 중 6명이 영훈초등학교 출신이었다.

부유층 학생들의 총점이 2010년도 기준으로 계산해서 16위 밖이라면,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 최근 5년간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기준(평가항목 및 배점) 부유층 학생들의 총점이 2010년도 기준으로 계산해서 16위 밖이라면,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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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회적배려자 전형 기준에 있었다. 전형 기준을 분석해보니 2011년부터 기준의 변화가 있었다. 2010년에는 자기소개서 5점, 학교생활기록부 및 생활통지표 65점이었지만 2011년부터는 학습계획서 15점, 2012년에는 자기계발계획서 15점 등으로 배점이 달라졌다. 객관적인 '성적'보다 '계획서' 등의 배점이 높아진 것이다. 영훈국제중학교는 총점 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한다. 이재용 부회장 자녀와 같은 부유층 학생들의 총점을 2010년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16위 밖이라면 전형 기준의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외고가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듯이, 국제중도 그런 측면이 강하다.
▲ 영훈국제중학교의 졸업생의 고교 진학 현황 외고가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듯이, 국제중도 그런 측면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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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국제중학교 졸업생의 고교진학현황도 논란거리다. 진학현황을 보면 2011학년도에는 천안북일고 국제계열 2명, 서울국제고 5명으로 국제고에 진학한 학생은 총 7명에 불과했다. 대신 과학고 5명, 하나고 15명, 외고 52명, 자사고 35명이었다. 2012학년도에는 천안북일고 국제계열 2명, 서울국제고 3명으로 국제고에 진학한 학생은 총 5명에 불과했지만 과학고 10명, 하나고 14명, 외고 68명, 자사고 19명 등이 진학했다. 때문에 이 학교는 학교 설립 취지를 살리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외고가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듯 국제중도 이와 같은 측면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특별 감사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 교차감사 등도 고려해야

그 밖에도 최근 1~2년 사이에 서울시교육청 출신 공무원 5명이 영훈재단의 중요 직책을 맡아 근무한 사실도 문제가 된다. 지난 1월 15일에 사임한 법인 감사를 포함해 총 5명의 시교육청 출신 공무원이 영훈재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2명은 학교 감사관을 지냈다. 시교육청에서 퇴직한 공무원을 학교에서 다시 임용하는 이유는 예산을 확보하고, 감사를 무마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특히, 영훈고의 행정실장은 2011년 9월, 교육청에서 6급으로 명예퇴직하면서 교육청에서 8300만 원 정도의 명예퇴직금을 받고, 영훈고의 행정실장으로 부임했다. 명예퇴직금도 받고 다시 학교 행정실장으로 들어가 교육청에서 재정 보전(재정결함보조금)을 받는 것은 이중으로 혜택을 받는 것이다. 본인이 명예퇴직 제도를 악용했다면 스스로 반납해야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교육청이 명예퇴직금을 환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더는 이러한 사례가 없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영훈국제중 교장으로 임용된 교육청 출신 공무원은 시교육청에서 감사관·시설사업소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사업시설소장으로 근무했던 일반직 공무원이 과연 국제중학교에 걸맞은 '국제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을지 의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지난 1월 16일부터 21일까지 영훈고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찬조금을 학부모들에게 받아 부당하게 처리한 것이 밝혀졌고 ▲ 업무추진비 집행을 음식점 등에서 부적정하게 집행한 점 ▲ 설계용역이 완료된 이후 설계자문위원회 운영을 개최하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후 교장과 행정실장에게는 경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영훈고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의 조승현 감사담당관은 "이른 시일 안에 직접 지휘해 특별감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충실한 감사를 위해 다양한 자료를 살펴보고 어떤 부분을 중점 감사할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사할 때, 영훈초등학교와 영훈국제중·영훈고에 대한 합동 감사를 실시해 달라'는 최홍이 교육위원장의 요구에 대해 "추후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영훈고에 대해서는 경기도교육청과의 교차감사 또는 감사원이나 교과부와의 협력감사가 필요해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감사에서 학생 모집 전형에 문제점이 드러나면 합격 취소·전학 권고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형태 시민기자는 현재 서울시 교육의원입니다.



태그:#영훈국제중, #사배자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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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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