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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는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켜 국가 발전을 이루고 이를 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취임사의 인사말 다음에 한국의 지난 현대사를 '한강의 기적'으로 요약한 박 대통령은 현재 한국의 상황을 '글로벌 경제 위기'와 '북한의 핵무장' 두가지 위기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하는 걸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고 정의했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은 연설 끝부분에서도 '또 한 번 새로운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로 재등장했다. 5년 뒤 자신이 성공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한다면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박 대통령 본인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 여기에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부흥 업적을 자신이 재현하겠다는 바람도 담겨있다.

'제2의 한강의 기적'처럼 취임사 처음과 마지막에 수미상관을 이루며 반복되는 말이 있는데 바로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의 선순환'이다. 박 대통령은 이 말 뒤에 '새로운 시대'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국가발전이 개인의 행복에 우선했다면, 자신의 집권기에는 개인의 행복을 증진시켜 국가 발전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국민 개개인의 행복의 크기가 국력의 크기가 되고 국력을 모든 국민이 함께 향유하는"이라고 했고, "국가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국민의 삶이 불안하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수치로 표현되는 국가 경쟁력을 목표로 삼지 않고, 반대로 국민 개인의 행복을 증진시킨 결과 국가 경쟁력이 올라가는, 국정 평가 지표의 전환을 역설한 것이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구축한 동원체제와는 상반된 개념이다. 경제부흥을 통해 아버지 박 대통령의 '한강의 기적'이란 평가를 계승하면서도 경제 부흥 정책은 반대방향으로 전개해 아버지의 시대와는 다른 새 시대라는 평가도 받겠다는 것이다.

'경제부흥' 가장 우선... 경제민주화 의지 확인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여의도 국회에서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 카퍼레이드하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여의도 국회에서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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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국정 목표 중에서는 '경제부흥'이 가장 먼저 제시됐다. 경제부흥을 위해 박 대통령이 추진하겠다고 제시한 것은 '창조 경제'와 '경제민주화'다. 박 대통령은 "창조 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경제민주화가 빠져 대선 당시 최우선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가 국정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린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를 확실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경제민주화는 창조 경제를 이루기 위한 도구로 언급돼, 상황에 따라선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뉘앙스도 남겼다.

아직 출범하지 않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장관 후보자로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을 지명, 미국과 한국 이중국적 논란이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지구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 인재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 지명이 이런 의의를 갖고 있다고 점을 호소하면서 동시에 앞으로의 인사에도 이런 식의 발탁이 이어질 것을 예고한 셈이다.

교육·문화는 복지와 창조 경제의 주춧돌

박 대통령은 "어떤 국민도 기초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새 정부의 복지 원칙을 천명했다. 보편적 복지 정책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지만, 박 대통령은 '국민 맞춤형의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는 노후 대책과 보육에 맞춰질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노후가 불안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 될 때 국민 행복시대는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에 이어서 등장한 주제가 교육이다. 교육 그 자체의 중요도도 크지만, 교육을 복지의 중요한 한 축으로 여기는 박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개인의 꿈을 이루고 희망의 새 시대를 여는 일은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고 이같은 관점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교육이 창조 경제의 시작점이라는 측면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 개개인의 능력을 주춧돌로 삼아 국가가 발전하게 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이 창조 경제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천편일률적인 경쟁 교육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 박 대통령은 "개개인의 꿈과 끼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학벌 위주에서 능력 위주로 바꿔가겠다"고 선언했다.

교육과 마찬가지로 문화도 복지와 창조 경제의 한 축으로 제시됐다. "문화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콘텐츠 산업 육성을 통해 창조 경제를 견인하고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것" "지역과 세대와 계층 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생활 속의 문화, 문화가 있는 복지, 문화로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임사 대목에서 이같은 박 당선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당근'은 없는 강력한 대북 경고... "공동 이익 위해 힘모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거수경례하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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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의 취임사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가 나왔다. 재임기간 동안 북한에 대해선 강경 자세로 일관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핵을 포기하면 북한의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만들어주겠다'는 '조건부 당근'을 제시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에선 그 어떤 '당근'도 없었다.

박 대통령은 안보를 중요한 국민행복의 전제조건으로 규정하면서 "최근 북한의 핵실험은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북한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 "더 이상 핵과 미사일 개발에 아까운 자원을 소모하면서 전 세계에 등을 돌리며 고립을 자초하지 말고" 등 강경한 어조를 반복하면서 북한에 핵포기를 종용했다.

박 대통령은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킬 때 신뢰는 쌓일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전제로 '확실한 억지력'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핵을 대화와 협상의 카드로 사용하는 것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신뢰가 생겨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실천할 수 있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 말미에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을 쌓겠다"고 했는데, 이는 이전 정부에서 반복돼온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비리의 사슬을 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어 박 대통령은 국민들에 "공동의 이익을 위해 같이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에 못지않게, 국민이 공동체의 이익에 관심을 갖고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태그:#박근혜, #취임사, #한강의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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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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