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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000원에서 1만 원 정도의 소액 정치후원금을 낸 교사·공무원 2000여 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여당은 이를 두고 '국기를 뒤흔드는 사건'이라고 한 바 있다. 대부분의 언론도 '교육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최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내정자를 필두로 해 황교안 법무부장관 내정자·서남수 교육부장관 내정자·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등이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것으로 드러나 일반 공무원이나 교사들의 내는 소액 후원금을 문제삼을 수 있는지 논란이 생기고 있다.

법무부·교과부·기재부 장관 내정자 정치후원금 기부

특수목적경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횡령 논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돼 사퇴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내정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2006~2007년 당시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에게 2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것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당시 이동흡 내정자는 '헌법재판소 연구관들은 불법이 아니라고 하는데 법제처에서는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어 당사자가 뭐라고 하기는 곤란하다'는 식으로 해명한 바 있다. 법제처는 2005년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후원금에 대해서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고, 공무원과 교사의 복무를 담당하는 행안부와 교육부도 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법무부·교육부·기재부 장관 후보자
ⓒ 고정미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는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에게 1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사실이 드러났다. 황 장관 내정자와 노 전 의원은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둘은 삼성 X파일 사건 담당 검사(법무부 공무원)와 피의자(국회의원) 관계이기도 했다. 법무부 공무원인 검사가 국회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기부했기 때문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된 서남수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교육부 차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7년 정치후원금 10만 원을 냈다. 하지만 서 후보자는 정치중립성 논란 때문인지 누구에게 후원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으며, 기초 자료도 폐기해 버려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는 트위터를 통해 서남수 장관 후보 사무실에서 "(당시 후보자는 차관이었기 때문에) 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3항에 의해 차관·장관 등 정무직공무원의 경우는 정치후원금 기부를 비롯한 정치적 행위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음을 전했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공무원의 정당 가입 등 정치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동법 제3조 제3항에 의한 정무직공무원인 차관은 정치 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당법 제22조(발기인 및 당원의 자격)에 의하면 정무직공무원이라 하더라도 장관과 달리 차관은 정당 가입이 불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정치자금법 제8조(후원회의 회원)에 의하면 차관은 정치인의 후원회에 가입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장관·차관 등 고위 공무원은 정치 운동이 가능한데 영향력이 미비한 일반 공무원과 교사들의 정치운동을 금지하는 게 타당한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인 현오석 전 한국개발연구원장(KDI) 원장 역시 지난 2009~2012년 국회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KDI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므로 원장은 그 자체로 국가공무원은 아니지만 국책연구기관의 장이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이 요구된다. 이런 이유로 정당에 가입하면 임원에서 해임되도록 하고 있다. 현오석 KDI 회장이 재임 시절 국회의원에게 4년간 정치후원금을 기부했다는 사실은 정치적 중립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고위공직자 후보는 정치후원금 내는데...

헌법재판소장 후보(당시 헌법재판관)과 법무부장관 후보(당시 검사), 교육부장관 후보(당시 차관), 기재부장관 후보(당시 한국개발연구원장)이 모두 정치인에게 정치후원금을 기부했다.

헌법재판소장이나 재판관은 우리나라에서 법에 대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사람들이다. 검사 역시 법을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법에 대한 최고 권위자이고, 법무부 장관은 법무행정의 최고 책임자이다. 교육부 장관은 35만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지켜야 하는 역할이 있다.

이런 고위 공직자들이 정치후원금을 내면서 힘없는 일반 공무원과 교사들의 소액 정치후원금을 문제 삼는 것은 결코 정의롭지 못해 보인다.


태그:#이동흡, #서남수, #정치후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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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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