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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둘러싸고 법외노조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30일 이내에 개정하지 않을 경우 전교조의 노조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노동 없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 탄압 정책의 신호탄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입장이고, 고용노동부나 교과부도 이미 법원 판결이 난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전교조는 23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규약개정 불가 방침을 정했다.

정부의 해고자 제외 규약 개정 요구와 법외노조화 방침은 정당한 것인지, 다른 나라와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적 기준, 그리고 기존 정당과의 비교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 사례 살펴보니

미국 교원단체인 NEA 홈페이지. 320만의 회원을 가진 세계최대 교원단체인 NEA에는 교사뿐 아니라 직원, 심지어 학생과 전직 교원들도 회원자격(membership)이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미국 제2의 교원노조인 AFT 역시 이전에는 정교사만 회원이었지만, 지금은 교직원, 교육행정가, 심지어는 간호사까지 가입할 수 있다. 교원노조 회원을 누구로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그 노조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인 영국, 프랑스 등도 법으로 해고자나 구직자까지 노조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 교원단체인 NEA 홈페이지. 320만의 회원을 가진 세계최대 교원단체인 NEA에는 교사뿐 아니라 직원, 심지어 학생과 전직 교원들도 회원자격(membership)이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미국 제2의 교원노조인 AFT 역시 이전에는 정교사만 회원이었지만, 지금은 교직원, 교육행정가, 심지어는 간호사까지 가입할 수 있다. 교원노조 회원을 누구로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그 노조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인 영국, 프랑스 등도 법으로 해고자나 구직자까지 노조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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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조합 및노동관계법] Trade Union and Labour Relations (Consolidation) Act
1 Meaning of "trade union" : a "trade union" means an organisation — (a) which  consists  wholly  or  mainly  of  workers  of  one  or  more  descriptions and  whose  principal  purposes  include  the  regulation  of  relations  between workers of that description or those descriptions and employers or employers' associations;

영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통합)법은 제1조에서 '노동조합(Trade Union)'을 "전적으로 또는 주로 노동자들로 구성되고, 그 주된 목적이 노동자와 사용자 또는 사용자들의 연합체 사이의 관계 조정을 포함하는 단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296 Meaning of worker and related expressions. : (1) worker means an individual who works, or normally works or seeks to work

그리고 제296조 제1항은 '노동자(worker)'는 "노동을 하거나, 대체로 노동을 하거나, 또는 노동할 것을 찾고 있는 개인"을 의미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영국 노동법은 정규직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뿐 아니라 직장을 구하고 있는 '구직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노동자로 규정하고 있다. 당연히 해고된 사람이 직장을 구하고 있다면 노동조합 가입 자격이 있다.

[프랑스 노동법] Code du travail Article L2141-2
Les personnes qui ont cessé d'exercer leur activité professionnelle peuvent adhérer ou continuer à adhérer à un syndicat professionnel de leur choix.
(Article L411-7 : Les personnes qui ont cessé l'exercice de leurs fonctions ou de leur profession peuvent soit continuer à faire partie d'un syndicat professionnel de salariés, soit adhérer à un syndicat professionnel de leur choix.)

프랑스 노동법(Code du travail)은 영국보다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 자격을 더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2008년 이전의 프랑스 노동법 L.411-7조는 직업 활동이 종료되더라도(실직 또는 해고되더라도) 계속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거나 새로운 노조를 만들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었고, 현재의 노동법도 (문구는 약간 다르지만) L2141-2조에서 실직자도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노동조합 가입과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국가노동관계법]NATIONAL LABOR RELATIONS ACT. Chapter 7 Sec. 2.[§152.] (3)
The term "employee" shall include any employee, and shall not be limited to the employees of a particular employer, unless the Act explicitly states otherwise, and shall include any individual whose work has ceased as a consequence of, or in connection with, any current labor dispute or because of any unfair labor practice and who has not obtained any other regular and substantially equivalent employment.

미국의 국가노동관계법(NLRA 제2절[152항] 제3호)은 '노동자(피고용인. employee)'을 "(법에서 명시적으로 다르게 정하지 않는다면,) 모든 피고용인을 포함하며, 특정한 고용주에게 고용된 사람에게 제한되지 않으며, 또한, 노동분쟁 또는 부당노동행위 관련 또는 그 결과로 실직한 개인, 그리고 정규직 또는 잠재적으로 그에 해당하는 직업을 갖지 못한 모든 개인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미국 노동법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해고자뿐 아니라 직장을 구하지 못한 구직자도 노동자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노동법이 명시적으로 노동자라고 인정하지 않는 경우는 농업종사자, 가족 단위의 가내 서비스 종사자, 부모나 배우자에 의해 고용된 사람, 독립계약자, 감독관, 철도법에 의한 고용인 등이다.

실제로, 320만의 회원을 가진 세계 최대의 교원노조인 미국의 NEA(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 미국교육자협회)와 두 번째 큰 120만 회원 단체인 AFT(American Federation of Teachers, 미국교사연맹)은 교사를 주된 회원으로 하지만 직원, 교육행정가, 간호사 뿐 아니라 심지어 학생과 전직 교사들도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누구를 회원으로 할 지는 전적으로 단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공무원노조에 이어 전교조에 들이대는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 자격 박탈 논란은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영국, 프랑스, 미국 등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국제적 기준(global standard)와 국격을 강조하는 정부 방침과도 배치되는 결정이다.

ILO 18년 연속 이사국, ILO 협약과 권고 무시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과 복지 향상 등을 통해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1919년 설립된 유엔 전문기구에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1991년 15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을 뿐 아니라, 1996년부터 2014년까지 18년 연속으로 ILO 이사국에 선출되었다. 그런데, 회원국이자 18년 연속 이사국인 우리나라가 ILO의 노동관련 핵심 협약을 비준하지도 않고, 또 권고를 무시하기까지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인권 관련 국제협약 미가입 현황. 우리나라는 ILO의 18년 이사국이면서 ILO핵심협약인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이 협약의 주요 내용은 노동조합의 가입 자격은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정한다는 것 등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에 관한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인권 관련 국제협약 미가입 현황. 우리나라는 ILO의 18년 이사국이면서 ILO핵심협약인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이 협약의 주요 내용은 노동조합의 가입 자격은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정한다는 것 등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에 관한 내용이다.
ⓒ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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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자료(2008년 기준)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인권 관련 국제협약 중 장애인권리협약(CPD),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OP-CAT), UNESCO 교육에 있어서 차별금지협약 등 외에 노동인권 관련 협약을 6개나 비준하지 않거나 유보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노동기준 관련 ILO 핵심협약인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으며, 정치적권리규약(ICCPR)의 제22조(결사의 자유) 조항은 공무원과 교원의 노동 3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유보한 상태이다.

ILO는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 자격과 관련하여 ILO협약 제97호(결사의 자유), 제98조(단결권)를 통하여 노동조합의 조합원 가입 자격과 운영에 관한 것은 전적으로 노동조합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는 원칙을 명확하게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ILO는 수차례 우리나라에 관련 노동법 개정을 요구하였으며, 2012년 4월에는 공무원노조의 법외노조화에 대한 강력한 유감을 정부에 전달하며 합법화를 촉구한 바 있다.

ILO의 단순 회원국도 아니고 18년 'ILO 이사국'으로서 우리나라가 ILO 기본 정신을 앞장서서 실천하지는 못할망정, ILO의 핵심 협약을 비준도 않고, 나아가 수차례 내려진 권고까지 무시로 일관하는 것은 결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게다가 2010년 MB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 자격을 문제 삼는 것과 이를 이유로 한 노동조합 설립 신고 반려(법외노조)가 노동조합의 자율성을 헤쳐 노동조합을 위축시키고,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는만큼 노동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해고자 또는 실업자, 나아가 구직자까지 노동조합 가입과 설립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 UN의 ILO의 핵심 협약과 권고 등 국제적 기준을 종합적으로 볼 때,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문제 삼아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며, 국제적으로도 수치스러운 일이 분명하다.

노회찬·정봉주 제명 요구할 수 있나?

 이른바 '떡값 검사' 실명 공개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의 해괴망칙하고 시대착오적 판결이다. 8년 전 그 순간이 다시 온다고 해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밝히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른바 '떡값 검사' 실명 공개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의 해괴망칙하고 시대착오적 판결이다. 8년 전 그 순간이 다시 온다고 해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밝히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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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벌어지고 있는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은 노조와 마찬가지로 자율성이 생명인 정당과 비교해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최근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삼성 X파일 건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아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2011년에는 정봉주  민주당 전 의원이 BBK 관련하여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현행법상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으면 국회의원직만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권, 피선거권을 모두 상실하며(공직선거법 제18조), 국회의원 선거권이 없으면 당원이 될 자격도 없으며, 당대표 등 임원을 할 수도 없다.(정당법 제22조)

중앙선관위 법규해석과에 의하면 법적으로만 따지면 노회찬 의원은 현재 당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한 것이 맞으며, 당대표를 할 수 있는 자격도 없다. 중앙선관위 정당과 관계자는 "당대표가 바뀌면 당대표 변경 신청을 다시 선관위에 해야 하며 이런 사실을 진보정의당에 안내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현행 정당법에는 당원의 자격이 없는 자가 당원으로 가입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형사처벌 조항까지 존재한다.(정당법 제53조)
검찰이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다며 2천여명의 교사와 공무원을 정당가입 혐의로 기소한 것이 바로 이 조항을 근거로 하고 있다.(재판에서 당원 가입 혐의는 모두 인정되지 않음.)

이런 이유로 해서 진보정의당이나 민주당에 노회찬, 정봉주 전 의원의 당적을 박탈하라고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정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면 과연 이를 받아들여야 할까?

정당과 노동조합은 각각 헌법 제8조와 헌법 제33조를 근거로 하여 만들어진 기구이다. 둘 다 자율성 또는 자주성을 생명으로 하는 조직이다. 정당 운영에 대해 정부가 일일히 국가기관을 동원해 간여한다면 이는 복수정당제를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노조도 마찬가지다. 사용자가 노조원 자격을 문제 삼아 노동조합을 좌지우지 하려고 한다면 이는 노동조합 운영의 핵심 원리인 자주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노회찬 의원의 의원직 상실형 판결에 대해서 추가적인 후속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당은 헌법에 의해 고도의 자율성을 부여받은 기구이기 때문에 아무리 중앙선관위원회라 하더라도 노회찬 의원의 당원 제명을 요구하기도 어려우며, 제명했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시정 명령이나 심사는 생각도 하고 있지 않으며, 노회찬 의원을 당적 박탈을 하지 않는다고 정당 해산 운운하는 것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당과 똑같이 헌법에 의해 설립되었고, 자주성을 핵심 원리로 하는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조합원 자격 문제를 이유로 운영에 개입하고 나아가 법외노조 운운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국제 기준에 맞게 노동법 개정하는 것이 파국 피하는 길

이명박 정부는 해고자의 조합원 가입을 이유로 공무원노조를 이미 법외노조로 만들어버렸고, 박근혜 정부는 다음 타깃으로 전교조를 잡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위에서 살펴봤듯이 국제적인 기준과 선진국의 사례에 비춰 봤을 때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현행 법률 하에서는 공무원노조나 전교조나 법외노조화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법원이 현행법을 근거로 하여 시정명령과 설립신고 반려가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법 개정을 통한 해결밖에 없다.

국제적 표준과 국격을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명박 정부와 그 틀을 같이 하는 박근혜 정부는 하루 빨리 ILO 이사국의 품위를 지켜 제87호와 98호 협약을 비준하는 것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국회는 더 이상의 논란을 방치하지 말고 시급히 노동법을 국제사회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강력한 노조 없이 건전한 중산층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말이 어찌 미국에만 적용될 수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도 스스로 중산층 강화, 복지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노동 존중 없이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약속이다. 그 노동 존중의 시작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 중지임을 박 대통령은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태그:#전교조, #ILO, #법외노조,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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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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